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킹 경험담

vito 2010.02.01 22:58:09

제가 영화현장에서 메이킹카메라를 잡은 경험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도 초보인지라 풍부한 얘기는 못해 드리나

필커에서 받은 여러가지 은혜(?)에 보답하고자 이렇게 글을 남김니다.

처음 메이킹을 시작하시거나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요.

잡다하게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겠습니다.

 

현장마다 사람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고 호흡이 다르고

여러가지가 다르겠습니다만,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것은 비슷하겠죠?

메이킹 기사도 마찬가지로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눈치껏 움직여 줘야하는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현장 도착하는 시간. (머 이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다음 장소와 촬영시간 등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겠죠.

 

촬영시.

오늘은 어떤 장면을 찍는지에 대해서 가능하다면 한번 쯤 미리 살펴보세요.

어떤 컷을 어떻게 찍을까에 대한 생각도 해보시구요.

찍다보면 여러번 테이크를 갈때가 있죠.

영화를 찍는 메인 카메라는 테이크를 여러번 가더라도 앵글을 많이 바꾸지 않겠지만

메이킹은 요리조리 장소를 바꿔가면서 배우가 잡히는 앵글을 바꿔볼수도 있고

또 배우와 스탭을 동시에 촬영하기도 하며

스탭만을 촬영할 수도 있다는 여러가지 선택의 기쁨(?)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메이킹기사의 움직임만 봐도 초짜인지 아닌지 구별된다고는 합니다만,

초짜이든 어떻든 열심히 찍으면 되겠죠?

 

촬영할 때 명심해야 할 포인트는

내가 지금 무엇을 찍고 있느냐에 대한 생각입니다.

같은 씬을 찍을 때도 배우의 움직임이냐, 표정이냐, 촬영 현장이냐 등등의 선택.

보통 한 장면을 몇번씩은 찍기때문에

이번에는 배우의 대사 위주로 미디움샷을 잡아보기도 하고

이번에는 같은 장면이니까 배우의 움직임에 대해서 잡는 풀샷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 전체 스탭의 움직임과 같이 현장을 담아보기도 하고. 

 

단, 주의할 사항이 있는데요.

너무 열심히 몰입해서 찍다보면

영화를 찍는 메인스탭에게 방해를 줄 수 있다는 것.

그거는 진짜 조심해야 할 중요한 사항입니다.

 

사실 메이킹은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거든요.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곁에서 담아내는, 스케치 작업이죠.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NG장면 등

생생한 영화 현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놓는 것이 메이킹의 역할이죠.

 

그렇듯이 이런 임무를 갖고 현장에 간 메이킹 기사는

영화 촬영에 방해를 줘선 안됩니다. (조심조심 살살~~)

예를 들어,

(이런 악몽은 없어야겠지만) 영화촬영카메라에 잡힌다던가 ( 항상 카메라 위치,앵글,사이즈 파악)

(누구나 조심해야 하지만) 핸드폰이 울린다거나~~ (쥐구멍이 필요함)  등등.

 

방해를 주지 않는 동시에 순간 포착도 잘해야 합니다.

메인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는 재밌는 장면들이 가끔 연출되거든요.

때를 놓치지 않고 그 광경을 잡아내는 순발력! 이거 필요하죠~

나중에 편집에서 쓰이든 안쓰이든 일단은 찍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 편집하니까 생각나는데요.

홍보팀에서 처음 메이킹을 기획할 때 미리 주문하는 요소가 있을 겁니다.

편집의 방향과도 밀접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미리 메이킹 완성본이 어떻게 만들어질지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다면

촬영에서도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답니다.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기기도 하구요.

 

메이킹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우위주의 촬영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배우가 차지하는 부분이 가장 크기도 하지만요.

때론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부분도 필요할 때가 있겠죠.

 

인터뷰.

출연 배우의 인터뷰를 촬영할 시에는 미리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마음 속으로 정리를 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때를 잡아서 배우에게 접근, (이때 적당한 때가 중요! 화장실가는데 잡지 말공...)

해맑은 미소로 인사를 하고 인터뷰에 응해줄지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배우와 조금 더 친숙해져 있다면 인터뷰를 하는데 있어서 부담감이 줄어들 겁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질문사항을 미리 말해주고

앵글을 잡고 카메라를 돌리고 질문을 합니다.

 

말씀 잘하시는 분들은 질문에 대한 요지에 깔끔하게 답변을 해주시곤 하는데

아닐때에는 인터뷰가 산으로 갈 경우도 있으니 좀더 구체적인 질문이 필요하기도 하죠.

인터뷰가 끝나면 감사의 표시로 다시 한번 해맑은 미소를 전해줍니다.

가끔 인터뷰를 거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나름 사정이 있을 터이니

그때도 역시 미소로 답합니다.

 

스탭.

메이킹 기사는 홍보팀에 분류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영화를 만드는 직접적인 작업에 속하지 않죠.

그러므로 영화 스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조금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랄까. (쉽게 말해 왕따?)

왜냐하면 조명팀이면 조명팀, 촬영팀이면 촬영팀 등

각 팀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같은 홍보팀으로 분류되는 스틸기사와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게 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고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가능하다면 모든 스탭들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즐겁게 일을 해야 일도 어렵지 않겠죠?

 

 

지금까지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았는데요.

 

다시한번 정리해보자면,

메이킹의 장점으로는 촬영장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분야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고 (모두 공부가 되겠죠?)

여러 사람들의 작업방식을 볼 수가 있으며, 많은 영화 스탭들과 관계할 수가 있으며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특히 현장에서의) 이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메이킹을 직업적으로 선택하든 아니면

경험과 공부의 시간으로 활용하든

영화 현장에 있어서의 모습들을 관찰(?)하고 연구하기에는 좋은 작업인 듯 싶습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듯,

팀작업이 아니므로 현장에서의 고독을 이겨낼 수 있는 성실한 마음자세와 

두루두루 친해질 수 있는 훈훈함과 미소를 겸비한다면 재밌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또한 영화를 직접 만드는데 기여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

심적으로 고통을 가할지도 모르나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이겨낼 수 있다면

그까이꺼 힘겨움은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 영화가 나날이 발전하여 헐리우드를 지배하는 그날까지

모든 분야의 모든 분들이 힘을 합쳐 달려가 보아요.

 

이상, 비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