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배고파서 영화판을 떠난다는 글을 보고...

nike78 2008.05.15 00:40:24
6년전이다. 학교를 졸업 할 시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필름메이커스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들어와서 제일 처음 본 글이
"배고파서 영화판을 떠난다는 글이였다." 수년동안 영화판에서 조명 일을 하였는데, 얼마전
출산한 애기 분유값이 없어서 영화판을 떠나 조금이나마 생활의 여유를 찾겠다는 글이였다.
너무 오래전 글이라 잘 기억나진 않는다.. 중요 포인트는 꿈을 두고 떠난다는 글이였다.
영화판에 들어서는 나에게는 충격이였다. 하지만 나의 꿈과 목표가 확실했던 시기라 나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 하지만 가슴은 무지 아팠다.

나는 20대 초반은 군대에서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영화판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지내왔다. 작품도 많이 하였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하지만 많은 것을 얻은 만큼
많은 것을 잃은 것도 사실이다. 제일 많이 잃은 것은 주변 사람일것이다. 너무 정신 없이
개인 생활을 잊고 일만 했던 시기라 친구들 결혼식 조차 제대로 참석해 본 일이 없다.
나의 20대 시절은 이렇게 지나갔다.

지금 영화판이 너무 힘들다. 필름업체 왈 " 지금 충무로에 네작품 돌아간다" 이런 말을 들을 정도
이니, 이 얼마나 힘든 시기인가. 작년 여름에 마지막 작품을 하고 한동안 쉬었다. 아니 조금만 있으면
1년을 쉬게 된다. 물론 여러번 면접도 봤는데, 이렇다할 작품은 없었다. 30대초반에 집 눈치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이렇게 오랜동안 서울에서 생활비, 용돈 뭐 이런저런 돈을 아끼면서 살았는데도
남은 돈은 없다. 꼴이 우습다. 몇년을 열심히 살았는데도 1년 쉬었는데 수중에 잔고가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다른 일을 해보기 위해 찾아봤지만 난 역시 영화 일을 하며, 살아가는게 적성에 맞았다.
그래서 무조건 기다렸다. 금방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하지만 좋아진건 없다. 그래서 나도
큰맘을 먹었다. 영화판을 떠나기로.. 지금 30대초반이니깐 충분히 다른 분야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할 수 있을거라는 마음을 먹고 뒤돌아 보지 않고 가기로 했다. 이런 기분은 군대 제대 할때 두번다시 이
동네 바라보고 오줌도 안싼다고 했던 그때 그 기분이다.

5년을 넘게 일하고 번돈은 총 000여만원이다. 지금 잔고는 물론 없다.
5년전 내 곁에서 영화 일을 하는 날 부러워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지금은 그런 친구가 하나 없다.
5년전 내 꿈을 같이 키워가던 동반자도 있었다. 지금은 당근 없다.
5년전 수 많은 꿈들이 사라졌다. 현실은 너무 냉혹했다.

지금은 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이 가엽게 생각하더라.. 난 솔직히 기분 나빴다. 영화판에 한방을
보고 들어온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너무도 많다.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만 견디다 보면 과연 좋은 일이 생길까.. 아니 힘든 일이라도 생길까?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일이 없다. 그렇다고 내 분야도 아닌 파트에서 일 할 수도 없는거 아닌가~

나도 배가 너무 고프다. 얼마전 어버이 날에 정말 수중에 돈이 없어 부모님 선물로 로또복권 두장
사드렸다. 할 말이 없었다. 로또복권 두장 받은 부모님과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를 타기 위해 서있는 내게 만원짜리 몇장을 주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일 없는 동안 쉬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쉬는것도 쉬는게 아니다.
그래서 난 잠시 아니 어쩌면 영원히 영화판을 떠나야 할 것 같다. 노가다를 뛰던, 고깃집에서
숫을 옮기던 뭐든.. 지금은 영화판을 떠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지금 처럼
낡아 빠진 생각으로 돌아올 마음은 없다 . 지금 현장에서 그리고 현장에 나오기 위해서 준비하는
영화인들은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나두 비록 영화판에서 오랫동안 버티고 싶었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다. 삶이 고달프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잃은 건 많아도 가슴 뿌듯했던 순간이
추억이 되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돌아 올수 있기를 바란다. 영화인.. 이 한마디가 얼마나 좋은가.
정말 눈에서 눈물이 나네요... 정말 술한잔 여자친구가 마셔달라고 때를 써도 안마시던 제가 술을 마시네요
정말 피눈물이 납니다. 이렇게 떠나는 것도 그동안 쉼없이 노력했던 것을 단 한사람도 알아주지 않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 받으면서도 택했던 일을 이렇게 그만두게 되서 진짜
너무 속상합니다. 내 인생의 전부라 해도 부족했던 일인데,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게 되면서도 고집 부렸던
일인데, 너무 힘드네요. 제가 데리고 있었던, 팀 동생들에게 너무도 미안하구, 제가 모시고 있었던 분들에게도 너무
죄송합니다. 정말 꿈도 희망도 밥한끼 제대로 못 먹는 상태에서는 도저히 이룰 희망이 없습니다.
영화 4년 전공해서 6년 가까이 현장에서 일을하고 10년이라는 세월을 영화라는 단 한단어에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제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네요. 가장 가슴이 아픈것은 이렇게 무능력한 저를 보고 5년가까이 기대를 하고 곁을 지켜주던 사람조차 지금은없다는 것이 가장 슬픕니다. 세상은 뜻대로 안되는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정말 영화에 미쳐서 돈 벌었던것을 dvd와 극장 관람료로 다 썻던것 같습니다. 이런 제게 아직도 일을 달라며 전화를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요즘은 아예 전화를 안받을 정도로 많습니다. 본인들도 힘들겠지만, 저도 매우 힘든 상황이라 연락이 두절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검소하게 살아왔습니다. 4년동안 티셔츠 한장 제대루 못사입는 제작실장이였습니다. 말이 좋아 제작 실장이지 어디서 티 안나는 사람이였습니다. 정말 열심히 투명하게 일했습니다. 때로는 제가 데리고있던 팀원들에게도 당당할 정도로 투명하게 일했습니다. 아직도 함께 쉬고 있는 팀원들을 보면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쉬고 있는 것이 마치 저때문에 쉬는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동생들에게 다른 곳이라도 가라고 하면, 기다리겠답니다. 그런 동생들을 두고 떠나는 제 심정은 정말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이런 저를 모르고 너는 왜 쉬고 있냐고 하는 주변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정말 제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온줄알고 대학원에라도 갈라구 했습니다. 아니 유학이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다녀오면 졸업하면 괜찮아 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공부라도 더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포기 하였습니다. 세상만사 조금 더 공부해서 되는 일이라면 하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영화판은 그렇지 못 한것 같습니다. 영화하면서 돈을 너무 쉽게 버는 듯한 감독과 제작자를 많이 만나 보았습니다. 그리고 같이 작업도 해보았습니다. 세상에는 보여지는게 전부가 아니였습니다 .그들은 무척이나 노력했고 무척이나 고민하고 생각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모두가 노력했는데 1%로도 안되는 사람들만 돈을 버는 곳이 이곳인것 같습니다. 일하는 6년동안 인건비 조차 상승 된적이 없습니다 . 제가 막내때 받은 인건비와 지금 막내가 받는 인건비와 상승률이 전혀 없습니다. 기가막힌 일이죠. 현재 뒤바뀐 인건비 제도 조차 제가 따져본 결과로는 상승률이 전혀 없습니다. 눈 속임에 불과합니다. 만약 상승된 것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2주에 한번 돈이 나온다는 체감과 돈을 떼이지 않는 다는 체감 정도 일것입니다. 제가 다시 돌아오는 날에는 좀더 인간적인 영화판이였으면 합니다. 정말 한국영화로 가득한 극장이 생겼으면 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한국영화 제작자들이 너무 기만한것도 있습니다. 그냥 저는 단지 바램입니다. 지금 영화관에 가면 한국영화가 너무 맥을 못 추는 듯 합니다. 예전처럼 한국영화가 외화보다 우월하던 시절이 돌아왔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모든 영화인들이 힘을 내주셨으면 합니다. 저처럼 약한마음 본전생각하지 마시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세요.제가 이런 두서 없는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 단지 누군가에게 마구 떠들고 싶었습니다.
영화인들이여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