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

kinoson 2006.06.28 18:15:41
아는동생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 오빠 술한잔 먹자...

그다지 술을 즐기지 않는 애가 왜이럴까? 약속장소로 갑니다.
센티한 분위기와는 좀 동떨어지지만 곱창에 소주 시킵니다
한동안 말없이 술만마시더니 갑자기 웁니다.
당황스럽죠...남자들 가장 당황스러울때가 여자 울때 아니겠습니까...

- (속마음) 얘가 왜 이러지? 나한테 고백할려고 하나
- 오빠...있잖아
- 괜찮아 얘기해..
-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그 사람 나 아는 언니랑 사귀기로 했데...
- (그럼 그렇지) 어......그래...? 그렇구나...

다시 말없이 술만 마셔댑니다. 마음이 많이 아픈가 봅니다.

- 나랑 잠까지 자놓고 그럴수 있는걸까?
- (주변 사람 살짝 의식합니다) 어....근데 조금만 작게 얘기하자 ... 그래도 되지?
- 그 언니한테 그 오빠 나랑 얼마전에 잤다고 다 말해버릴꺼야..
- (측은합니다) 그래....근데....실행에 옮기지는 마....너 ....더 추해져...

잠시 저를 말없이 바라보더니 다시 술을 마십니다.
벌써 빈 소주병만 세병째....뭐라 해줄말이 없습니다.

- 너무 많이 마시지마...속버린다
- 누가 그러데....상처에 알콜 바르면 소독 된다고...나 소독하는중이야.....잊을려고..

괜히 마음이 아픕니다. 불쌍한 동생을 위해 특별 서비스로 차돌배기도 시켜줍니다.

- 같이 마시자. 내가 해줄수 있는게 그거밖에 없네...
- 이럴때 오빠가 있어서 좋다...오빠는 항상 그자리에 있어주네..고마워

내가 단지 몇사람이지만 누군가에 든든한 사람이었다니...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아직은 약간 선선한게 술마시기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