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junsway 2005.06.05 21:55:42
아는 감독한테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을 봤다고 했더니 어떠냐고 반문했다.

솔직히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까지는 재미있게 봤는데 이 영화는 보고 나오면서 무척 허탈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홍상수 감독 영화는 돈은 아깝지 않다라는 그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돈은 아깝지 않지. 최소한 홍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두시간 동안은 정신없이 낄낄거리고 남자의 환타지

(정확히 말하면 뒤틀린 남자들의 의외의 사정같은)를 꽤 풍성하게 접할 수 있으니까......

영화하는 후배 여자분이 홍상수와 김기덕 영화에 나오는 여자캐릭터는 정말 구역질 난다라는 표현을 했다.

그렇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포르노그라피가 남성들의 성적 욕구를 위해 당파성을 가지고 제작되었듯이

홍상수는 남자들을 위한 고급 포르노같은 영화들이다.

한 친구는 '생활의 발견'을 보면서... 다른 친구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보면서 제발 이제 그만하라고

소리친 사실을 상기했다. 아... 난 한템포 느리게 이 영화 '극장전'에서 그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평론가들이나 영화기자들이 이 영화에 대하여 굉장한 호의를 가지고 입에 침이 마르지 않게 떠들어 되었을 때

내 안에는 한가닥 기대감이 있었다. "아, 이제 좀 홍상수 감독님의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기대는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아직도 성장하지 않은 남자들이 철없는 짓거리들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래.... '오, 수정'까지는 정말 얼마나 훌륭했던가.... 정보석의 연기가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나중에 정보석이 침대시트를 가지고 가지고 싶다고 했을 때는 정말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한 멋적은 남자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그 과정에 난 통쾌한 환타지를 느꼈다.

그런데 '오 수정' 이후의 남자 캐릭터들은 빌어먹을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 버린다. 지겹고 짜증난다.

물론 그렇다고 홍상수 감독님의 남자들이 기존 영화에서처럼 여자들을 위해 사랑을 헌납하고

일상을 뒤집어 엎은 픽션의 가상 캐릭터로 마구마구 어른스러워 지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홍상수 감독님, 이제 좀 남자 주인공이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으로 성장해도 홍감독님의 그 재능이 살아서 움직일 수 있으리란 기대와 희망을 꿈꾸는데....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요? 오히려 '오 수정'과 '강원도의 힘'이 그립습니다.

제가 너무 편협한 걸까요?




마틴 트레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