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스물셋 영화감독 지망생입니다.

DirectorShin 2020.02.14 18:30:13

안녕하세요.

인터넷에 개인적인 이야기는 처음 적어보네요.

 

저는 올해 스물셋이 된 영화감독 지망생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4년제 영화과 연출전공에 합격해서

1년을 다녔습니다.

 

그 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를 관두고

취업을 해서 2년동안 일을 하고 현재 백수가 되었고, 지금은 돈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 글을 쓰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감독을 하고 싶습니다.

오랜, 그리고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는 꿈입니다.

고등학생 때 영화를 몇 번 찍고, 영화제에서 상영을 하면서

저는 20대가 되면 영화 일을 더욱 열심히만 할 거라고

제 인생은 더 나아지기만 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늘 그렇듯 생각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더군요.

때로는 시간이 아예 흐르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스무 살이 된 후부터 제가 뭘 이뤘는지도 모르겠는데

야속하게도 시간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지금의 제 모습을 보니

저는 그저 영화학교를 때려친 스물셋의 아무것도 모르는 가난뱅이 백수가 되어 있더군요.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생각하시듯이,

일을 하면 됩니다.

영화 현장에 가서 잔일이라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돈을 모아서 단편 영화를 찍어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의 근래 가장 큰 고민은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는 제 자신과 제 꿈에 대해

제가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내가 정말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주제파악을 하고 있는 건가?

지금 이 시기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젊은 나이의 방황일 뿐인가, 아니면 내 인생이

실제로 지금 망하고 있는 것인가?

 

여러 생각에 머리는 복잡해지고

몸은 무거워져 게으름에 빠져버립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은 언제나 YES이지만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점점 희미해져갑니다.

 

제 나이대에 엄청난 업적을 이룬 감독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그분들도 나름의 고충과 방황을 겪고 성공했다는 것도 압니다만

저의 연약한 정신력에게 지금의 방황은 그저 답답하고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에게도 변하지 않는 기둥이 하나 있다면

그건 영화에 대한 제 사랑일 겁니다.

저는 영화가 정말 좋습니다.

이런 사람들 널린 것 잘 알고 있고

저는 영화과에 흔히 널린 어중이 떠중이일 수도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영화감독이 하고 싶습니다.

 

 

이런 고민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인생 선배분들께서 이미 겪으셨다는 걸 알고

그 중에선 지금 영화감독으로 성공하신 분들도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어떻게 이겨내면 좋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