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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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겨울밤에

ty6646
2012년 02월 05일 01시 26분 52초 2906 1

2012. 2. 5. sun. am 1:17

 

 

 

 

 

 

 

한밤에 아내가 일어났다

너무 자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길래 데리고 나갔다

겨울 찬바람이 휑하니 불어오니 시원하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아내 손잡고 걷다가 편의점에 들어갔다

아이스크림과 삼각김밥과 따끈한 현미차를 사서

편의점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아내에게 먹였다

 

핸드폰을 끊임없이 만지작거리며

자기가 좋아서 따라다니는 인디즈 밴드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솔직히 아내가 그들 이야기를 할때마다 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하나도 관심은 없고

그저 아내 섭섭치않게 반응은 해주어야지하고

적당히 대꾸해주고 있다^^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어깨 주물러주고

목이 아프다고 해서 목을 만져주고

셔츠가 약간 올라갔길래 옷을 살짝 내려주고

손이 차길래 손을 잡아주고

그렇게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많은 고민과 벽을 느끼며 살고있고

많은 절망과 허무로 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많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떨고있지만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척 아양떨면서 잘 지내고있다

 

힘이 센 악어가 뱀에게 삼켜버리고나서

뱀의 몸속에서 발버둥치면

뱀의 몸통이 터질듯 싶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뱀의 몸통은 고무처럼 악어몸에 철썩 달라붙어서

악어가 몸부림치면 그것과 똑같은 동선으로 뱀의 몸통도 움직이기 때문에

뱀의 몸통이 악어의 몸부림으로 인해 터지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소화액에 의한 악어몸통의 부피가 늘어나거나

삼킬때 생긴 위벽의 상처에 소화액등이 붙어서

결국 터지는 일이 발생한다고는 하지만...

 

어쨌건 난 지금 뱀에게 삼쳐진 악어처럼

그 어떤 것에 삼켜진채 20여년을 지내고 있는 느낌이며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이 망할놈의 조여오는 뱀의 몸통속 같이

내 몸에 철썩 달라붙은 이 무언가를

떨쳐내거나 터뜨려 버릴 수가 없는 무기력한 이 느낌...

 

난 지금 아내가 있어 행복하고

한편으론 무기력한 내 자신때문에 불행하다

언젠가 그대가 제시한 그 액션을 취하라는 말...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누가 내 등을 떠밀어 주지 않는한 내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있어서 이젠

내 하체가 들러붙어 화석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영원히 이대로 죽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그런 무기력한 느낌.......

 

40대의 절망인가......!!!!

 

 

 

 

 

 

 

.....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오창
2013.09.08 13:23
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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