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너머 불빛속으로

ty6646 2010.04.15 13:16:36

 

 

 

 

 

밤 9시경, 바람쐬러 나갔다.
슬리퍼를 신고 집앞으로 나가 서성이다 돌아서니
우리집 창문 너머로 방안의 불빛이 흘러나와 있는게 눈에 띄였다

한발한발 다가가 보았다.
저녁무렵 세탁한 옷가지들이 창문앞 기둥에 걸어놓은 빨래걸이에 매달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몸을 뒤척이고 있다.

팔짱끼고 서서 말없이 바라보았다.
20년, 30년, 40년 후의 내가 여기 서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저 불빛안에서 젊은 시절의 나와 내 아내가 둘이서 옥신각신하며 살았었구나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내가 구부정히 이불위에 엎드려 자고 있다.
처음 만났을때와 비교하자면 두배는 불어있는 거대한 몸집이다

새록새록 잠든 아내의 거구가
참 귀엽게 보인다. 잠든 아내얼굴앞에 뎅그렁히 누워 얼굴을 마주본다
역시 귀엽다. 살짝 입을 맞추니 입술이 실룩 거린다. 넘넘 귀엽다

이 불빛 아래서 나와 아내는 가난하게, 멍청스럽게,
폼 안나게, 힘들게 살고는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천국임을 먼 훗날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