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도 비가 옵니까?

image220 2001.08.29 21:39:48

촬영장 한쪽에 앉아있는데
핸드폰에서 소리가 난다.



              바보야너무슨시간
              이야??



알지못하는 번호였다.



             전화번호를확인하
             시고다시보내세요
             저는바보가아닙니
             다무슨시간인가하
             면지금은점심시간



곧 답신이 왔다.



             몇살이세여..초등
             학생


             스물여섯살입니다


             저는25살인데..




거짓말. 너 초등학생이지.



              그렇군요메세지를
              친구에게보내려던
              것이아니었습니까
              ?확인해서다시보
              내시지요


              아라따



오후가 되자 구름이 제법 많아졌다.
도무지 해가 나올 것 같지 않아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그냥 가기로 한다.
시간을 보려고 무심코 전화기를 연다.
어느새 와 있는 메시지.


            아까전화했어요?


아뇨,라고만 하려다가


            아뇨전화는할까하
            다관뒀는데요




굵은 방울이 한두개 떨어지더니
이윽고 쏟아져내리는 비.
모두 달려들어 장비를 남의집 처마에 몰아놓고
제비새끼들처럼 비를 피하고 있다.
나는 철물점에 가서 비닐을 길게 잘라서
그것을 뒤집어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비가억수같이쏟아
              집니다거기도비가
              옵니까?




더이상 답은 없었다.
비는 곧 그쳐서 트럭이 왔을 때는 비닐이 필요없었다.


오늘밤 열한시 이십분의 청량리발 강릉행 열차를 타려고 한다.
남은 몇시간동안 누구는 씻고 누구는 잠을 자고
누구는 한 잔 하러 다녀온다.
일곱시간이나 걸린다니 왕복으로는 열네시간이다.
슬슬 졸립기 시작한다.
핸드폰이 운다.



                아니여비안오는데
                여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