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junsway 2005.08.24 17:38:52
애초부터 술자리만큼은 정해지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야 했다.

무려 17년째 맞이하는 술자리 인생에서 얻은 교훈이라는 것은 '술자리란 시작할 때와 끝날때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 때론 우리 오늘 먹고 죽자고 하며 모인 술자리가 9시도 안되서 모두 파한다거나.... 딱 정말 한잔만

하자고 시작한 술자리가 밤을 새기도 하는 법.....


몇년전 그 술자리는 정말 지금 생각해도 무시무시한 자리였다.

후배 한녀석이 술을 먹자고 전화했다. 무슨 일이 있냐고 했더니 그냥 심심해서.... 하긴 술이란 게 무슨 이유로 먹는것

도 아니고.... 저녁에 종로에서 만나 소주를 먹었다.... 간단한 찌게를 시켜놓고 소주를 둘이서 한 3병쯤 먹었을까

나도 알고 후배도 아는 친구가 전화가 왔다...'어디냐?'

친구가 와서 자리를 옮겨 소주 3병을 깠다.

후배의 여자친구가 전화왔다. '어디야?'

후배의 여자친구가 와서 그 자리에서 다시 소주 두병.

이번엔 친구의 여자친구로부터의 전화 '또 술먹어?"

그 여자친구까지 합세해 또 소주 3병........

나와 후배는 거의 인사불성.

입가심한다고 맥주집에서 각자 거의 500cc 세잔 정도씩 마신 것 같은데...

술이 거나해지자 후배의 여자친구가 내일 이사하는데 도와달란다.

술김에 오케이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후배가 자기 집에 가서 자고 같이 이사짐 옮기자고 했다.

후배 따라서 후배집 근처에 갔는데 술한잔 더 하잔다.

감자탕집에 가서 또 소주 두병.

집에 가면서 맥주 몇병 사가지고 가서 영화 보면서 다 마시고

아침에 잠깐 잠들었는데 한 두시간 잤나?

일어나서 부리나케 후배 여자친구의 집에 가서 짐을 인사동까지 옮겼다.

오전 11시쯤 됐을까?

고맙다고 후배 여자친구가 밥을 산단다.

어제 술이 과했다고 인사동 중국집에서 굴짬뽕을 먹으며 해장하는데

장난스럽게 '해장술할까?' 한것이 소주 세병.

자리 옮겨 또 소주 마시는데 어제 같이 마신 친구가 전화와서 "또 마셔?"

아예 여자친구까지 데려와서 또 엄청 마셨다.

다들 술에 취해 시원한데 가고 싶다고 해서 오후 세시쯤 한강 고수부지 가서 또 맥주를 엄청......

잔디에 구르고 꽥꽥 소리지르고... 별 지랄 다하다가

갑자기 친구의 여자친구가 속이 허하다며 고기 먹고 싶다고 해서....

다시 홍대앞으로 가서 고기를 구우며 소주 대여섯병.....

어두워지자 술발 살아난다며 자리옮겨 다시 소주 대여섯병.....

때마침 배우한다는 후배가 전화와서 불러 다시 대여섯병......

다시 자리옮겨 맥주 엄청......

결국 여섯명이 가진 돈 다 떨어지고 집에갈 지하철비 밖에 없자

친구의 여자친구와 후배의 여자친구는 집에 가고 배우녀석 좋아한다는 여자애 술사라고 불러내서

마지막으로 홍대 앞 소주집에서 소주를 줄창 먹어제꼈는데.......

1박 2일에 걸친 이 술자리를 파하고 지하철을 탔을 때 그 기분이란.....

누구말대로 이런 정신으로 시나리오를 쓰면 박정우 작가 안부럽게 돈 번다고 다들 말하지만.....

누가 알 수 있으랴? 술의 시작과 끝을.....

대학 동창이 동네 부랄친구들과 경기도 일대를 다니며 우물을 파주고 번 몫돈으로 두달동안 쉬지 않고 술을 먹었다는

말을 정말 믿고 싶었다.... 정말 그럴 수 있으리라......

집에 돌아와 16시간을 잤다.... 다시는 이런 미친 짓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되뇌이면서......



마틴 트레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