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하신 말씀 너무나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FemmeSsong 2016.06.16 06:55:23
저랑 전화하신 그 선생님께서 이 글을 읽으시던 읽지 않으시던 이런저런 고민때문에, 제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려 잠이 오질 않아서... 혼자 밤새워가며 이리저리 뒤척이다 넋두리를 해야겠다 싶어 쓴 글이고 무진장 기니까 뒤로가기 누르셔도 괜찮습니다 (ㅎㅎ)



워낙 좁은 바닥이라 그분이 곧 이 글을 읽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 글을 보면 언짢게 생각하실 것 같아 먼저 송구스럽네요.


대선배님이실텐데 이렇게 글을 올려도 되나 매장당하는건 아닌가(ㅎㅎ) 겁도 나구요.
그래도 용기를 내서 감히 이야기 올려 봅니다. 배우님이신지, 감독님이신지 모르는 선생님께요.





저는 배우가 되고 싶은 스물넷 처녀입니다.


이미 굴뚝같은 마음만은 개성이 뚜렷한 연기파 배우이고 제가 가진 열정만은 진짜 배우입니다.


좌절했었던 꿈을 다시 쥐고 시작하려고 마음먹은지는 얼마안되었지만 숨쉬는 순간순간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단지 연기를 하는게 아닌 하는것을 상상만 해도 행복합니다.


아직은 현실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에 철부지로 보일 것 잘 압니다. 하지만 욕심이 자꾸만 납니다.





사족이 길었네요.





어제 일을 하다가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 제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쌩초보지만 야박한 시장에 서로 마음만이라도 정이라도 나누면서 지내고싶어 많은 사람들이랑 소통하면 좋겠다 싶어서 카톡 아이디를 남겼었습니다.


연락이 오지 않길래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길래


혹시나 제가 학원이나 레슨선생님 구한다는 글을 보고 상담전화가 온 줄 알고 받았었습니다.





한예종 대학원 출신에 얼마 전엔 청룡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까지 다녀오셨다고 말씀하시는 분.


박소담님이랑 김고은님이랑 말을 놓을 정도로 친분이 있어보이시던분.


그래서 그런지 현실적인 부분들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더라구요.


(맞는지 아닌지 사실유무는 사실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구요. 저랑은 관계없는 배우들이니까요. 저는 제 길만 걸으면 되니까요.)





부모가 영화감독이거나 얼굴이 특출나게 예쁘거나 돈이 많거나 무술이나 음악적인 감각이 있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학연이 있지 않으면 이 바닥에선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네. 잘 압니다. 이 바닥 그리 만만히 볼 곳이 아니라는 것.


뛰어들어본적도, 스치듯 경험해 본 적도 한 번도 없습니다.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지는 얼마안됬지만 배우가 되려고 마음먹기까지 걸린 시간은 십 년이 훌쩍 넘습니다. 이것저것 알아볼 때 수백, 수천, 수만번을 고민을 하면서 많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하고싶은걸 하면서 배를 굶는 고통보다 떵떵거리며 여유있게 살면서도 정신은 공허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것 같아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이 길로 들어서기로 했습니다.





말씀은 너무 감사했습니다.


연기관련 전공이 아닌 사람이 단편 몇 편 찍고 젊은 나이에 이름 알리는건 로또 맞을 확률이랑 비슷할거라고.


그러니 현실을 직시하고 입시를 해서 한예종이나 중앙대로 가서 일종의 명함을 가지고 나오는게 더 편할 것이라고.


그게 아니라면 다른쪽으로 잘 생각해보시라고 하셨지요.





그런데요...... 저는 그러기 싫습니다.


아직 풋내기인 제가 생각하는 영화판은 죽자살자고 뛰어들어도 성공못하는 곳으로 보이는데......


입시의 고통으로 쩔쩔매면서 없는 형편에 누구 도움 받을 수도 없고 서울엔 연고도 없는데다


이미 기존에 다녔던 학교 등록금도 다 갚지 못한 상황에서 연영과에 들어가서 피골이 상접해서 고통스럽게 연기를 하는것 보다...





지금 제 본업도 즐기기에 행복하고 이 일로 인해서 주변사람들을 관찰하게 되고 제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분들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고 그래서 연기에도 투영해보고...... 좀 더 생활과 밀접한 연기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연기를 즐기고 싶습니다. 지방에서 왕복 여덟시간 걸려 매주마다 서울에 올라가서 배워야 한다하더라도 기꺼이 즐길 수 있습니다.
발품을 팔아서 좋은 학원도 찾고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게 아니라면 개인레슨 선생님도 수소문해서 좋은 분 찾아 배우고 하면서 기본기부터 탄탄히 배우고 싶습니다. 현실이 뭐든 영화판이 뭐든 그런것 신경쓰기보다 우선은 제 밑바탕. 배우로서의 자질, 마음가짐부터 다듬고 가꿔야 배우가 되는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기를 어디서 배우든, 선생님이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배역에 맞는 배우를 찾는 영안을 가지신 감독분들은 많으실테고 로또맞을 확률이더라도 간간히 연영과출신이 아닌 신인들도 배출이 됩니다. 그게 제가 아닐거라는 생각안합니다. 허황된 꿈이라도 제가 꾸니까요. 그런 허황된 꿈도 값어치는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아직 고통을 겪어보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허황된 꿈, 꿔 보고 싶습니다.





만약에 제가 프로필을 낸다 하더라도, 이름 알아준다하는 연영과 타이틀 못 달아서 감독들이 읽지도 않고 버린다고 하셨지요.


그럼 제 프로필을 읽을 때까지 내면 됩니다.


10년이 지나 중년이 되었을때까지 꾸준히 내다보면 언젠가는 저를 받아주시는 감독님도 생기지 않을까요.

그렇게 짧은 독립영화 한 편, 단편영화 한 편 꾸준히 조금씩 느림보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다보면 빛이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저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주연여배우가 꿈이 아닙니다.


쟤는 연기를 즐길 줄 안다, 저 역할을 쟤한테 주길 잘했다하는 말을 듣는 조연배우가 더 행복 할 것 같습니다.


못생긴 역할을 해도, 하다못해 땅바닥을 뒹굴고 흙먼지를 뒤집어 써 가며 모난 역할을 다 도맡아 하게 되는 배우가 되더라도 제가 행복하면 된 것이지요.





또 사족이 길었네요......


어쨋든 저는 입시연기 하기 싫습니다. 본업을 포기하기도 싫습니다.


제가 서울에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하니 본업을 포기하면 연기를 배울 돈이 없습니다.


주말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씀하시던데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라도 꾸준히 배워서 밑바탕을 튼튼하게 하는게 제 목적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확신이 듭니다. 언젠가는 제가 꼭 배우로 밥벌이를 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요.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고 한결같이 꾸준히 저는 배우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려고 하니까요.


사실 매일 생생하게 꿈을 꿉니다. 카메라 앞에서 미친듯이 연기를 하고 감독님 칭찬을 받는 꿈. 그만큼 절실한가 봅니다.





저는 그렇게 그냥 꾸준히 제 갈 길을 알아서 가고 싶습니다.


솔직히 저에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맥이 먼저 빠지더라구요. 포기하라고 하시는 것 같아서.


물론 현실을 직시하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하신 말씀인것 잘 압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매년 몇 천 명의 연기자가 학교를 졸업하고있고 그중의 대부분이 여러 이유로 포기를 한다는 것두요.


그런 상황에 저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확률로 꿈을 꾸고 있다고 말씀하시려 한 것도 잘 압니다.





그런데 사실대로 말하자면 선생님 전화를 차라리 안받았었더라면 하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화가 너무 났습니다. 제가 왜 제 꿈을 펼치려 하기도 전에 포기를 권유하는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더랍니다.


전화거신 의도는 너무 감사했습니다만...... 그리고 너무 죄송합니다만 저는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다 듣지 않겠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직접 힘든 걸 겪기 전에 포기하는게 시간낭비도 안되고 더 좋은 길이라 생각하셔서 직접 전화까지 해주셔서 충고를 하셨겠지만 저는 굴러도 제가 직접 구르고 힘든것도 제가 직접 겪어보겠습니다.





십 년이든 이십 년이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후에 만약에 선생님도 영화판을 벗어나지 않고 계신다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말주변이 없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가 섣불리 하는 말이 오해를 부를까봐 걱정도 되구요. 제가 하고자 한 말이 다 잘 전달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보다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삶으로 해서 연륜이 있으실테니 오해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으실 것이라 믿습니다. 부디 언짢게 보시진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저랑 선생님께서는 가치관이 다르신거니까요.











어.... 이 글을 어쩌다가 읽게 되신 분들께는 스크롤의 압박으로 인해 시간낭비 하게 만들어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ㅎㅎㅎㅎ


그리고 여러분들 모두 가는 앞길에 꽃길만 찬란히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P.S 혹시 저처럼 무작정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거나 아니면 곧 그렇게 할 생각이신 분 계신가요?


그리고 혹시나 실례되지 않는다면 소통하며 지내실 분 계신지요..?


솔직히 외로워서요 호호;


고독한 싸움이라지만 그래도 같이 걷는다면 좀 덜 힘들지 않을까요.


정보를 주고받고 하는 구체적인 이득을 바라는게 아니라 정서적으로 서로 위로도 해주고 좋은 일 생기면 나누고 하는 그런 분이 한 분쯤은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분들을 저는 유명대 연영과에서 동기처럼 생각하듯 저도 영화판에 뛰어든 동기들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댓글 꼭 좀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