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목감독님의 생전 인터뷰 중에서

jelsomina 2009.07.02 12: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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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목감독님의 생전 인터뷰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생계를 위해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당시의 영화적 환경은 나에게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을 할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영화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힘들었던 시대였다. 나는 <오발탄> <잉여인간> <잃어버린 청춘>(57) 같은 어두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매너리즘을 피하고 싶었다. 생계를 위해 싸구려 영화를 찍어야 했을 때, 나는 부끄러웠다. 나는 고집쟁이가 되고 싶었다. 나는 인간과 신에 대해 파고들고 싶었고, 최인훈의 <광장> 같은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제작자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나는 잉마르 베리만을 존경했고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처럼 기이하고 색다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건 상업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그런 영화에 누가 돈을 댔겠나. 나는 야심을 접고, 항상 제작자와 관객과 타협해야 했다. 내가 가장 한탄스러운 것은, 결국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과 단념에 빠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