인질극 영화 좋아하시나요?

2purple 2007.01.13 22:47:29
인질극 영화들 좋아하시나요?

저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ㅎㅎ



사실 인질극을 다루는 영화들은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제작되면서도 몇 가지 법칙들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범인측과 경찰측의 이항대립으로 갈등을 만들어내는 큰 줄기는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협상과정에서도 반복되는 법칙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질의 안전을 위해 조성하는 스톡홀름 신드롬이고요. 물론 실제 메뉴얼로 고증한 결과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지만. 자꾸 보면 식상하지요.



또 공간적으로도 크게 대립중인 두 진영을 중심으로(폰 부스의 경우는 공중전화 반경) 전개 되다보니 자칫하면 하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같은 장소의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다 보면 보는 사람이 따분해 지거든요. 이럴 경우 카메라 워크나 편집, 인물의 감정선을 살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연출자가 얼마나 실력있게 연출하느냐에 따라서 스릴있을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지요. 폰 부스같은 영화도 헐리웃에서 흔한 종류이긴 하지만 빼어난 연출로 긴장과 스릴을 잘 이끌어갔기에 조엘 슈마허가 존경받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흔하면서도 어렵고 까다로운 것이 인질극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질극의 법칙들은 지켜가되 캐릭터나 상황, 모티브의 차별화로 개성을 가지려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자면 위드아웃 트레이스 시즌1의 마지막 회가 그렇지요. FBI의 실종인물 찾기 전담팀이 뜻하지 않게도 인질극에 휘말려들고 실종자의 구조와 인질협상 구조의 압박 속에서 9.11 테러라는 모티브가 결합해 극의 긴장과 감동을 이끌어 냅니다.



인질극 영화의 고전적 걸작인 뜨거운 오후의 경우엔 은행을 털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들을 통해 70년대 초 미국의 비참한 서민상을 보여줍니다. 또한 미디어와 공권력에 의해서 통제되고 억압받는 대중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속에 멜로와 블랙 코미디, 사회극적인 요소들을 버무려 담아내지요.



전형적인 오락 영화인 네고시에이터는 두 영웅의 대립을 음모와 미스터리를 통해 전개하고 있으며



폰 부스의 경우는 핸드폰이나 공중 전화박스 속의 공간을 통해 극대화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소외현상을 풍자합니다. 극이 전개되면서 물질주의의 명패와 인간성의 타락도 드러나죠.



인질극이 소재로 쓰인 영화에서는 대부분 TV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매체와 공권력(또는 협상을 시도하는 권력자)가 등장하게 됩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이것은 인질극을 벌이는 사람들의 위치가 사회적 약자이거나 소수자들임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질범의 모습에 투영된 우리 대중들 또한 현대 통제사회의 구성원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인질극 속에서의 폭력은 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된 소외된 약자들의 저항입니다.

존큐가 어이없는 편집과 작위적인 내용구성에도 아직까지 기억되는 이유는 답답한 현실의 의료복지 제도와 서민의 삶은 뒷전인 행정 시스템의 무능과 무책임을 솔직하게 성토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부성애가 돋보였기 때문일까요? 제 생각엔 국가라는 공룡아래서 실상은 노예처럼 약자가 되어 살아가는 대중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종의 저항정신을 끌어냈기 때문인 듯 합니다.



또한 인질극 속에서 드러나는 폭력은 기득권의 욕망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시도되는 교묘한 살인행위이기도 합니다(범인사살이나 범인자체가 준기득권인 경우들 말이죠).



때론 스워드 피쉬처럼 인질범의 캐릭터가 무지하게 럭셔리한 경우도 있죠. 보수 기득권층에 속한 인질범이 등장하는데 반 체제적이면서 극우 파시즘적이니 참으로 골까는 경우라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인질범이란 현재 자신이 속한 사회나 문화적인 환경 등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인질극은 필연적으로 힘없는 사회적 소수들의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몸부림 속에는 답답한 규범들과 반복적인 일상에 찌들어 점차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대중의 절박한 일탈 욕구가 투영되어 있기도 하지요.



결론은..인질극 영화 만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