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뭔가에 홀렸다가 풀린것 처럼 어리둥절하다.

ryoranki 2002.04.19 04:39:35
새벽4시다. 머리를 잘랐다. 예전처럼..

머리를 감싸고 도는 바람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머리가 잘려나가는데 그렇게 속이 시원하게 느껴질 수 가 없었다.
기분이 가뿐하다.
오늘 처음 대낮 혜화동 거리는 여유롭구나 느꼈다.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 로타리 고가밑 신호등을 가만히 기다릴 수도 있었다.
모든게 머리 때문이었다고 난 그렇게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뭔가 예전의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고들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긴머리는 악몽이었다.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나를 믿지 못하게 했다. 힘들게했다.

알수가 없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머리를 자르지 않고도 견딜 수 있었던 거지?

난 지금 뭔가에 홀렸다가 풀린것 처럼 어리둥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