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vincent 2004.02.13 11:52:19
30년을 한 길을 걸어간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
'경외감'이란 말로 간단하게 압축될 수 있을런지.

데뷔 30주년 기념으로 후배들이 '이정선 포에버'라는 제목의 헌정앨범을 내놓았다지.
본인 심정은 어떨까.
한편으론 후배들이 고맙고, 대신 엄청 쑥쓰럽고 그렇겠지.

어릴 적 이정선은 내 이상형이자
(이 말을 하면 웃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다.
더불어 김창완도 이상형이었다고 하면 더 웃는다. 그들이 어디가 어때서)
나의 기타 선생이었다.
(물론 직접 가르쳐준 건 아니다 --)
그 맘 때 '이정선의 기타 교실'시리즈를 교과서 삼아
혼자 기타줄을 팅겨댔던 애들이 어디 한둘이었을까.
게다가, 나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 좋았다.
읽었을 땐 예쁘장한 가사 같아도
그가 부르면, 우울한 동화가 되었다.
힘이 실리지 않은, 기타 소리에 적당히 얹혀져 있는 그의 목소리는
넘실넘실 어린 소년 소녀들의 어두운 상상력을 부채질했다.

30년.
정말 긴 시간이다.
단 한 번도 요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내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주는 사람.
나는 후배들이 2004년의 감성으로 다시 부른 그의 노래보다
여.전.히. 이정선의 목소리로 직접 그의 노래를 듣고 싶다.

이정선의 목소리로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듣고 싶었는데
찾는데 실패하고 결국...
소년 소녀들의 우울한 사춘기 감성을 마구 부채질하던
"섬소년"으로 대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