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술집이 없다

hal9000 2000.05.18 20:59:38

그래서 차라리 잘 됐다 싶다.
없다고 취하는 걸 피할순 없지만도 동네에 술집이 없는게 있는거 보다는 낫다. 요즘같이 남들하고의 대화가 말도 안될 때는 온 몸의 땀구멍에서 흰털이 나올것만 같다. 대화가 끊기고 말하는 능력이 쇠퇴하고 말하기 싫으니가 생각도 제자리이고 어두운데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까 피부도 하얘지고 건강이 나빠져서 기침도 한다. 기침 때문에 괜한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서 열나고 머리 아프고 돌연 판단력이 흐려진다. 반전. 그 상태로는 판단의 감을 못잡으니 내가 병원균인 것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약국에서 꽃그림이 있는 시럽을 사다가 쪽쪽 빨아 먹고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일파만파. 대목을 만난 약국과 제약회사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하며 제 값 받고 팔 약상자들을 사람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감추듯이 세워둔다. 그럼 그 상자를 보는 길가의 강아지는 태어나고 가장 많이 본 광경으로는 꽃그림 기침약을 사가는 사람들의 모습일 것 같다. 계속 거기서 구경하던 강아지는 숱하게 왔다갔다 하는 이들에게 김침 한방을 맞고는 전염이 되어서 자기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음 날, 또 약국으로 구경가려던 강아지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온 것을 느끼고는 눈꼽을 흘리며 잠자코 업드려서 짖지도 못할거 같다. 그러면 개주인은 쓸모없는 개라며 나무라고는 지나가는 개장수에게 냅다 넘겨주고 천원짜리 몇장을 받으면 그 뿐인가. 그 개는 경기도 어느 식당으로 균을 안은 채 팔려가서 몇 그릇의 음식으로 바뀌어 사회로 환원된다. 빽그랜져 타고온 김사장에게도 환원되고 무쏘 타고온 강남의 대머리 아저씨 한테도 환원되고 그 옆에 앉아있는 대학생 한테도 환원되어 작은 한몸 이바지하고 원없이 눈감게 된다. 그 정도로 균이 퍼지면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감염되는 궤도에 오르겠다. 더군다나 일주일 안에 같은 맛을 내는 보신탕 만드는 법을 비디오 테이프에 카피해서 남에게 떠넘겨주는 숙제도 없다. 균은 일신 우일신 한다. 문제는 내가 즐거워 한다는 거다. 처음에 나혼자 기침하는데서 끝냈어야 되는데 그걸 막지 못한게 우리나라를 감기로 물들게 한다. 물론 예상했던 주위사람들은 꽃그림이 그려진 시럽을 권하고는 다시 일기예보를 시청했지만, 난 우격다짐으로 기침 안한다고 하고 그 다음엔 농담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감기에 걸려서 판단력이 흐려지면 난 그때 새로운 감기약을 만들어서 돈을 벌어야지. 동네에 술집이 없는 여러분. 그걸 잘 이용하기를 권한다. 도덕적이건 아니건 나는 시간이 지나면 돈이 남을수 있으니깐 자발적 소외를 택하라느니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까 그런 상상은 말라느니 하는식의 힘없는 설득은 국민 여러분이 피했으면 한다. 국민 여러분이 안 피하면 내가 피해도 되지 않을까 싶으니까. 내 사전엔 두 가지가 없다. 은퇴와 진실.

문제1) 위 글에 등장하는 인물로서 화자인 '나'는 누구 일까요?
1. 글쓴이 2. 우장춘 3.방정환 4. ________

-위 문제의 정답을 아시는 분은 관제엽서에 답을 적으셔서 장농에 보관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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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