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뒷이야기2. <포스트 봉준호법>이 뭐에요? 두 번째.

보현산지기 2020.03.18 15:15:49

한국영화 뒷이야기2. <포스트 봉준호법>이 뭐에요? 대기업 영화 배급, 상영 겸업제한

 

한국영화 뒷이야기 2는 포스트 봉준호법 내용 중

첫 번째로 대기업 영화 배급, 상영 겸업 제한에 관한 내용이다.

전체 내용 하나, 하나가 만만치 않아서 포스트 봉준호법의 주된 내용을 하나씩 정리하고자 한다.

 

지난번 글에서 밝혔지만, 포스트 봉준호법은 대기업의 영화 배급, 상영 겸업 제한,

특정영화 스크린 독과점 금지(스크린 상한제),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가 주된 내용이다. 오늘은 대기업의 영화 배급, 상영 겸업 제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대기업 영화 배급, 상영 겸업 제한

 

왜 많은 영화인들은 대기업의 영화 배급, 상영 겸업 제한을 주장할까?

 

그 이유는 영화산업 수익구조가 극장 매출중심으로 되어있고

극장과 결합된 (투자)배급사들이 부당하게 극장을 살찌우는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CJ, 롯데, 메가박스 멀티 플렉스 3사가 극장 입장료 매출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과 결합된 배급사는 온갖 불공정 행위를 통해 극장에게 최대한 수익을 몰아주고 있다.

즉 영화시장에서 발생하는 많은 불공정 행위가

이들 3사의 (투자)배급과 상영(극장)을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만연한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 대기업 영화 배급, 상영 겸업 제한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극장은 어떤 행위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고 불공정행위를 일삼는가?

 

첫째. 극장 부금 문제.

흥미로운 통계하나 소개한다면, CGV와 별도 법인인 CJ엔터테인먼트는

2011-2017년 동안, (2011년 제외) 언제나 적자를 면치 못하였다.

이 기간 한국영화 평균 수익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남기다 보니

누적 영업 손실이 -113억 원 가량인 반면에 CGV2013-2018년 동안 무려 4,057억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이 지표의 결론은 CGV를 위해 CJ엔터테인먼트는 자폭에 가까운 영업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정상적으로 경영하는 회사가 아닌 것이다.

‘밑지고 장사한다는 장사꾼의 말을 믿지 말란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이들은 곳간을 따로 두고 있다.

배급사는 누적되는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극장 상영업자에게 부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거나

불공정 계약을 문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이 한 번도 없다.

아니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CJ엔터테인먼트가 CJ E&M에 속해 있기에 CJ E&M 주주들은 당연히 영업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더욱 황당한 것은 CJ E&M 주주 중에는 국민연금도 있다는 사실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자금 또한 대부분 정부지원 자금이란 사실이 더해진다면,

또한 그 금액이 수천 억대에 달한다면, 아마도 관객들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 부분은 추후에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배급과 상영의 대기업 독과점이 파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시장 질서를 파괴하면서 경제공동체로서 자신들의 이윤 압착을 통해 수익을 챙기고,

시장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여 영화산업에서 불공정 행위를 관행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극장 없는 중소배급업자들은

극장에 유리한 부율과 기타 불공정한 행위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둘째. 마케팅 비용

영화의 마케팅 비용은 한 영화를 잠재 관객에 알리기 위해 사용되는 비용이다.

극장의 마케팅 비용은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개별 극장은 극장 간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즉 자신의 극장에 관객을 한 명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일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한국 극장은 자신이 부담해야할 극장 마케팅 비용을 배급사의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한다.

우리극장에 너희 영화를 걸려면 내(극장) 마케팅비용을 너희(배급사)들이 지불하라이것이다.

비상식적이지만 관행화되어 버린 것이다.

 

현재 상업영화의 평균 P&A비용은 24.5억이다.

이중에 극장이 부담해야 될 비용을 배급사에 떠 넘기는 돈이 얼마정도 일까?

놀랍게도 약 6억 원 가량이 된다.

급상승하고 있는 영화의 P&A 비용의 비밀이 여기에 숨어 있다.

한 영화의 마케팅비용이 상승하면 전체 제작비가 상승하고, 손익분기점 역시 높아진다.

결국 배급사와 영화 창작자들의 이익을 이런 방식으로 빼앗아 가는 것이다.

 

셋째. 상연 전 기업광고

우리가 극장에 가면, 본 영화 상영 전에 약 10분 가량의 각가지 기업광고가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 광고수익은 누가 가져가는 걸까?

당연(?)하게도 극장 측이 모두 가져간다. 우리 현실이다.

사실, 상영극장에 관객을 모집하는 것은 하나의 특정 영화이다.

따라서 극장광고 수익은 해당 배급사와 배분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만성적인 영업적자에 시달리는 CJ엔터테인먼트조차도, 극장을 상대로 협상도 하지 않는다.

광고수익 전액을 알아서 스스로 포기할 뿐이다.

극장에 수익을 몰아주기 위해서이다.

 

넷째. 무료 초대권 남발과 멀티플렉스 계열 배급사 영화 밀어주기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주요배급사들의 무료초대권 남발은 결과적으로

극장에게 이익을 남겨주는 행위이다.

혹자는 영화를 알리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하지만,

누가 직접 돈(티켓)을 주면서 알리려 하는 행위가 정상적인 경제 활동일까?

발급되는 무료초대권 만큼 관객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극장은 극장수익보다는 매점 부가수익과 주변 편의 시설 수익 사업으로 이익을 도모한다.

반면 영화 배급사, 제작사, 창작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은 줄어든다.

또한 같은 계열사 영화 밀어주기는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CJ와 롯데가 자사영화, 특히 고예산 영화의 경우에는 제작비 회수를 위해 어떻게 할까?

당연하게도 자사 영화를 밀어줄 수밖에 없다.

자사영화 밀어주기는 없다고 대기업은 강변하지만,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불공정 행위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한국영화 배급과 상영의 현실이다.

극장수익 극대화를 위한 방식은 대기업의 독점, ‘수직적 결합이요 그 결과는 이윤 압착이다.

이런 시장에서 치열한 협상과 공정한 경쟁이 있을 수 있나?

안일하고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

이윤 압착이 구조화된 시장 속에서 현재 활동하는

다른 중소 배급사들의 경영상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점점 더 고사되어 갈 수밖에 없다.

경쟁자로서 새로운 배급사들의 시장진입은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수직 계열화된 대기업이 원천적으로 시장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다.

독점이 자유로운 시장경제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독과점의 폐해는 배급-상영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제작-투자배급 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수직계열화 독점을 이용한 시장 우월적 지배와 권력 남용은 투자-제작간의 불공정과 불균형을 만든다.

투자배급사는 시나리오 수정과 캐스팅을 빌미로 공동제작 방식을 강요하기도 한다.

당연히 제작지분도 투자배급사에서 가져간다.

이렇게 제작사와 영화창작자들은 지분을 착취당하면서 더욱 열악한 조건에서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배급 수수료, 제작관리 수수료, 마케팅 수수료, 해외 배급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명분으로 배급사의 손실을 메우고 있다.

제작사는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제작사가 무너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자신의 역할을 포기할 때, 한국영화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홍콩영화계처럼 몰락의 길만 남는다. 봉준호 감독이 지적한 것처럼.

한국영화 성장을 위해서 중요 플레이어인 배급사는

영화 창작자와 건강한 협업관계를 맺고 뛰어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감수성을 가진 신진 창작인력을 키워내고

새로운 모험적 시도를 통해 한국영화의 외연과 폭을 넓혀가야 한다.

영화의 혁신은 여기서 일어난다.

 

그러나 지금 한국영화에서 투자배급사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올곧게 수행하려는 노력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한국영화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이다.

이런 구조적 한계 앞에서 혁신과 새로운 창작의 수혈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2의 봉준호가 만들어질 수 없다고 많은 영화인들이 판단하고 있다.

<포스트 봉준호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