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와 나

디돌 2016.02.20 15:38:33

영화 <동주>를 봤다
동주는 29세에 생을 달리했다.
나는 생을 달리한 동주의 나이가 되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동주의 바람이 이뤄졌음에 기쁘다.
나는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
시대의 상처를 어루 만지던 여린 청년의 마음만큼 내 마음은 넓고 깊은가.
붕괴된 세상에서 단지 시인이고 싶었던 한 남자의 간절함을 나는 아직 감당치 못하겠다.
문학이라는 판에 낄 깜냥은 되지 못해도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나 같은 비겁자도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까.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작중 정지용 선생의 말을 나는 아직 동의하지 못하겠다. 부끄러움을 안다고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되려면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해야하는 것 아닌가.
정지용 선생은 동주와 몽규의 죽음을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
나는 시대의 아픔을, 그리고 나의 부끄러움을 되돌아봤다. 이 시대의 아픔은 무슨 수로 어루 만져야 하나. 그리고 나는 어떻게 더이상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옥중에서 별을 헤아리던 동주의 마음을 언제쯤이면 이해할 수 있을까.
나 같은 비겁자도 괜찮다고, 잘 살고 있다고 말해줄 친구가 있었다면... 그랬다면 내 마음이 괜찮을까.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를 사랑한 죄로 감옥에 가야한다면, 동주와 달리 나는 무죄일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의 다음 재판에서 유죄를 받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