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유튜브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감독PK 2020.04.21 10:35:04

작년에 진행하던 작품의 배우 오디션을 했을 때 일입니다. 배우분들 중 한 분이 문의를 주셨습니다. 자신이 브이로그 유튜브를 하는데 오디션 과정을 녹화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사용하면 안 되겠냐는 것이었지요. 처음에 듣고는 많이 당황했습니다만 아무튼 정중하게 거절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전통적인 영역의 붕괴와 새로운 영역의 부상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몇몇 영화들은 개봉을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한 경우도 발생했지요. 전통적인 극장가 개봉에서 다른 플랫폼 개봉으로 변화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변혁의 중심에 와있다고는 느껴집니다.

 

특정 주제의 웹드라마를 할 경우 해당 주제의 인플루언서를 캐스팅하는 것에 대해서 의견이 많이 나옵니다. 물론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투자자가 그러한 방식을 요구할 경우에는 난감해집니다. 문제는 점점 이러한 것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타이즈 바이럴이 아니라 일반 웹드라마에서도 PPL 형식의 투자에서조차 이러한 제안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지요.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영화나 일반 드라마의 경우는 앞으로도 인플루언서 캐스팅이 그리 활성화되지는 않겠지만 웹드라마의 경우 메이저 웹드라마 제작사가 아닌 이상 이러한 제안이 계속 들어올 수밖에는 없다고 여깁니다. 그렇다면 배우들이 유튜브를 해야 할까요? 물론 정답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튜브에 어떤 형식의 영상을 올리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브이로그라든지 먹방이라든지 이런 경우라면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

 

저의 경우도 특별히 투자 조건에 인플루언서가 명시되지 않는 한은 인플루언서를 캐스팅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인플루언서가 연기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 번 진행을 해본 결과 크게 문제가 없는 수준의 연기를 해내십니다.

 

문제는 현장의 프로덕션 분위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현장 스태프들은 인플루언서는 신인조차 안되는 연기자로 봅니다만 인플루언서 자신은 이미 스타급이라고 스스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을 서로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미묘한 불편함이 프로덕션 진행 중에 계속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참으로 어렵습니다. 아는 배우분들 중에 몇몇 분들도 문의를 주십니다. 친구들이 같이 유튜브 채널을 진행하자고 하는데 하는 것이 좋을지 말이지요. 현재까지라면 안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알 수 없는 것이 요즘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연기 영상을 올리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여깁니다. 같이 영기 공부를 하는 배우들끼리 함께 찍어 보는 것이지요. 그 외에는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니 정답은 아닙니다만, 만일 내가 캐스팅한 배우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내가 구상한 배역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노출되고 있다면 캐스팅을 다시 한번 고려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