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의 새로운 소식

sadsong 2005.03.06 00:01:01
마흔이 다 되어서야 얻은 두 딸을 둔
아버지의 절친한 중학교 동창인 아저씨.
아저씨 부부는 사내 아이 셋이 바글대는 우리집을 종종 찾으셨고,
오실때마다 우리들을 반갑게 맞으며 듣기 좋은 말씀을 해주곤 하셨다.

특히 아주머니는,
아들들 많아서 든든하겠다거나,
다들 키도 훤칠하게 크다거나,(실제로 우리 형제들은 어느 누구 하나 키가 크질 않지만.)
그 녀석들 참 잘 생겼다거나 하는 식의 인사를 거의 매번 빼놓지 않으셨다.
그저 의례껏 해 주시는 인사겠거니 여기기도 했던.

그러다가,
아주머니의 그 밝은 인사 뒤에 담긴 어떤 아릿한 눈빛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내 나이가 어느정도 더해져가던, 그 즈음이었던 것 같다.


어느새 저마다의 독립된 울타리를 갖고 살아갈 나이가 되어버린 그날의 아이들에게,
'울타리 밖'의 아저씨, 아주머니를 만날 기회는 자연스럽게 줄어갔다.
잊혀져 가는 어린날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사이,
어려서 몇번 어울리기도 했던, 나와 동갑인 그집의 큰딸 OO는 결혼을 했고,
아주머니가 한 두 차례의 어떤 수술을 받으셨고,
그것과 무관하지 않은 이유로 도시를 떠나 강원도 한적한 곳으로 이사했다는 소식들을
엄마를 통해 가끔씩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 역시, 울타리 주변을 잠깐씩 맴돌 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흘러지나가 버리는 이야기로.


그리고 오늘,
어느 결혼식에서 그 아저씨를 만나고 오신 부모님은 나에게 새로운 소식을 들려주신다.

"OO엄마, 몇 달 못 산댄다.."



지난날의 그 모습들이, 그 웃음이, 그 웃음 사이로 묻어나던 아릿한 눈빛이.. 이렇게 생생한데..

"아이고, 잘생겼네.... 어머.. 많이 컷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