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7.20 한지승 쿠앤 필름 1. 멕시코 레스토랑. 밤 (화면 가득- 불이 붙는 성냥, 장식용 초에 옮겨지고- 이국적인 멕시코 풍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고급 레스토랑 창가에 자리한 석윤이, 와인을 따르고 있는 웨이터 옆에 선 지배인이 건네준 사진을 보고 있다. 막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에는 결혼 기념일을 맞이한 석유노가 진원,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고 마구 행복을 과장한 석윤의 함박 웃음과는 달리 진원의 미소엔 왠지 모를 그늘이 느껴진다. 조용히 그 모습을 보다가는 지배인에게 얘기하는-) 석윤 : (조금은 형식적인) ... 잘 나왔네요... (만족한 듯 웃음을 머금고는 석윤에게 잘 꾸며진 꽃다발을 건네며-) 지배인 : 여기 부탁하신 꽃다발... 석윤 : 네... 그리고, 준비됐죠? 지배인 : 그럼요, 사인만 주시면... (이때 석윤, 문득 어딘가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꽃다발을 뒤로 숨기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를 만들어 보이면- 화장실에 다녀온 진원, 석윤의 맞은편에 앉는다 지배인과 나누던 모종의 작전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농담을 던지는-) 석윤 : 시원해? (눈치를 못 챈 진원, 미소와 함께 눈을 흘기곤 식사를 시작하려 하면-) 석윤 : 잠깐만, 순서가 그게 아니지!... 자, 잔을 드시고... (석윤을 따라 하던 진원의 잔에 건배를 하며-) 석윤 : 결혼 기념일, 축하해요! 진원 : ... 당신두 석윤 : 우리 벌써 6년이다.. 언제 시간 다갔니? 진원 : (힘없는 미소)... 석윤 : 난 정말 실감이 안가. 우리 둘은 항상 그대론 거 같은데, 그지? 진원 : 항상 우리 둘, 그대로라는 게 문제 아닌가? (무심히 내뱉는 듯한 진원의 감정 없는 한 마디가 즐거움을 과장하듯 얘기하던 석윤의 말문을 막아버리고 머쓱해진 석윤, 진원의 눈치를 보며 와인을 마시려 하면- 이때 저쪽에서 들려오는 일군의 함박 웃음소리 보면, 아이들을 동반한 몇몇 가족들이 모여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다 이를 보자 순간 난감해지는 석윤, 진원의 눈치를 보며-) 석윤 : 여기.. 예전엔 저런 자리들이 없었었는데... 장소를... 잘못 잡았네... 진원 : 난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덤덤하게 식사를 하는 진원의 모습이 더 불안한지 애써 눈치를 거두며 석윤, 다시 와인을 마시려하면- 뜀박질을 하며 놀던 아이 하나가 석윤의 의자 뒤에 부딪히자 놀라 와인을 뱉어내어 쏟고! 아이를 쫓아다니던 엄마가 이를 보곤-) 아이엄마 : 어머, 죄송합니다, 이를 어쩌지.. 너 형준이 거기 안 서? 죄송합니다... (다시 아이를 쫓아가는 뒷모습을 보곤-) 석윤 : (화가 나는) 애들을 도대체 어떻게 키우길래.. 아, 자식 말두 드럽게 안듣게두 생겼네. 저러니까 무자식 상팔자란 얘기가 나오지.. 에이 (투덜대는 석윤을 보고 있던-) 진원 : 다음 주야. 안 잊어버렸지? 석윤 : ... 응? 진원 : (다짐하듯) 다음 주 스케줄은 풀로 비우는 거야. 저번처럼 야근이네, 누구 돌아가셨네 하면... 무슨 말인지 알지..? 석윤 : (순간 당황을 숨기며) 그, 그럼.. 알지.. (석윤에게 마지막 각인으로 매서운 시선을 던지곤 진원, 식사를 계속하면 난감한 표정이 스치는 석윤의 얼굴 하지만 이내 분위기를 바꾸려 석윤, 어딘가에 고개짓을 하면- 진원의 뒤로 나타나는 멕시코 전통 복장의 3인조 악단! 경쾌한 리듬의 결혼 기념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놀라 돌아보는 진원! 그 모습이 만족스러운 듯 함박 미소와 함께 석윤, 진원에게 뒤에 숨겨둔 꽃다발을 힘차게 꺼내들면-) 석윤 : (놀라 비명) 으아-ㄱ! (보면- 어찌된 일인지 그 탐스럽던 꽃봉오리는 하나도 남지 않을 채 앙상한 가지들만 꽂혀진, 마치 목잘린 시체같은 느낌의 꽃다발이다! 황당한 진원! 너무 놀란 석윤, 의자 뒤를 보면- 아이들 둘이 바닥에 앉아 꺽어낸 꽃봉오리들을 가지고 도란도란 놀고 있고! 곧 터질듯한 석윤의 얼굴! 심상치 않은 상황에 노래를 부르던 악단들도 자기들 끼리 뭐라고 하며 자리를 뜨고!) 석윤 : (기어이 터지고 마는) 야, 이놈들아 이걸 이렇게 해놓으면 어떻게 해! 미치겠네, 정말 지배인 어딨어, 지배인!... (그 소리에 아이들 울기 시작하고, 지배인 뛰어 오고, 석윤의 고함소리 계속되고, 아이들 부모 뛰어 오고...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진원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안쓰이는 듯 여전히 엷게 드리워진 그늘어린 표정으로 조용히 창밖을 보는 그녀... CA, 천천히 그 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주위의 소음과 OL, 되면서... 부드럽게 흐르기 시작하는 음악... 창밖 밤하늘에는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는... 눈...) 2. TITLE (눈이 내래는 밤하늘 위로 천천히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석윤과 진원의 결혼 사진, 그리고 결혼 기념일 사진들... 그 위로 나타나는 메인 타이틀... 밝고 발랄했던 사진 속의 그들의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퇴색되어가는 느낌이 들고.. 전씬의 멕시코 풍의 이국적인 배경에서 찍은 사진이 마지막으로 떠오르며.. 음악과 함께 F.O) 3. 섬유 디자인 회사, 복도. 낮 (도면을 검토하며 바쁜 걸음으로 모통이를 돌아나오는 진원 마주오던 여직원이 보이자-) 진원 : 저기, 나 이따 조퇴하거든? 3시 미팅, 2팀으로 좀 넘겨줄래? 여직원 : 네. (그리곤 바삐 회의룸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기다리고 있던 하청업체 여 사장과 직원 두엇이 일어나며 인사를 한다 위치가 위친지라 수다스럽게 생긴 중년의 여 사장 얼굴엔 진원에게 잘보이려는 과장된 웃음이 가득하고, 가볍게 사무적으로 인사를 건네곤 자리에 앉으며-) 진원 : 오래 기다리셨죠? 여사장 : 오래는 뭐.. 그나저나 강 팀장님, 결혼하셨다면서요? 난 여직 미슨줄 알았네! 진원 : (건성인) 네... (말을 돌리며) 저기, 요번 사장님 공장에서 나온 나염이... 여사장 : (수다스런) 벌써 5,6년 됐다면서? 정말 몰랐어.. 근데 어떻게 이렇게 고와, 응? (직원들에게) 그지? 그지? (그리곤 한 여직원에게) 넌 반성 좀 해, 얘!... 그럼 큰 애가 너댓살은 됐겠네, 그지? 진원 : (짜증을 애써 숨기며) 제가 오늘 일찍 나가봐야 하거든요.. 여사장 : (부산한) 잠깐만 하나만 더 물어보고, 딸이야 아들이야? 응? 딸? 아들? 진원 : (포기하듯)... 딸이예요, 이뻐요.. 이제 일하죠, 이번엔 보내신 소재 색이 우리가 주문한 거랑 많이 틀려요... (애써 무시하며 일을 시작하는 진원의 모습이 조금은 힘겹게 느껴지고...) 4. 빌라, 침실. 낮 (가슴에 손을 얹고 침대에 반듯이 누워있는 진원. 온도계를 물고 있는 그녀의 진지한 얼굴과 방안에 흐르는 정적이 조화를 이루어 진원은 지금, 마치 어떤 의식을 행하고 있는 듯하다.. 조용히 온도계를 빼어 유심히 바라보는 진원 그리곤 이내 결심한 듯,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우며 전화 버튼을 누른다) 진원 : 연구실 부탁합니다... (수화기를 들고 통화 대기를 하고 있는 진원의 얼굴에는 여전히 결의의 빛이 감돌고) 진원 : ...안녕하세요, 여기 집인데요, 이석윤 대리님 부탁 드릴께요... (순간 놀라는) 네? 출장이요? 5.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 안. 낮 (조수석에 앉아 쩔쩔매는 얼굴로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는-) 석윤 : 아냐, 정말이야... 갑자기 일이 생겼다구 부산으로 내려 가라는 거야... 진원 : (소리) 더 얘기하기 싫어. 빨리 집으로 와 석윤 : .. 근데, 그게 지금 막 고속도로를 타가지고... 그리구 아무리 빨라야 3일은 걸릴... 6. 다시 빌리. 낮 진원 : (버럭)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내가 언제부터 얘기했어? 오늘 같은 날이 매주 있는 건 줄 알어? 당신 번번히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 석윤 : (소리) 그, 그럴 리가 있어.. 미안해 정말.. 이번 주는 진짜로 내가.. 진원 : 하여간, 몰라! 오늘 중으로 못 들어 올꺼면 평생 들어오지 마! 알았어? 석윤 : (다급한 소리) 진원아! 진... (거칠게 전화를 끊어 버리는 진원.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기 힘든 표정이다) 7. 다시 차 안. 낮 석윤 : ... 진원아... 진원아? (다급한 나머지 끊긴 전화기에 대고 이름을 불러보지만 당연히 대답은 없고, 난감한 표정의 석윤은 그제서야 옆자리에서 운전을 하고 있던 정기가 의식이 된 듯 면피라도 해볼양으로 전화기에 대호 계속 얘기하는-) 석윤 : (짐짓)..아, 난 끊긴 줄 알았네.. 그래, 걱정하지마. 그래 잘 먹고 잘 자고 올라.. 정기 : 전화국이랑 얘기하냐? 석윤 : ..? 정기 : 다 들렸어, 끊긴거 석윤 : (힘빠지는) ... 정기 : 그러길래 안가도 되는 출장을 왜 따라 나서냐? 석윤 : 결과는 뻔한데, 뭐.. 실망하는 거 보기두 그렇고... 정기 : 입양 얘기는 해 봤어? 석윤 : ... 정기 : 진원이 걔도 참 대단하다... 이쯤되면 얼추 포기할 때도 됐는데... (창 밖을 보고 있는 석윤의 표정에선 수심이 느껴진다...) 8. 부산항 근처 공단. 저녁 노을 (석양을 배경으로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부산항. 그곳에 바로 면한 공단의 주차장으로 정기의 차가 들어온다.) 9. 동, 건물 현관. 밤 (건물로 들어서는 정기와 석윤을 맞이하는-) 공장장 : (반색)아이고, 어서 오이소, 오시느라 욕봤지예? 정기 : (농담하는) 욕본건 없고, (석윤에게) 먹긴 이 친구가 좀 먹었지요. 공장장 : (알리없는 웃음).. 사무실에 손님 와 계십니더. 정기 : (시계를 보곤) 어라, 일찍 왔네.. (공장장에게 은근히).. 얘기 빨리 끝낼 테니까 생선이건 뭐건, 부산 살 냄새 좀 맡아야죠? 공장장 : (역시 은근한) 준비 완룝니더! 정기 : (석윤에게) 같이 들어가자. 부산 지사 이 차장, 너두 알잖아... (사무실로 향하는 세 사람.) 10. 동, 사무실. 밤 (기분 좋게 문을 열고 들어오던 정기, 순간 무엇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정기 : (비명) 으악-ㄱ! (역시 뒤따라 들어오던-) 석윤 : (비명) 아악-ㄱ! (보면- 이들을 맞이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원! 사색이 된 석윤을 노려보다가는 다가와-) 진원 : 선배 오랜만이야. 지금 이 사람 필요해? 정기 : (얼떨떨한)..으..응? 진원 : 급한 일이 좀 있거든? 빨리 끝내고 보내줄게. 괜찮지? 정기 : 으..응.. (아무 소리도 못하고 진원에게 다급히 끌려 나가는 석윤. 그런 뒷모습을 보며 나름대론 충격인 듯 여전히 황당함이 가시지 않은 정기의 얼굴...!) 11. 호텔, 룸. 밤 (문이 열리면서- 석윤을 밀치며 들어오는 진원. 그리곤 옷을 벗기 시작하며 난감한 얼굴로 서있는 석윤에게-) 진원 : (단호한) 벗어! 석윤 : (사정하듯) 저기, 진원아.. 우리.. 진원 : (위협하듯) 빨리 안 벗어? 석윤 : ..아니, 이런 상황에서 그냥 벗는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잖아.. 벗구 뭘하라구.. 진원 : 벗구 뭘해야 되는지 몰라서 물어?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진원의 태도에 기가 질리는 석윤. 하지만 전략을 바꿔지지 않으려는 듯-) 석윤 : (짐짓) 이거 좀 심하잖아! 내가 무슨 동물도 아니구, 하라면 아무때나 다 되는 건줄 알아? 나두 분위기도 알고, 기분이라는 것도 있고.. (석윤의 말을 무시하고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진원. 보면, 태엽을 감아 듣는 작은 음악 상자! 진원, 태엽을 감고는 상자를 열고 테이블 위에 놓으면- 슈베르트의 ‘소나무’가 들려오고.) 석윤 : (의아) ...그건 왜 가져왔어? 진원 : 이거 들으면서 할 때가 제일 좋다며? 불만 없지? (황당한 표정의 석윤...! - 시간 경과 - CA,천천히 창을 향해 이동하면- 그 위로 들려오는 ‘소나무’의 단음들과 함께-) 진원 : (소리).. 잠깐만.. 내가 돌아 누워야지..! 석윤 : (소리)..난 이렇게 하는게 좋단 말야.. 진원 : (소리)..지금 자기 좋으라고 이러는 거야? 석윤 : (소리)...알았어... (창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부산항의 야경...) 12. 동, 욕실. 밤 (세수를 하다가는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는 석윤. 자기도 모르게 절로 나오는 짧은 한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표정이다...) 13. 동, 룸. 밤 (얼굴을 닦으며 욕실을 나오던 석윤, 문득, 기겁하는 표정으로 단발마 비명-) 석윤 : (놀라) 허어-ㄱ! (보면- 힘겹게 버티며 벽에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진원!) 석윤 : (당혹) 너, 너 왜이래? 진원 : (힘겨운)..빨리 가, 늦었잖아..나..밤차로 올라 갈꺼야.. (쓰러질 듯 하면서도 상기된 얼굴로 더 버텨보려 애쓰는 진원. 그런 모습에 석윤, 기가 질려 할말이 없다..!) 14. 빌라, 침실. 밤 (화면 가득, 넘겨지는 달력. 저번 달 지면 어느 날인가 동그랗게 체크되어 있는 날짜를 확인하고는 진원, 이번 달 달력의 날짜를 세어본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에 잠시 미소가 스치는 듯 하고...!) 15. 동, 거실겸 주방. 밤 (저녁 식사가 차려진 식탁으로 렌지 위의 냄비를 가져오는 석윤. 방에서 나온 진원이 자리에 앉자-) 석윤 : (투덜대듯) 우리 정도 짬밥이면 다른 부부들은 다 가사분담이 확실하던데 우린 뭐가 문제지..? (그런 석윤을 빙글빙글 웃기만 하며 바라보고 있는 진원.) 석윤 : (오해한)아니, 뭐 그렇다고 싫다는 얘기가 아니라... (진원, 뭔가 할 말을 숨긴 듯 그저 웃기만 하다가는 그냥 마는 듯 수저를 들면- 눈치를 못 채고는 찌개를 먹으며-) 석윤 : (짐짓) 맞어, 이게 이유야..내가 너보다 요리를 잘한다는 거! (미소만 머금고 생각에 잠겨있던 진원, 참기 힘든 듯 조용히 입을 열며-) 진원 : 10일 됐어..! 석윤 : ...? 진원 : (미소)..생리가 없어..열흘째야..! (순간 흥분에 찬 표정에 미소가 터져 나오는 것을 애써 진정시키며 최대한 차분해지려는 노력의-) 석윤 : ..테스트 해봤어? 진원 : ..좀더 확실해지면 할래...! 석윤 : ..그래..그러자..그래야지..먹자..진정...진정... (자신을 추스려 보지만 많이 티가 나는 석윤의 어설픈 모습. 그 마음을 아는 듯 진원도 역시 애써 기대를 감추며 찌개에 수저를 대는 순간, ‘욱’하며 입덧을 하고! 마주치는 두 사람의 흥분된 눈! 진원, 재빨리 침실로 뛰어가 뭔가를 가지고 나와선 욕실로 들어간다! 믿기지가 않는 듯한 석윤의 표정..! - 시간 경과 - 욕실쪽을 힐끔거리며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석윤. 긴장되는 듯 거실을 서성이며 딴청을 피워보기도 하면- 이때, 거세게 문이 열리며 나오는 진원. 그리곤 화풀이 하듯 침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 부서질 듯 닫아버린다! 사태가 짐작이 되는 석윤의 얼굴엔 실망의 표정이 역력하고...) 16. 동, 침실. 밤 (침대에 엎드려 누워있는 진원. 잠옷차림의 석윤이 장난을 치듯 침대로 뛰어 올라와 옆으로 누워보지만 출렁이는 침대에도 진원은 무반응이고, 그래도 진원의 기분을 풀어보려는 듯-) 석윤 : ..아마 우리 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했던 영퀴 대회였을거야, 널 처음 봤던 때가... 강진원, 마구 날라 다니더구만, 정말 잘하더라구..... 그때 생각했지.. 아, 저 여자랑 결혼하면, 어쩌 면 영화처럼 살지도 모르겠구나.. 정말 아름답게 서로 사랑하면서 말이야.. 아니나 달라? 내 예상이 딱 맞았잖아? (진원, 역시 대꾸가 없자, 좀더 장난스런-) 석윤 : (과장된)..자, 문제 갑니다.. 널 만지고 싶지만 만질 수가 없어.. 그가 오고 나서 눈이 오지 않던 마을에 매해 겨울눈이 내렸지요. 난 그가 살아있다고 믿어요... 진원 : ... ... 석윤 : 아, 강진원 많이 죽었는데? ..화장품 아줌마.. 구멍난 물침대... 그렇게 에쁜 정원은 처음 봤다고, 그런데서 살고 싶다고 니가 그랬.. 진원 : ...가위손. (여전히 엎드린 채로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는 그녀가 귀여운 듯 석윤,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다가는 이내 안스런 시선으로 변하며-) 석윤 : (조심스런)..우리..아기 데려다가 키울까..? 사실 화두 많이 나..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거 같구..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원하는 데도 어쩔 수 없는 거라면.. 생각을 달리 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진원 : (말을 자르며) ..아리조나 유괴사건. 석윤 : ...? 진원 : (단호한) 답 말이야. 아리조나 유괴 사건. 맞지? ..이제 자. (석윤의 의중을 막아버리고는 옆으로 돌아 누워버리는 진원.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안스러움이 더해 가는 석윤...) 17. 섬유 회사, 디자인 실. 낮 (책상 위로 도안들을 팽개치며 머리를 쥐어 감싸곤 의자에 몸을 던지는 여직원1. 그 모습을 보곤 재밌다는 듯 놀리는-) 여직원2 : 뺀찌지? 여직원1 : (자못심각) ..말시키지마.. 여직원2 :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무시하고 가더니만.. 여직원1 : (한숨과 함께)..강팀장 히스테리의 원인이 뭘까.. 노처녀도 아니구.. 진짜 누구 말대루 애가 없어서 저러나..? 여직원2 : 그거랑 아무 상관없네. (도안을 보며) 색이 이게 뭐냐? 이게 컬러링이냐? 여직원1 : (화가 나는).. 그럼 이게 레슬링이냐? (그리곤 문득, 자리로 들어오는 진원의 모습을 보곤-) 여직원1 : (경직).. 맞어, 이게 컬러링이 문제야... (이때, 부산스럽게 떠들며 사무실로 들어오는 전씬의 하청업체의-) 여사장 : (수다스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너무 열심들이시다, 강팀장님 계세요? 진원 : (의아)..네.. 우리 오늘 약속 있었나요? 여사장 : (과장) 우리가 뭐 약속해야 만나는 사인가요, 이렇게라도 틈틈이 눈도장을 찍어야지! (워낙 떠들어대는 통에 직원들의 시선이 모이고, 의아한 표정의 진원 앞에 가방을 풀러놓으며 계속되는-) 여사장 : 내가 오늘 우리 강팀장님 선물 주려고.. 원래 대놓구 하는 건 뇌물 아닌거 알죠? (보면- 가방에서 나오는 건, 다름 아닌 아동복과 아동용 물품들!) 여사장 : (신이나 떠드는) 우리 아동쪽도 하거든. 근데 요번에 신상품이 나와서.. 강팀장님 아이, 다섯 살이라고 그랬죠? .. 너무 이쁜게 많아서 고를 수가 있어야지.. (순간 당황하는 지누언! 직원들도 이런 갑작스런 분위기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여사장 : 강팀장님한테서 나온 딸이면 좀 이쁘겠어? 보고 맘에 드는 걸로 골라요, 사이즈 맞는 걸 로... 요즘 애들은 나이대로 안크더라구...! (당황스러움을 넘어선 나머지 얼굴이 하얘지는 진원. 직원들도 슬슬 분위기를 파악한 듯 시선을 돌리고. 이젠 점점 수치심마저 느껴지기 시작하는 진원...!) 여사장 : ..왜, 맘에 안 들어? 이거 지금 주문 막 밀리는 건데.. 아, 딸애가 좀 까다롭구나? 계집애들이 원래 그래요, 그래도 이거 가져다 줘봐. 여자애들은 또 워낙에 변덕이 심해서... 진원 : (기어이 터지고 마는, 버럭) 누가 이런거 가져다 달라고 했어요? (그리곤 거칠게 자리를 떠버리는 진원! 당황하는 여사장, 주위의 직원들을 보면- 다들 여사장의 주책에 눈치를 보내고 있고.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는-) 여사장 : ...아들인가..? 18. 동, 복도. 낮 (복도로 나온 진원. 창밖을 보며 거친 호흡을 다스리려 하지만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 힘들다... 수치심 때문인지 이내 눈물도 그렁이는 듯 하고... 참아보려 무진 애를 쓰는 진원....!) 19. 항강 고수부지. 밤 (부드러운, 그러나 조금은 슬픔이 느껴지는 음악이 흐르고... 벤치에 앉아 캔 맥주를 마시고 있는 석윤과 진원. 음악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재밌는 얘기를 하듯 떠들고 있는 진원. 취기가 느껴지고. 추운 지 몸을 움추리며 맥주를 홀짝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진원을 석윤이 조금은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다.) 진원 : (웃으며).. 난 그럴줄 정말 몰랐어.. 그냥 귀찮구, 또 조퇴할려구 급하기도 하구해서 그냥 대답만 한거거든.. 딸두 있다.. 다섯 살이다... 석윤 : ...진원아.. 괜찮아? 진원 : (과장된) 그럼.. 하여간 가방을 딱 여는데.. 애들 옷에 모자에... 이쁘긴 하더구만... 직원들두 다 같이 있었는데... 뭐라고 생각했을까..? (그녀의 마음이 느껴지는 석윤, 뭐라 할말을 찾지 못하고... 진원, 새 맥주 캔을 집으면-) 석윤 : 줘, 내가 따줄게.. 진원 : (거세게 고집하며) 놔, 이건 할 수 있어. (맥주를 따던 진원, 잘못했는지 짧은 비명과 함께 손가락을 감싸면-) 석윤 : (놀라)다쳤어?..(진원의 손을 보며) 봐봐..에이, 거봐 내가 따준다니까.. 진원 : ... ... (석윤, 진원이 들고 있던 맥주를 따면, 손가락을 쥔채 굳은 듯 몸을 숙이고 있던 진원의 어깨가 서서히 들썩이기 시작하다가는, 애써 참았던 울음이 조금씩 새어나오더니... 순간 포기한 듯, 손가락을 핑계삼아 봇물처럼 터져나와 버리는 그녀의 슬픈 울음 소리... 마치 한이라도 풀어 내놓는 듯 목놓아 울어버리는 그녀를 석윤은 달래지 못하리란 것을 안다... 그런 자신과 그녀가 너무나 안타까운 석윤... 음악, 줄고...) 20. 어느 국도. 낮 (맑은 늦겨울 햇살이 내리고 있는 국도를 달리고 있는 차 석윤과 진원이 타고 있다 장소를 못 찾고 있는지-) 석윤 : (의아) .. 이쪽이 맞을텐데... (하고는 진원에게) .. 어디 가는지 안 물어 봐? 진원 : (피식 웃는) 물어보면 얘기할 꺼야? (석윤, 따라 웃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느껴지고 잠시 후, 도로변의 행인 앞에 세워지는 석윤의 차) 석윤 : 말 좀 물을께요, 여기 희망 보육원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갑니까? (순간, 석윤의 말에 당황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는 진원! 얘기를 하고 있는 석윤을 노려보다가는 그냥 차에서 내려 버린다! 석윤, 놀라 따라 내리며 진원을 잡으면 뿌리치며-) 진원 : (날카로운) 뭐하는 짓이야! 석윤 : 그냥 알아만 보자는 거야...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질 수... 진원 : 왜 그래야 하는데? 내가 왜 남의 애를 키워야 하냐구! 석윤 : 난 우리 둘이라도 괜찮아. 하지만 니가 힘들어 하잖아! 진원 : (소리치는) 그렇다고 입양을 하자고? 그럼 그 아이가 내 아이야? 내가 왜 그런 불행을 떠 맡아야 하는데? 왜? 왜 그래야 하냐구? 석윤 : (화가 나는) 그럼 어쩌자는 거야? 나두 힘들어! 넌 온통 애 생각 뿐인데, 난 너한테 뭐야? 내 생각은 해봤어! (순간 말문이 막히는 진원... 석윤도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쓴다.. 잠시 후, 그런 그에게 조용히 말문을 여는-) 진원 : 부탁이 있어 석윤 : ...? 진원 : 우리, 병원 한번만 더 가...! 석윤 : 너 왜 이래,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얘기 못 들었어? 진원 : (설득하는) 문제가 아니라 약한거라잖아... 그럼 가능성은 있는 거야 석윤 : 진원아.. 너 정말 왜이러는 거야.. 난 지금도... 진원 : (애원하는)... 이번이 마지막이야.. 정말이야, 약속할게... 부탁이야... (답답하지만 진원의 애절한 눈빛에 석윤, 말을 잊지 못하고...) 21. 00 산부인과, 대기실. 낮 구간호사 : (날카로운) 진료실에서 컵라면 드시지 말라고 몇 번을 말씀드려야 합니까? (차가운 인상의 구간호사가 사람 좋아 보이는 조 박사를 세워놓고 접수대 앞에서 훈계중이다 조 박사는 고개를 들지는 못하지만 잔뜩 불만인 듯 한숨을 푹푹 내쉬고 이쏙, 구 간호사 옆에는 역시 긴장해 서있는 어린 정 간호사의 모습도 보이고 의사를 혼내고 있는 간호사의 모습이 의아한 듯 석윤과 대기실 환자들이 구경삼아 보고 있다) 구간호사 : 진료실에 들어서는 환자의 기분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선생님 같으면 어떠시겠습니까? 그래도 또 드시겠습니까? 조박사 : (불만섞인 한숨) ... 구간호사 : (정간호사에게) 또 사다드릴꺼야? 정간호사 : ...아니요... 구간호사 : (노려보다가는) ... 진료시간입니다. 들어가십시오. 조박사 : (여전히 불만인)... 구간호사 :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조박사 : (뭔가 한마디 하려나 싶더니) .. 들킨 게 억울해. (들어가 버리는 조 박사) 22. 동, 진료실. 낮 (조박사 앞에 앉는 진원과 석윤. 밝게 웃어주는 -) 조박사 : 오랜만이야, 봤어? 석윤 : (어정쩡히 미소지스며)... 여전하시네요, 구간호사님.. 조박사 : 창문 좀 열어 놓으면 될 것 가지고, 참... (하고는 차트를 검토하며 진원에게-) 조박사 : .. 이번이 몇번째지? 진원 : 네 번째.. 예요. 조박사 : 그렇네 벌써.. 본인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사실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아. 이쯤 되면 성공 확률도 그리 높질 않거든... 진원 : (결심이 선) .. 해볼께요. (진원의 결의가 느껴지는지 잠시 바라보다가는-) 조박사 : ... 그래, 삼신할미한테 비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을 때도 있었는데, 뭐. 해보자구. 검사실로 가지. 23. 동, 검사실 (침대에 뉘어지는 진원. 긴장된 그녀의 표정에는 하지만 강한 의지가 어려 있고... 조금은 몽환적인 느낌의 음악, 천천히 시작되면서... CA, 서서히 그녀의 얼굴로 다가가면... 조용히 눈을 감는 그녀... 그 위로 화면 DIS. 되면서...) 24. 사과 밭, 비젼. 낮 (음악, 연결되고... 아름다운 사과나무 밭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진원. 감미로운 햇살을 만끽하는 듯 표정 가득 미소가 있고... 문득 무언가에 시선이 닿으면... 열매가 많던 사과나무에 하나 둘 하얀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그리곤 순식간에 나무들을 장식하는 하얀 사과 꽃들...! 진원, 그 풍경에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하며 함박 웃음을 지으면- 사과 꽃들이 바람에 실려 날리기 시작하고... 아름다운 사과 꽃잎들이 진원의 주위를 감싼다...! 신기한 듯 진원, 손을 들어 꽃잎들을 받으면... 순간, 눈으로 변하는 사과 꽃잎...! 놀라 보면- 어느새 사과 꽃잎들이 눈으로 변해 날리고 있고... 즐거워 두 손을 들어 눈을 받아 보면... 잠시 후 그녀의 손에서 물로 변해 흘러내리는 눈... 그를 본 진원의 얼굴엔 잠시 그늘이 스치고... 마치 한 폭의 설경처럼 그 모습 그대로 눈을 맞고 서 있는 진원... 음악, 줄고...) 25. 레고 회사, 연구소 로비. 낮 (로비 한쪽에 마련된 아이들을 위한 공간. 그곳에서 석윤과 아이들이 레고로 무언가들을 만들며 어울리고 있다. 전씬에서의 느낌과는 달리 아이들이 석윤을 무척 따르고 있고. 이 모습을 보며 다가오는 정기. 아이들 정기가 나타나자 도망가 버리고. 석윤 옆에 앉으며-) 정기 : 왜 나왔어, 쉬는 날? 석윤 : 집에 있으면 뭐해. 할 일도 있고. 정기 : (농담하듯).. 너 그러다 바람난다...! 석윤 : ..미친놈. 정기 : 병원은 갔다 왔어? 석윤 : (조금은 무거워지는)...응. 정기 : 야, 난 진원이 걔한테 앞발 뒷발 다 들었다! 석윤 : ...이해는 가.. 아무도 없이 이모 밑에서 혼자 컸잖아.. 보상 심리 같은 거겠지.. 이모님이 참 잘 키워주셨는데도, 자기 애 가져서 남부럽지 않게 키워보고 싶은.. 그런 거겠지.. 정기 : 그 이모님두 참 대단해.. 아니, 그래두 그렇지 안되는 걸 억지로 한다고 그게 되냐? 석윤 : ... ... 정기 : 이번에도 안되면 진원이한테 얘기해서... (문득)어, 저 자식 저거 레고 먹는다.. 야, 임마, 그거 먹는거 아냐! (아이들에게 뛰어가는 정기. 석윤의 얼굴에는 여전히 그늘이 남아있고...) 26. 빌라, 거실. 낮 (소파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생각에 잠긴 얼굴로 베란다 밖을 바라보고 있는 진원. 그 위로 들려오는-) 이모 : (잔소리)이 빨래들봐, 한 열흘은 묵혀 놨나보네, 하여간 기집애 살림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빨랫감을 들고는 베란다 밖으로 들고 나가며-) 이모 : 어떻게 한달에 한번 와도 노상 이 모양이니, 그래.. 어이구, 여기두 산더미네? (이모의 말이 귓전에 와 닿지 않는 진원, 여전히 시선은 밖을 향한채-) 진원 : (문득) ..이모! 이모 : (여전히 일을 하며) 왜, 이 기집애야! 진원 : (생각에 잠긴채) ..꿈에..이모네 과수원 같은데.. 갑자기 사과나무에 꽃이 피더니... 그게 눈이 되고 말이야.. 그러고 내가 그걸 손으로 받고.. 막 되게 좋아하고... 그런 꿈인데... 이게 어떤 꿈이지..? (진원, 이모의 대답이 없자 돌아보면- 주방에서 나오며 여전히 계속되는 잔소리-) 이모 : 기집애 이거 내가 한달 전에 같다 준 음식두 하나두 안 먹었네.. 이럴거면 버려야지! 이 서방, 참 무던한 사람이다... 왜 불렀어? (자신의 얘기를 못들은 이모.) 진원 : (포기하곤)..아냐.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진원...) 27. 00 산부인과. 대기실. 낮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석윤과 진원. 진원은 내심 긴장이 되는 듯 말이 없고, 그 옆의 석윤 역시 눈치를 보며 조금은 짜증스러운 듯 앉아있다. 문득 옆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퉁명스럽게 내뱉는-) 석윤 : ..아, 자식 되게 못생겼네.. (그런 석윤을 조용히 바라보는 진원. 그리곤 천천히 석윤의 손을 잡으며-) 진원 : ..이번에도 안되면.. 포기할게.. 우리 둘이두 행복할 수 있을꺼야... (애써 미소를 보이는 진원의 모습이 석윤, 안스럽다...) 28. 동, 조박사 진료실. 낮 (차트를 들고 들어오는 조박사. 진원, 석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곤 정 간호사에게 사진 차트를 건네면 형광판에 끼우는 정 간호사. 짧은 시간이지만 내심 긴장을 하고 있는 진원과 석윤에겐 너무나 긴 듯한 시간이다. 잠시 말이 없다가는 이윽고 입은 여는-) 조박사 : ..음.. 결과가 나왔어..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드는 듯 진원.) 조박사 : ..이런 경우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순간 진원, 실망의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만다.) 석윤 : (역시 실망스런)..또.. 안된 건가요? 조박사 ; 사람 급하긴..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이에 고개를 드는 진원! 그런 진원을 보고는 조박사,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면- 기쁨이 느껴지는 음악, 흐르기 시작하면서- 뭔가 감이 오는 듯, 순간 올라오는 울음을 참으려 손으로 입을 막는 진원..!) 조박사 : ..수정도 성공적으로 됐고.. (애써 울음을 참는 그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조박사 : ..과정도 이상이 없고...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하는 진원...) 조박사 : (따뜻한 미소).. 축하해, 임신이야..! (음악 고조되면서- 기어이 기쁨의 눈물을 쏟아내고야 마는 진원....! 석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조박사를 바라보면-) 조박사 : 이 사람이, 내가 간호사한테 욕이나 먹고 다니니까 돌팔이로 보이나.. (사진을 가리키며) 요게 앤데, 이 녀석이 이번엔 집에 제대로 들어가 앉았어! (그제서야 석윤, 환희의 흥분으로 거칠어지는 호흡을 애써 누르며 표정이 밝아짐과 동시에 눈가에는 물기가 젖고..!) 정간호사 : (기뻐해 주는) 축하드려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는 석윤, 역시 감격의 눈물만을 쏟고 있는 진원을 있는 힘껏 껴안는다..! 이 모습에 자신도 감정이 북받히는지 눈물을 찍어내는 정 간호사. 조박사 역시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29. 동, 앞. 낮 (음악, 환희의 느낌으로 변조되면서- 화면 가득, 밝은 햇살과 기쁨을 나누며 심호흡을 하는 진원의 얼굴. 푸른 하늘도 진원을 축복하는 듯 하고.) 30. 동, 접수실. 낮 (음악, 게속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간호사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나오는 석윤, 구 간호사에게 인사를 하면-) 구간호사 : (차트를 넘기며)..앞으로 어떡하시겠어요? 석윤 : (신이난) 딸이면 좋겠어요..가수를 시키고 싶은데... 구간호사 : (무표정히 바라보는)... ... 석윤 : ...? 구간호사 : 앞으로 정기 검사 스케줄 어떻게 하시겠냐구요! 31. 차 안. 낮 (기분 좋은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아있는 진원. 그 옆에서 여전히 상기된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석윤 : 아차, 제주도에 전화 드려야지.. 아니, 이모님한테 먼저 드릴까? 진원 : 이따가... 한 시간만 우리끼리 알고 있자...! (진원의 마음을 아는 듯 석윤, 사랑스럽게 바라보다가는-) 석윤 : (문득, 장난스런).. 애기 엄마! 진원 : (조금은 쑥스러운 미소)...왜 그래.. 석윤 : (어리광하듯)..애기엄마-아! 진원 : 왜 그래, 바보같애..! (석윤, 신이나 못 견디겠는 듯 결구 창밖에 대고 소리친다!) 석윤 : 애 기 엄 마-! (이에 역시 맞장구를 치며 창밖으로 내지르는-) 진원 : 왜 불 러-! 석윤 : (지지않는) 애 봤 다-! 진원 : (지지않는) 나 두 다-! 석윤 : (지지않는) 나 애 가 졌 다-! 진원 : (지지않는) 그 건 나 다, 이 바 보 야-! 석윤 : (지지않는) 그 건 맞 네-! (폭소를 터뜨리며 즐거워하는 두 사람! 음악 고조되면서- 기쁨에 들떠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운데... - 시간 경과 - 교통 경찰에게 딱지를 끊기고 있는 석윤의 차...! 음악, OUT!) 32. 빌라, 거실. 밤 (화면 가득- 화지에 그어지며 성냥에 불이 붙고! 잔에 따라지는 당근주스! 쨍하며 부딪히는 잔! 등이 빠르게 보여지고- 감미로운 음악, 흐르며... 식탁에는 오늘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된 소박한 음식들과 촛불 하나. 석윤은 와인을, 진원은 당근 주스를 마시며 분위기에 젖어 있다.) 석윤 : (따뜻한 미소).. 오늘 우리 셋, 처음 만나는 날이네? 진원 : (미소)... ... 석윤 : 얼마 전에 내가 무슨 꿈을 꿨는지 알아? 진원 : ... ...? 석윤 : ..무슨 시상식인데, 내가 기네스 북에 오른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왜 기네스 북에 오르냐 니까, 한국 최초로 애 때문에 소박 맞은 남자로 기록 된다는 거야... 진원 : (웃으며) 거의 그럴뻔 했지..! 석윤 : 뭐? ..그랬어봐, 그럼 난 바-로 한강 다리로 올라가는 거야! (미소를 짓던 진원, 조용히 석윤을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다가는...) 진원 :..고마워, 잘 참아줘서..! (역시 그런 진원이 사랑스러운...) 석윤 : 고마워, 포기하지 않아 줘서..! (사랑이 느껴지는 둘의 모습이 아름답고...) 진원 : 참, 당신 기억나, 나한테한 약속? 석윤 : (의아)..뭐? 진원 : 우리 신혼때, 아이 생기면 당신이 하겠다던거 있잖아.. 기억안나? 석윤 : (기억한듯)..에이, 그건 그냥 한 말이지... 진원 : (짐짓) 그렇지.. 그럴줄 알았어..자기한테는 뭐 약속이 목숨이네 하면서 큰소리 뻥뻥 치더니만... (진원의 얘기를 듣던 석윤. 순간, 석윤의 얼굴에 스치는 결의의 빛. 음악, OUT.) 33. 동, 밖. 밤 (2층 베란다 문이 급하게 열리며 밖으로 소리치는-) 진원 : (다급한) 농담이야, 농담-! (이와 동시에 CA, 밑으로 내려와 빌라 현관을 비추면- 올 누드에 팬티만 입고 구두만 신은채 상기된 얼굴로 현관에서 뛰어나오는 석윤! 진원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거리로 빠르게 나서면- 이때 이런 석윤을 본 듯, 저쪽에서 나타나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베란다에서 이를 본-) 진원 : 도망가, 빨리-! (이에 놀란 석윤, 집으로 뛰려다가는 다급한 나머지 냅다 반대 방향으로 튀어 달아난다-! 황당해 하는 진원...!) 34. 빌라, 거실. 낮 (이사하는 날. 인부들이 짐을 나르고 한쪽에서 이모가 나머지 짐들을 정리하고 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으며 들어오는-) 진원 : 네.. 전시회 서포트는 걱정 마세요, 재택 근무는 재택 근무죠.. 네.. 끊을께요..! 이모 : (진원을 보곤) 들어오지 말라니까? 진원 : 내가 챙겨야 마음이 놓여. 이모가 좀 쉬어. 이모 : 하여간 성미하고는... (그리곤 이모, 짐을 챙기고 있는 진원의 모습을 대견해하는 얼굴로 바라보다가는 콧등이 아리는 듯 눈물이 맺히고... 이를 본-) 진원 : 으이구.. 또 울어? 이모 : 좋아서 그렇다, 이 기집애야. 내 눈 갖구 내 맘대로두 못 우니? 진원 : 애 나서 울보면 이모 때문인줄 알어! 이모 ; 너두 어릴 때 만만찮게 울었어...하여간 영신보살 용하기두 하지... 진원 : (의아) 무슨 보살..? 이모 : (혼잣말하듯) 방에다 부적을 쓰라더니만.. 신통해.. 진원 : 방에다 뭐? ..무슨 얘기야..? 이모 : 아니야, 그런거 있어.. (그리곤)무거운 거 들지마! 35. 동, 침실. 낮 (의아한 표정의 진원, 침실로 들어가 주위를 살핀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고. 싱겁다는 듯 다른 짐을 챙기려다 가는 침실로 들어서는 인부가 침대를 옮기려하자-) 진원 : 저기요, 그 매트리스 차에 실을 땐 덮개로 싸주세요. 인부 : 네, 걱정 마세요. (한쪽으로 물러서는 진원. 침대 매트리스를 번쩍 드는 인부들. 이때 무언가를 보고 진원, 너무나 황당해 하면- 매트리스 아래에 엄청 덕지덕지 붙어있는 부적들!) 36. 전원주택 앞. 낮 (밝은 음악과 함께- 풍광이 좋은 전원주택 단지로 진입하는 이삿짐 차. 아담하고 정원이 넓은 푸근한 분위기의 집 앞으로 서는 이삿짐 차. 차에서 진원과 석윤이 내리며 집을 보고는 행복해하고. 옆에서 기쁜 마음에 또다시 훌쩍이는 이모.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진원이 눈가를 훔쳐주며 놀리자 이모, 눈을 흘기고.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즐거울 수밖에 없는 세 사람.) 37. 몽타주 (음악, 계속되면서- - 전원주택, 거실. 낮 가구 배치 문제로 고민중인 두 사람의 재밌는 풍경. - 나무가 울창한 공원. 낮 산모의 건강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진원과 석윤. 여러 임산부들, 보호자들과 함게 쿵푸의 변형인 듯한 동작을 어설프게 흉내내고 있는 초보 임신 부부인 두 사람. - 전원주택, 아가방. 석양 석양빛이 가득 메우고 있는 방... 비어있는 방에서 아가방을 꾸미려 책을 보고 의논을 하는 두 사람... - 동, 아가방. .벽에 아기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진원. .야광 스티커를 붙이는 진원. .방에 쌓이기 시작하는 아기 용품들과 서랍에 넣어지는 아기 옷들에 뿌듯해 하는 진원, 그리곤 석윤을 찾는 듯 주위를 돌아보고! - 동, 거실. 밤 아가 방에 채울 인형을 들고 가던 진원, 문득 작업실을 보면, 일을 하고 있는 석윤. 그런 그가 못마땅한 진원의 표정. 음악, OUT.) 38. 동, 주방. 밤 (오디오에선 태교 음악인 듯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시집을 보고 있는 진원. 그 앞에 앉은 석윤은 회사일에 열중이고.) 진원 : (시를 읽다가는 문득).. 이거 한번 들어봐 봐..서정주 신데, 미당...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수북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낯이 붉은 처 녀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어때? 석윤 : (건성인) 으, 응.. 괜찮네.. 진원 : 우리 아이 태몽이 눈이잖아.. 눈이 오는 소리가 괜찮다, 괜찮다 그러면서 온데.. 느낌 너무 좋지, 그지? 석윤 : (역시 건성인)으, 응.. 진원 : (이에 화가 난 듯).. 뭐가 응인데? 석윤 : (문득, 정신없는)응?..마당에 눈 온다며.. 그럼 괜찮지...! 진원 : (순간, 버럭) 뭔 얘기야, 지금! 지금 몇월인데 눈이 오냐-? (그리곤 들어가 버리는 진원!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일이 바쁜 석윤...!) 39. 백화점. 낮 (아기 용품들을 둘러보며 걷고 있던 진원, 어느 매장을 지나치려 하면-) 남점원 : (소리, 느끼한 친절)..3개월쯤 되셨군요! (보면- 판매대에 과잉미소를 담뿍 담은 남점원과 어려보이는 여점원이 서 있다.) 진원 : (놀라는) ...? 남점원 : 직업적 노하우죠, 그래야 고객이 원하시는 걸 정확히 권해드릴 수 있죠! 혹시 이게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여점원이 꺼내 놓는 것을 보면- 산모용 마이크폰이다.) 남점원 : 이게 마이크구요, 이걸 대고 얘기하면 엄마의 말 소리, 또는 태교음악도 들려줄 수 있구 요, 또 이건 청취긴데 헤드폰에 연결하면 뱃속의 아기 심장 소리가 들리지요.. 진원 : (신기한 듯) ..그래요..? 남점원 : 사실 제 와이프도 3개월이거든요, 이걸 가져다 줬더니만 지금은 아예 집에서 끼고 삽니다! 사용법도 간단합니다.. 청취기를 여기 헤드폰 구멍에 끼시구요, 쓰시고, 이렇게 배에 대 주시면... (마구 미소를 날리며 시범을 보이던 남 점원, 그의 옆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여점원의 배에 청진기를 갖다 대는데- 순간 굳어지는 그의 얼굴..! 그러자 그의 표정을 발견한 여점원, 뭔가 이상한 느낌이 오는 듯 당황하다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점원을 원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울 듯한 얼굴로 뛰어나가 버리고..! 난처, 난감, 당혹한 표정으로 다급히 얘기하는-) 남점원 : (진원에게)..죄송합니다, 잠시만...(그리곤 따라가며 부르는) 미스 엄, 잠깐만-! (진원, 황당...!) 40. 레고 회사, 회의실. 저녁 (아이디어 회의중인 팀원들. 뭐가 안 풀리는 듯 담배들만 뻑뻑 피워대고 있다. 회의 테이블 위엔 레고 모형들이 즐비하고. 저쪽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석윤 : (짜증).. 그걸 너 혼자 사면 어떻개.. 애 침댄 꼭 나랑 사기로 했잖아.. 이번 주말엔 시간 날지도 모른다니까...! (이때 석윤,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에게 꽂혀있는 모두의 시선들..!) 석윤 : ..이따 들어갈게... (석윤, 전화를 끊으면- 심드렁히 바라보던-) 부장 :..좋은 아이템 있나보지, 이런 분위기에 전화도 다하고..? 석윤 : (불만)..아이템이 짠다고 나옵니까... 부장 : 와, 쟤 복권 맞았나 보네.. 어이, 이 돌윤! 우리 빠른 시일 내에 신상품 아이템 개발 못하면 다 짤려.. 알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석윤, 이내 짐을 챙기고는 일어나며-) 석윤 : (단호한) 저 오늘 먼저 퇴근합니다! 부장 : ...? 석윤 : 집에서 짤리는 거 보단 회사에서 짤리는 게 낫습니다...! (나가버리는 석윤. 그 뒤를 황당히 바라보는 -) 부장 : (옆 직원에게).. 저건 무슨 아이템이야? 41. 전원주택, 아가방. 밤 (문이 열리면- 방 가운데 놓여져 있는 아기 침대. 진원 옆에서 퉁명스럽게 바라보던-) 석윤 : (불만)..디자인이 저게 뭐야..색깔도 그렇고..쿳션두..어라 이거 왜 이렇게 약해..? (괜히 트집을 잡고 있는 석윤을 가관이 아니라는 듯 바라보던-) 진원 : ..이석윤! 내가 아이 때문에 가급적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무진 노력하는데, 자기 요즘 좀 심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석윤 : (찔리는)..그야, 내가 요즘 신상품 때문에 바빠서.. 진원 : 나두 회사에서 곧 전시있어! 집에서 놀았는 줄 알아? 그나마 이방, 내가 다 한거야. 처음엔 뭐 좀 감동을 주나 싶더니만, 사람이 왜 그렇게 꾸준하질 못하니? 석윤 : (할말은 많지만) ... ... 진원 : 안 도와주는 건 괜찮은데 트집은 잡지 말어, 힘빠지니까! (차갑게 내뱉고는 진원, 돌아서서 가면- 삐진 듯한 석윤, 진원의 뒷모습을 한번 노려보곤 소리내어 아가방으로 들어가선 문을 잠가 버린다! 그런 석윤이 기가 찬 듯 보는 진원.) 42. 전원 주택, 정원 테라스. 낮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한 여름의 햇살을 피해 시원해 보이는 테라스 그늘의 안락 의자에 앉아 태교 일기를 쓰고 있는-) 진원 : (소리)..아가야 안 덥니? ..겨울에 태여나는 아이들은 더위를 무척이나 탄다고 하던데... 엄만 가끔, 엄마 안에 있는 네가 얼마나 갑갑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단다... 사실은 빨리 네가 보고 싶어서 드는 생각이겠지.. 하지만 우리 잘 참다.. 그래야 우리 만남이 더 반가울 테니까... (기대에 찬 미소를 담뿍 지으며 펜을 놓는 진원, 그리곤 마이크 폰을 잡으며 뱃속의 아이에게 얘기하는-) 진원 : 아가야, 보고싶어..! 석윤 : (소리, 퉁명) ..그게 뭔데? (음악, 끊기고. 진원, 보면- 언제 왔는지 일찍 퇴근한 석윤이, 여전히 삐져있는 표정이긴 하지만 궁금함을 못이긴 듯 물어보고 있다. 그 모습이 귀엽지만 표를 안내며-) 진원 : (짐짓 퉁명) 태교 일기다! 석윤 : 그거 말고.. 그건 뭔데? 진원 : 아이랑 얘기하는 기구다... 해볼래? 석윤 : (못이기는 척).. 어덯게 하는 건데.. 진원 : (마이크를 주며).. 그냥 얘기하면 돼.. 그럼 아이가 들어. (표를 안내려 애쓰지만 신기한 석윤, 마이크를 잡으며 첫 대화에 긴장이 되는 듯 심호흡을 하고는-) 석윤 : (확인하는)..확실히 들어? (그런 석윤이 사랑스러운 듯 진원, 미소를 지으면 고개를 끄덕여 주면-) 석윤 : (목을 가다듬곤)..음..아빠다..음...(그리곤 할말이 없자)..나중에 통화하자..그럼 끊는다..! (박장 대소를 터뜨리는 진원! 무안한 듯 석윤, 얼굴이 벌개지면-) 진원 : (웃으며) 퍽이나 낭만적이다! (진원, 웃음이 그치질 않고. 그런 진원에 다시 삐지는 석윤, 들어가 버린다! 겨우 웃음을 거둔 진원, 짐을 챙겨 들어가려하면- 테라스 통창으로 보이는- 급히 아가 방으로 들어가는 석윤의 모습. 의아한 표정의 진원...!) 43. 동, 거실. 밤 (어둑한 거실. 석윤, 조심스레 아가방에서 나오는데- 이때 주방에서 들리는-) 진원 : (소리) 그 방에서 뭐해? 석윤 : (화들짝 놀라며).. 일한다. 진원 : 자기 작업실 놔두고 거기서 뭐하는 거야? 석윤 : (말을 못하곤 화제를 돌리며)..뭐 안 먹어도 되는 거야? 진원 : ... ... 석윤 : .. 입맛이 없더라도 뭘 먹어야지.. 먹고 싶은 거 없어? 진원 : ... ... 석윤 : 조금 있으면 못사.. 사다준다고 그럴 때 얘기.. 진원 : 도토리 묵. 석윤 : (의아)..너 그거 못 먹잖아? 진원 : 그렇긴 한데.. 근데 며칠 전서부터 자꾸 그게 생각나... 석윤 : ... ...? 44. 거리. 밤 (걸어가며 다급한 표정으로 전화를 하고 있는 석윤. 그 위로 들리는-) 정기 : (소리) ..다람쥐 밥 말이냐? 석윤 : 그래 임마, 다람쥐 밥, 도토리..! 정기 : (소리) 지금 이 시간에 그걸 어디서 구해? 석윤 : 그러니까 내가 전화를 했지 임마! 정기 : (소리).. 나두 모르지.. 다람쥐 사는데 있겠지 뭐.. 석윤 : (버럭)너 지금 농담하냐? 다람쥐 사는 데라니, 그걸 말이라고... (화를 내던 석윤, 문득 어딘가를 발견하면- 막 셔터를 내리고 있는 애완동물 센터! 순간, 머리 속에서 뭔가 번득이는 석윤-!) 45. 전원주택, 거실. 밤 (다급히, 하지만 침실을 견제하며 조심스레 들어오는 석윤. 들고 온 봉투를 식탁 위에 내려놓곤 조용히 전화를 한다-) 석윤 : ..네, 이모님이세요?..밤늦게 죄송합니다.. 저기 진원이가 갑자기 도토리묵이 먹고 싶다고 해서요.. 저도 별일이라고는 생각하는데.. 그래서 도토리를 사왔거든요.. 이거 껍질까지 갈아 야 하나요, 아니면...네?..가루를 팔아요..? (힘빠지는) 네..그럼 주무세요.. (전화를 끊는 석윤, 그리곤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다가는 화들짝 놀라면- 석윤을 보며 미소짓고 있는 진원, 하지만 짐짓-) 진원 : ..바보 아냐? ..그거 가루 팔어! 석윤 : (무안).. 나두 알어. 진원 : 근데 도토릴 사왔어? 이 시간에 재주도 용하네.. 어디서 사왔어? 석윤 : (뜨끔).. 경동 시장 한약 파는데서.. 거기 늦게까지 하잖아.. 좋은 거라고 그러더라구.. (그런 석윤을 진원, 사랑스런 미소로 바라보다가는, 말로는-) 진원 : 으이구, 고맙다고 해야하는지, 미련하다고 해야하는지.. 언제 까서 언제 가냐? 올해 안에 먹겠어? ..이거야? (진원, 식탁 위의 봉투를 열어보면-) 진원 : (의아).. 이게 뭐야? 석윤 : ... ...? 46. 애완동물 센터. 밤 (당황해하는-) 여주인 : 어머, 어떡해.. 그 사람 개밥 가져갔어..! 남주인 : (열받는) 덤벙대더라니.. 에이씨.. 그게 더 비싼건데..! (... ...!) 47. 00 산부인과, 접수실. 낮 (정간호사에게 엄청 악살을 주고 있는-) 최간호사 : 내가 먹지 말라고 몇번이나 얘기했니? 산모들한테 기념으로 줄려고 병원에서 일부러 맞춰오는 케잌인데 먹어버리면, 막상 필요할 때 어떻게 할려구 그래? 니가 애 났어? 정간호사 : (주눅든) ... ... 최간호사 : 어쩐지 계속 숫자가 안맞어요, 도대체 얼마동안 몇 개나 먹은 거야? 정간호사 : 최간호사님도 드셨잖아요... 최간호사 : (버럭) 니가 사온거라며! 짤라서 갖고 왔는데 내가 그건지 어떻게 알어? (이때 분위기를 살피며 들어오는-) 진원 : 저기.. 정간호사 : (반색) 어머, 오셨어요! 진원 : 네.. 저, 여기 드시라고 케잌 좀 사왔는데.. 정간호사 : (너무 좋아하는) 어머, 감사합니다, 잘 먹을께요..! (진원,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는 진료실로 향하고- 케잌을 들고 좋아하는 정간호사를 기가 막힌 듯 바라보는 최 간호사.) 48. 동, 조박사 진료실. 낮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 와 앉는-) 조박사 : 오늘은 혼자네? 부군은 잘 계시고? 여전히 싱글벙글이야? 진원 : (웃으며) ..처음 보단 덜하죠.. 아가방을 하나 마련했는데, 그래도 신기한지 꽤나 들락거려요.. 조박사 : 원래 그래 남자들, 금방 시들해져.. (이때 진료실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굳은 표정의 구 간호사, 거침없이 창가로 가더니만 창문을 활짝 열어 제낀다!) 조박사 : (뭔가 캥기는 듯) 거, 여직껏 열었다가 방금 닫은 거요..! (구간호사, 조박사의 말을 들은 채도 않고. 그런 구간호사에게 눈치를 보며 인사를 하는-) 진원 : 안녕..하세요..? 구간호사 : (건조한) 안녕하세요. (하고는 나가버린다. 이를 보곤 민망한 미소를 보이며-) 조박사 : ..또 걸렸거든..아, 중독이야, 컵라면..(하고는)자, 그럼 진원씨 애기 얼굴 좀 보러 가볼까? (미소를 띄우곤 따라 나서려던 진원, 이때 핸드폰 울리면 받으며-) 진원 : 네..네. 실장님 저예요! 49. 전원주택, 거실. 석양 (급하게 핸드폰을 들고 침실에서 나오는-) 진원 : (전화를 하며) 지금 찾고 있어요,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소파에 핸드폰을 던져 놓고는 거실에서 어쩔 줄 몰라 침착하려 애쓰는-) 진원 : 어디다 뒀지..?..침실 서랍도 아니고.. 서재.. 아냐.. 아, 맞어... (아가방으로 뛰어가는 진원, 하지만 문이 잠겨 있고- 순간 짜증이 급습하는 진원, 다급히 거실의 스피커폰을 누르면-) 50. 동, 근처 도로, 석윤의 차 안. 석양 (태평하게 운전을 하고 있는 석윤. 이때 울리는 핸드폰! 핸즈프리로 받는-) 석윤 : 여.. 진원 : (소리, 말을 끊으며, 다급히) 아기방 당신이 잠궜어? 석윤 : ..뭐? 진원 : (소리) 열쇠 어딨어? 거기서 뭘 꺼내야 한단 말이야! 석윤 : (놀라는) 조금만 기다려, 나 지금.. 진원 : (소리, 화를 내는) 문은 왜 잠궈? 51. 동, 거실. 석양 (스피커폰으로 들리는-) 석윤 : (소리) 왜 화를 내고 그래? (서랍에서 문을 열만한 뾰족한 기구들을 찾느라 뒤지며-) 진원 : (다급한) 내가 지금 화 안 나게 생겼어? 지금 이거 안 갖다주면 전시 때까지 팜플렛 안 나온단 말이야! 석윤 : (소리)아, 알았어.. 조금만 참아, 나 지금 가는 중이야! (뾰족한 손톱칼을 찾은 진원, 다급히 아기방으로 달려가 문을 열려하면- 그 소리를 들은 듯-) 석윤 : (소리, 당혹) 진원아, 너 지금 뭐해? (진원, 그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계속 문을 열려하고) 52. 다시 석윤의 차 안. 석양 석윤 : (다급한) 조금만 기다려, 나 금방 도착 해! 문 열지 마! 열면 안돼! 53. 동, 아기방 앞. 석양 (석윤의 말은 아랑곳 않고 문이 열리질 않는지 짜증이 터지며-) 진원 : 문은 잠그고 난리야-! (이때, 찰칵 거리면서 손잡이가 돌아가면- 진원,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감동이 느껴지는 음악과 함께- 방안을 본 진원, 놀라 말문이 막힌다! 보면- 방안 전체를 채운, 아이의 침대를 에워싸고 있는 수천개의 알록달록한 레고 조각으로 완성된 레고의 성..! 장난감 병정들이며 작은 숲속의 친구들, 동물 농장, 중세의 마을, 중세의 기사들까지, 마치 동화의 한 장면인 듯 석양빛을 받은 그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고...! 거실의 전화기에서 석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지만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진원...) 석윤 : (소리)..뭐야..열었지? 응? 열었지? (그제서야 대답을 하는-) 진원 : 아..아니, 안 열어봤어... 석윤 : (소리) 열면 안돼, 아직 열어보지마! 진원 : (넋을 잃은 채로) 응.. 안열게... (그 중 한쪽에는 하트 모양의 테두리 안에 진원과 석윤, 그리고 아이의 레고 인형이 한 가족을 이루고 있고... 감동을 받은 듯 눈가엔 물기가 젖기 시작하는 진원... 이때 핸드폰을 손에 든 채 헐레벌떡 들어오는 석윤, 레고를 배경으로 진원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석윤 : (김이 샌 듯, 숨을 몰아 쉬며) 뭐야, 열어보지 말랬더니... 진원 : (그대로 방안에 시선을 둔채) ..나.. 아무것도 못 봤어.. 석윤 : (화가 나는 듯) 아직 다 한거 아닌데 보면 어떡해..! (잠시 후 석윤을 돌아보는 진원의 표정엔 사랑이 담뿍 담긴 미소와 함께 눈가엔 눈물이 그렁이고 있고...) 진원 : (젖은 목소리로)..눈이 자꾸 뿌예져서.. 아무것도 못봤어... (진원의 감동 어린 시선에 석윤, 조금은 겸연쩍은지 쑥스런 미소를 보이면... 진원, 그런 석윤의 품으로 달려가 안고는 까치발을 딛고 그의 입을 맞춘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석윤, 이내 진원의 사랑을 느끼듯 그녀의 입술을 달게 받고... 그리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아름답고 깊은 포옹...! 음악, 줄고...) 54. 레고 회사, 회의실. 낮 (어두운 실내. 슬라이드 하면 위로 떠오르는 석윤의 프로젝트, 아기방에서 보여준 바로 그 레고 세트다. 테이블 맨 앞자리에 앉아 버튼을 눌러 한 장씩 슬라이드 사진을 넘기고 있는 정기. 그 옆 단상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석윤 : 연령층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다는 전략은 최근 소비자에겐 먹혀들고 있질 않습니 다. 사실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면 레고엔 관심이 없거든요. (유심히 석윤의 설명을 듣고 있는 부장과 연구실 직원들.) 석윤 : (자신 있는) 이젠 복곱니다! 레고와 처음으로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 타겟을 맞추자는 거죠! 아이들 최초의 장난감을 레고로 시작하게 하고, 특히나 아이들의 정서에 예민한 부모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에 주력하자는 겁니다! 이상입니다! (불이 켜지면, 밝아진 표정의 직원들과-) 부장 : (기분 좋은) 뭐, 이런거 아니겠어? 이 돌윤, 간만에 똥꼬에 힘 좀 줬구만! 정기 : (호기롭게) 오늘 회식 되시겠습니다-! (일동, 환호!) 부장 : 야 임마, 니가 사냐? 석윤 : (짐짓) 아, 전 사양입니다! 일동 : (의아) ...? 석윤 : 이 아이템은 전적으로 제 아이 때문에 발생된 것이고, 또 그 영광을 제 아이에게 돌림과 동시에 여러분들과 회식을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고로, 회식비를 저에게 주시면 저와 제 아내, 또 제 아이에게 무진장 도움이 될 것이며... (이에 야유와 함께 석윤에게 날아오는 각종 서류며, 종이들! 석윤, 이를 피하며 즐거워하는데- 전화가 울리고, 스피커폰으로 받으면-) 여직원 : (소리) 이 석윤 대리님, 전홥니다! 55. 00 산부인과, 조박사 진료실. 낮 (문이 열리면, 꽃다발을 들고 들어오는-) 석윤 : (밝은) 안녕하셨어요? 조박사 : 어서 와... 왠 꽃다발이야? 석윤 : 오늘 집사람 전시가 있거든요. 사는 김에 박사님 생각이 나서.. (장난스런 미소) 향이 제일 강한 걸로 샀습니다, 꽂아 두세요! (석윤의 장난기에 조 박사, 미소는 짓지만 그의 표정에는 왠지 무거움이 느껴진다..) 조박사 : (애써 밝아보려는) ... 아기방에서 지낸다며? 석윤 : (웃으며) 작전이 좀 있었거든요. 조박사 : 재밌게 사네... 산모는? 석윤 : 조금 피곤하다고는 하는데 괜찮아요. 잘 하고 있습니다. (이때 최 간호사가 들어오자-) 조박사 : 뒤 환자분, 시간 좀 미뤄나요..! (그리곤 잠시 말이 없는 조 박사. 그제서야 석윤, 평소 조 박사의 분위기와 다름을 느낀다...! 잠시 후, 조용히 입을 여는-) 조박사 : 우리가 알고 지낸 지가 한 삼년 돼가지? 석윤 : ... 그렇죠 조박사 : 그동안 두 사람 보면서 참 의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어.. 다른 사람들은 벌써 포기하고도 남았을 텐데 말이야.. 석윤 : (미소로 가장한 불길함) ... 오늘 박사님 분위기가.. (조 박사, 석윤을 잠시 바라보다가는 결심한 듯-) 조박사 : ... 석윤씨만 오라고 한건 산모한테는 남편이 얘기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야..! 석윤 : (표정이 바뀌는) ... 무슨 일이 ... 있는 거군요... 조박사 : ... 의학 용어로는 언엔서펠리라고 하는데.. 확률은 만분의 일 정도고... 석윤 : (얼굴이 굳어져가는).... 조박사 : (어렵게 꺼내는) ... 실은 태아가... 무뇌증이야... (순간 호흡니 멈춘 듯한 석윤, 그리곤 두려운 듯 꺼내는...) 석윤 : ... 태아가... 무뇌증이라니요...? 56. 00 갤러리. 저녁 (밝은 조명 아래 전시되어 있는 화려한 섬유 작품들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진원, 임부용 원피스를 입고 있다. 이를 본 전씬의-) 여직원1,2 : 강 팀장님, 너무 잘 어울리세요! (미소를 띠어 보이는 진원, 그리곤 석윤을 기다리는 듯 주위를 둘러보곤 하고) 57. 레고 회사, 연구실. 밤 (슬픈 느낌의 음악이 흐르고... 화면 가득, 프린터에서 뽑혀지고 있는 용지에는- ‘태아 신경관계 결손 질환. 대뇌가 결핍되거나 흔적만 존재, 혹은 두개골이 결핍된 태아 ..... ...... 등 무뇌증에 대한 검색 자료들이 인쇄되어 나오고... 불꺼진 텅빈 연구소에 오이셔츠 차림으로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PC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석윤... 그 위로 들리는-) 조박사 : (소리) .. 설사 무사히 낳는다 해도, 뇌와 관련된 모든 기능들은 모두 마비가 돼..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거지... 얼마나 살아갈지도 장담할 수 없는 거고.. 몸은 크고 있지만, 사실 아이는 뱃속에서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답답한 듯 크게 심호흡을 해보지만 뭘 어떡해야 좋을지 혼란스런 표정의 석윤...) 조박사 : .. 일반적으론 대부분 다 아이를 지우지..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거든... 어떤 결정을 내리건 그건 당사자들의 몫이야... 석윤씨가 강해져야 해... (그렁이는 눈물을 애써 참아내는 석윤의 힘겨운 모습...) 58. 전원주택, 아가방. 밤 (음악, 연결되면서.. 미소 띤 얼굴로 태교 일기를 쓰고 있는 진원. 잠시 후, 펜을 놓고는 옆에 놓인 마이크폰을 집어들곤 아이에게-) 진원 : .. 아가야, 엄마가 참을까 말까? 우린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지?.. 니네 아빠 이래도 되는 거니? (조용히 거실로 힘없이 들어오던 석윤, 열려진 문으로 이 모습을 보고) 진원 : 그래, 엄마도 같은 생각이야. 평생 버릇 될지도 모르니까, 이따 들어오면 우리 어떻게 아빠를 혼내줄지 같이 고민해 볼까? (다정히 아이와 대화를 하는 듯한 진원의 행복해하는 모습...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석윤의 슬픈 얼굴... 문득 석윤을 발견하고는 그의 표정을 오해한 진원, 계속 아이와 대화하듯-) 진원 : (마이크에 대고) ... 엄청 불쌍한 작전으로 나오는데 어떡하지...? 봐주라고?... 안되는데.. 우리 아긴 엄마보다 착하네...! (그리곤 석윤에게) 씻구 자! 운 좋은 줄 알어! (그런 진원에게 애써 미소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석윤의 안타까움... 음악, 계속 되면서...) 59. 동, 욕실. 밤 (욕실로 들어서는 석윤, 세면대를 의지하고는 괴로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서 있다. 잠시 후 애써 슬픔을 참는 듯 소리없이 그의 어깨가 들썩이고... 안되겠는지 수도를 틀어버리는 석윤 그의 힘겨운 흐느낌은 물소리에 묻히지만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않는 그의 모습에선 짙은 슬픔이 느껴지고... 음악, 준다...) 60. 레고 회사, 옥상. 오후 (파란 하늘, 밝은 햇살 아래... 넓은 옥상 한켠에 홀로 우둑커니 서있는 석윤....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보는 그의 무거운 표정...) 61. 일식 집. 밤 (레고 회사 연구실 직원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에 끼어 한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석윤. 사람들이 간혹 농담을 건네면 웃어주며 얘기도 하곤 하지만 그 자리가 너무 힘든 석윤. 결국 조용히 자리를 뜨고. 그 옆에서 다른 사람들과 떠들고 있던 정기, 문득 보면- 석윤은 없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서류봉투를 발견하곤 들고 따라 나간다) 62. 동, 앞 벤치. 밤 (벤치에 앉아 캔 맥주를 마시고 있는 석윤과 정기. 문득, 자기가 들고 온 석윤의 서류 봉투를 열어보면- 아이의 초음파 사진들이 나오고) 정기 : (취기가 있는) 야, 이게 뭐야..? 석윤 : ..... 정기 : ...야, 임마. 암만 좋아도 그렇지 애 초음파 사진까지 들고 다니냐? 석윤 : (잠시 말이 없다가는, 힘없이) .. 아이한테 이상이 있나 봐... (그런 석윤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 듯 기분을 풀어보려-) 정기 : (농담하듯) 얌마, 니 애면 정상인게 이상하..지... (하지만 그런 정기의 농담이 들어올리 없는 석윤. 답답한 듯 큰 한숨을 내쉬고는 얼굴을 쓸어 내리며- 그제사 분위기를 파악한 듯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뀌는 정기...) 63. 전원주택, 침실. 밤 (뒤척이다가는 잠에서 눈을 뜨는 진원, 문득 옆을 보면- 비어있는 석윤의 자리 의아한 표정의 진원...!) 64. 동, 아기방. 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진원, 보면- 양복을 입은 채 그대로 엎어져 잠이 든 석윤. 진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깨우려다가는- 주위에 널려져있는 아이의 초음파 사진이며 소견서들을 발견하고는- 집어들어 읽으며 점점 굳어지는 그녀의 얼굴...! 그리곤 다급히 석윤을 흔들어 깨우며-) 진원 : 일어나 봐, 일어나봐 빨리! (석윤, 깨어나면-) 진원 : 이게 뭐야, 이게 뭐냐니까? 석윤 : (조용히 입을 여는) ... 진원아... 진원 : 무뇌증이라니, 우리 아이가 무뇌아란 거야? 빨리 대답 해! 석윤 : .. 거기 써있는 그대로야.. 아이한테.. 문제가 있어... 진원 : (놀란) 무슨 문제? 큰 문제야? 별 문제는 아니지? 그지? (마치 제정신이 아닌 듯 석윤을 채근하는 진원을 안스럽게 바라보던 석윤, 힘들게 말을 꺼내며...) 석윤 : ... 지워야 한데.. 낳아도 얼마나 살지 모른데... (충격을 받은 듯 굳어버리는 진원...! 눈가엔 이미 눈물이 글렁이기 시작하고... 그리곤 호흡이 점점 거칠어 지는가 싶더니, 이내 표정을 달리하며-) 진원 : (단호한) 아니야! 말두 안돼! 그건 잘못된 거야! 석윤 : (안타까운) 진원아, 이건... 진원 : (울먹이지만 애써 자신을 굳게 다지며) 말하지만! 입도 뻥긋하지 마! 분명히 그건 잘못된 거야! 그러니까 당신도 그렇게 알어! 난 오늘 이 얘기 못들은 거야! 당신 여기서 잘꺼야? 난 가서 잘래! (거칠게 문을 닫고 나가는 진원! 강하게 거부를 하는 그녀의 심정을 아는 석윤, 그런 그녀가 안타까울 뿐이다...) 65. 00 산부인과, 접수실. 아침 (진료 전인 한가한 병원 실내 구 간호사가 한쪽에서 퀼트를 짜고 있고 최, 정 간호사가 진료 접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때 진원, 소견서 봉투를 든 채 상기된 얼굴로 입구에 다급히 들어서면-) 정간호사 : (반색) 어머, 안... 진원 : (말을 끊으며) 조 박사님 나오셨어요? 최간호사 : 오늘 휴진이세요. 진원 : (난감).. .그럼 댁 좀 가르쳐 주시겠어요? 최간호사 : 그건.. 곤란한데... 진원 : 급해서 그래요, 부탁 좀 할께요... 최간호사 : 근데요, 그게 규칙이라 좀... 진원 : (화를 벌컥 내려다가는 참으며).. 그럼 전화번호라도 가르쳐 주세요...! (이때 다가오는-) 구간호사 : (사무적인) 병원규약상 가르쳐 드릴 수 없습니다! 진원 : (발끈하는) 이보세요, 아무리 규약이라도 예외는 있는 거 아니예요? 꼭 지금 만나야겠단 말이예요! 구간호사 : (조용히 보다가는) .. 무슨 일인지 압니다. 이해는 하지만 진단은 정확했고, 박사님도 같은 말씀이실 겁니다! 진원 : (믿지 않으려는) 그렇게들 자신 있어요? 좋아요, 제 진료 내역들 주세요! 다른 병원으로 가겠어요! 구간호사 : 이미 남편분께서 그렇게 하시겠다고 며칠 전에 가져가셨습니다. (할말을 잃은 진원, 건조하게 얘기하는 구 간호사를 노려보며 인정하기 싫은 현실에 분노가 치미는 듯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구간호사 : 경험상 말씀드리자면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아이를 지웁니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도 그렇게 권하고 싶군요. 시간이 갈수록 본인 스스로가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진원 : (기어이 터지는, 버럭) 당신들 원래 이래요? 당신들은 원래 그렇게 차갑게 얘기하나요? 당신들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되는 거예요? (이미 눈물은 흐르지만, 꿋꿋해 보이려는 진원의 모습이 애처롭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는-) 구간호사 : 이건 감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부인의 상태와 이 상황가는 별개의 문제예요. 진원 : (순간, 의아) ... 제 .. 상태라죠? 구간호사 : (무심코) 불임의 원인이 부인께 있었다는 사실과 이 상황과는... (그러다가는, 순간 당황) .. 모르 .. 셨나요..? (충격을 받은 진원의 얼굴...!) 66. 레고 회사, 연구실. 저녁 (심각한 얼굴로 전화를 하고 있는 석윤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보고 있던-) 정기 : .. 또 안돼? (어두워지는 석윤, 그리곤 이내 자리를 일어나 나간다) 67. 전원주택, 거실. 밤 (불을 켜놓지 않은 실내 열려 있는 아기방에는, 꾸며져 있던 레고들이 모두 부서져 바닥을 뒹굴고 있고, 이를 본 석윤, 놀라 진원을 부르며 분주히 거실을 오가다가는 보면-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미동도 않고 테라스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진원... 안심한 듯 석윤,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옆에 와 앉으며 안스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면... 많이 운 듯 눈물이 말라있는 그녀... 슬픔이 느껴지는 음악과 함께... 잠시 후, 여전히 창 밖에 시선을 둔 채 조용히 입을 여는...) 진원 : 어릴 때 참 못되게 군적 많아서 이모 나 때문에 많이 울었었어... 고등학교땐 지는 게 싫어서 나보다 좀 잘하는 애들을 일부러 미워한 적도 있었고... 그것 때문일까...? 석윤 : .... 진원 :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는) .. 당신 만날 때 다른 선배가 좋아져서 한달을 쫓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일까...? 석윤 : (안타까운) .. 진원아.. 그만하자... 진원 : (울먹이는) .. 우리 아이가 생기구 내가 너무 좋아해서.. 내가 너무 행복해해서 그런게 아닐까? .. 그래서 우리가 이런 벌을 받는 게 아닐까? (기어이 석윤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진원 : 미안해, 미안해 석윤씨.. 정말 미안해... (서글피 목놓아 우는 진원... 그녀를 안고 있는 석윤도 가슴이 메일듯하고... 음악, 준다...) 68. 00 갤러리. 낮 (전시회가 끝나고 정리를 하는 사람들 저쪽 구석에서 어정쩡히 사람들 틈에 끼지도 못하고 서성이는 진원. 이를 본-) 여직원1 : 사람도 많은데 왜 나오셨어요, 쉬시지...! 진원 : 으, 응... 그냥 (그리곤 옆에서 짐을 들자-) 진원 : 같이 들어, 내가 좀 도와 줄게... 69. 00 산부인과, 대기실. 낮 (진원을 기다리고 있는 석윤 진원이 많이 늦는지 시계를 보며 입구를 계속 힐끔거린다 잠시 후 다가오는-) 조박사 : ... 늦나보네? 석윤 : 네... 그렇네요 조박사 : .. 얘긴 확실히 된 거야? 석윤 : (자조적인).. 네 (조박사, 그런 석윤을 안스럽게 바라보고) 70. 편의점 앞. 낮 (어두운 얼굴로 파라솔에 앉아 전호를 하고 있는 진워.ㄴ 자동 응답기 메시지가 나오자-) 진원 : .. 이모 나야... 그냥 걸었어.. 다시 전호할게... (힘없이 끊는 진원 작은 한숨과 함께 시계를 내려다 보는 그녀의 표정엔 갈등의 빛이 스치고....) 71. 진원의 차, 안. 낮 (마치 딴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진원 그러다가는 순간, 중앙선을 넘은 듯 마주 오는 차와 정면으로 충돌을 할 뻔하면- 격한 바퀴의 마찰음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피해서는 인도의 턱에 걸려 서는 진원의 차! 위기를 모면한 진원, 보면-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자신의 배를 손을 감싸고 있고...! 음악, 조용히 흐르면서... 그것을 본 진원, 알수 없이 밀려드는 슬픔이 밀려들고... 하지만 이를 악물며 참아내는 그녀...! 그런 그녀의 표정에선 어떤 결의의 빛이 스치고...!) 72. 전원주택, 밖. 저녁 (비가 오고 있다. 집 앞에 도착하는 석윤, 보면- 대낮처럼 환하게 불치 켜져 있는 실내 의아한 표졍의 석윤, 차에서 내려 비를 피해 집으로 뛰어들어 간다) 73. 동, 거실. 저녁 (거실 테라스 통유리를 세차게 두드려대는 빗줄기 머리에서 빗물을 떨궈내며 현관으로 들어서는 석윤 이때 주방에서 들리는 음식 볶는 소리 보면, 주방에서 음식을 하고 있는 진원) 석윤 : (황당) .. 어떻게 된거야? 진원 : (걸려 있던 수건을 건네며) 앉아, 밥부터 먹고나서 얘기 해 (태연하게 접시에 음식을 담아 식탁에 올려놓는 진원 하지만 그런 그녀의 표정에서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오기... 석윤, 여전히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며 그런 진원을 바라보면-) 진원 : 닦아, 젖었잖아. 석윤 : ... 진원아... (식탁을 차리던 진원, 이내 결심한 듯 석윤을 똑바로 보며-) 진원 : (단호한) ... 나, 낳을 꺼야...! 석윤 : ....! 진원 : 말리지마, 낳을래. 어떻게 되건 지금은 못 보내...! 석윤 : .. 너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있는 지 알아? 진원 : 알아, 하지만 당신은 몰라! ... 못 보내! 석윤 : (답답한) ...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너.. 이미 아인 죽은 거나 다름없어...! 진원 : (버럭) 당신이 어떻게 알아? 난 이 아일 느껴. 내 안에 있고, 내 안에서 숨쉬고 살아 있는 걸 느껴. 니가 어떻게 알아-! 석윤 : .. 왜 그렇게 불안해 해... 우리둘, 행복하잖아...! 진원 : 이게 행복이야? 아이를 갖고 싶은데 가질 수 없어... 그런 나를 보는 시선들이 싫어. 잘해주는 당신한테 항상 부담을 느껴야 하는 것도 싫고.. 이게 행복이야? 석윤 : (화가 나지만 애써 참으며) ... 지우자.. 그리구 입양하자.. 날짜를 맞춰서 아이를 데리고 오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 아이가... 진원 : (기가 막힌, 비아냥) ... 왜 그래야 하는데? 나한테 중요한 건 이 아이야... 창피하니? 그리구도 당신이 부모될 자격이 있는 거 같애? (이미 정도를 넘어선 듯 보이는 진원의 오기에 기어이 터지고 마는-) 석윤 : (버럭) 그럼 어떻게 하란 얘기야-! 나는 이러구 싶어서 이러는 거 같애? 나도 힘들어, 너만 힘들어-? 진원 : (지지 않는) 낳겠다는 얘기야! 도와주지 않아도 돼, 내가 낳아서, 내가 키울 꺼야-! (그간의 감정이 폭발한 위기스런 두사람,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 감정이 앞선 말들로 고성을 지르며 서로를 할퀸다!) 석윤 : 안돼, 무조건 지원, 지금 못하면 정말 못할지도 몰라! 알아서 한다구? 이게 너 혼자 문제야? 지워, 그리구 잊어버려! (그리곤 석윤, 옆에 있던 태고 일기를 발견하고는 거칠게 집어들자-) 진원 : (놀라는) 그거 안 놔둬? 석윤 : 이딴 것도 쓰지마! 어차피 걘 아무것도 못보구 못들어, 숨도 한번 못쉬고 태어나자마자 죽는 애야, 앞으로 이따위 꺼 쓰는 꼴도 보이지 마-! (그리곤 화풀이하듯 일기장을 찢어버리기 시작하는 석윤 그러자 미친 듯이 달려와 석윤을 마구 때리며-) 진원 : (울며 빼앗으려는) 하지마, 하지만, 이 자식아.. 놔둬.. 나가.. 나가, 이 자식아...! (맞으면서도 결국 일기장을 찢어 내팽개치고는-) 석윤 : (내뱉어 버리는) 그래, 니 맘대로 해.. 너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하나두 상관없구, 그러는 넌, 그러는 넌 부모될 자격이 있는 것 같애? 정신처려, 착각하지 마-! (울면서 바닥에 앉아 일기장을 주워 모으던 진원, 화를 못 참아 힘겹게 옆에 있는 물건을 주워 석윤에게 던지고... 거칠게 나가버리는 석윤!) 74. 동, 앞 석윤의 차 안. 밤 (문을 닫고 차에 타는 비에 젖은 석윤 잠시 힘들어 하다가는- 화풀이하듯 급발진으로 차를 몰고 가버리고!) 75. 다시 동, 거실. 밤 (태풍이 지나간 듯한 적막함... 바닥에 널려져 있는 찢겨진 일기장들... 그것을 하나하나 주워드는 진원... 아직 어깨는 들썩이지만 울지 않으려고, 정말 힘겹게 당당해 지려고 애쓰는 그녀의 모습.... 넓은 거실에 홀로 있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더욱 안스럽고...) 76. 레고 회사, 현관 로비. 낮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레고 공간에서 어린 꼬마들이 놀고 있다. 미소 띤 얼굴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진원... 잠시 후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이때 그녀의 곁에 와 앉는-) 정기 : ...석윤이 한테서 연락이 왔다는데, 오늘 못 들어오겠다고 했나봐... (석윤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실망의 표정이 스치고는-) 진원 : (일어나며) ...갈게. 정기 : (위로하듯)... 진원아, 저기.. 석윤이 한테서 얘긴 들었는데... 진원 : (말을 자르며).. 나 기다렸었단 얘기 하지마.. 수고해, 선배 (돌아서 가는 진원의 약해 보이는 뒷모습을 안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정기...) 77. 00 산부인과 앞, 포장마차. 밤 (술을 마시며 조 박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석윤 : (자조적인 웃음).. 박사님이 몰라서 그러세요.. 걔가 때리면 아파요.. 원래 손이 맵거든요.. (힘겨워하는 석윤을 보며 할말을 찾지 못하는 듯 소주잔을 비우는 조 박사..) 석윤 : .. 다른 곳은 다 멀쩡하다는 거죠...? 조박사 : .. 그렇지 석윤 : .. 그래도 방법이 없다는 거죠..? 조박사 : (무심코) ... 그래서 의학계에서는 한때 그런 아이들의 장기를 이식을 받아 다른 아이들이라도 살려보자는 말도 나오고, 그런 사례도 사실 있었... (조 박사, 분위기에 취해 무심코 자기 말만 하다가는 문득 느낌이 이상해 고개를 들어보면- 굳은 얼굴로 조 박사를 노려보는 석윤...! 그리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말 없이 술판을 엎어버리곤 가버린다...! 난감한 표정의 조 박사...!) 78. 전원주택, 정원 테라스. 밤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테라스 의자에 앉아 별이 많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진원... 여전히 그녀의 힘겨운 얼굴엔 많은 생각들이 담겨있고... 그 위로 들려오는-) 진원 : (소리).. 아가야.. 엄마 욕심일까...? 난 네가 꼭 보고 싶은데.. 하지만 넌 많이 힘들 수도 있을 텐데.. 만일 그렇다면.. 미안해서 어떡하니... 난 너한테 어떻게 해야하니...? (아기를 보던 진원, 다시 고개를 들어 어두운 얼굴로 밤하늘을 바라보면... 마치 아이의 미소인 듯,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고 있는 많은 별들... 음악, 준다....) 79. 레고 회사, 로비. 낮 (초췌한 몰골로 코너를 돌아 나오는 석윤, 문득 놀라면- 그의 앞으로 걸어오고 있는 진원...! 두 사람, 잠시 말이 없다가는-) 진원 : (조용히) ... 안들어 올꺼야...? 석윤 : ... 진원 : .. 들어 와.. 나 힘들어... (진원, 석윤에게 절실한 눈길을 보이곤 조용히 돌아 나가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석윤의 그늘진 얼굴...) 80. 00 산부인고, 조박사 진료실. 낮 (얘기를 나누고 있는-) 조박사 : .. 김 총무나 협회 상황도 이해는 하지만, 불가능해 김총무 : (진지한) .. 급한 환자들이 몇 있거든요.. 제가 직접 만나보면 안될까요? 조박사 : (씁쓸한 미소) ... 일전에 그 친구한테 정말 아무 생각없이 장기이식 얘기가 툭 튀어 나오는 바람에 난리 한번 났었어... 포기 해...! (김 총무, 답답한 듯 짧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 내리고...) 81. 전원주택, 거실. 저녁 (화면 가득, 열려지는 찬합에 가득 담긴, 먹음직스런 도토리 묵! 주방에서 가져온 짐들을 벌려놓으며-) 이모 : (신이난) ... 난 니 전화 받고 깜짝 놀랐어, 얘... 어쩜 그렇게 신기하니? 넌 묵, 입에도 안대잖아... 애가 원하는 거야, 애가.. 빨리 와! (어두운 얼굴로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진원 이런 상황이 달가울 수 없다) 진원 : ...싫어 이모 : 빨리 와서 좀 먹어 봐, 이모가 두시간을 꼬박 서서 만든 거야...! 진원 : ... 싫다니까... 이모 : 애가 먹고 싶달 때는 언제고... (눈치가 이상한).. 늦게 해 와서 화났니? 아니, 도토리가 지금 있어야 말이지.. 알아보니까 설악산 쪽에는 있다 길래 거기까지 가서 주워오느라고.. 사는 건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리곤 종아리를 걷으며) 이것봐, 이거... 도토리 줍다가 풀에 쓸려 가지고... (보면, 종아리엔 풀에 쓸린 생채기가 잔뜩 나있다! 이를 보곤 순간 화가 치미는-) 진원 : (날카로운) 누가 그러랬어? 먹거싶으면 내가 가서 사먹으면 되는 거지, 왜 그런 미련한 짓을 하고 그래? 이모 : (서운하지만) .. 알았으니까 좀 먹자.. 애섰을 땐 애 때문에라도 먹어줘야 해.. 입막이 당기는 건 다 애 때문에 당기는 거라... 진원 : (버럭) 싫다는데 자꾸 왜 그래? 안 먹는다 잖아! 애 때문에 당겨도 내가 당겨! 애도 안나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잘알아? (진원의 말이 상처를 준 듯 말문이 막히는 이모... 역시 진원도 말을 내뱉곤 당혹스러워하지만 표를 내지는 안고... 잠시 말이 없다가는, 이모의 눈에 물기가 젖는 듯 싶더니 이내 분위기를 바꾸려 애써 웃으며 농담하듯-) 이모 : ... 기집애.. 애 나본 사람만 아나... 오늘 있어봤자 득될 거 없겠네.. 차시간도 다 됐고.. 간다, 이기집애야... 오래 놔두면 상하니까 알아서 해...! (주섬주섬 짐을 챙기며 나가는 이모를 진원,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는 후회가 밀려오는 듯 무릎사이로 고개를 묻고...) 82. 동, 앞 근처. 밤 (집에는 들어가지 않고 근처에세 담배를 물고 있던 석윤, 문득 보면- 집을 나서는 이모, 우는 듯 눈가를 훔치며 잰걸음으로 나오고 있다. 의아한 표정의 석윤...!) 83. 동, 근처 공원. 밤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 석윤과-) 이모 : 요즘 이 서방 많이 힘들지? 석윤 : (씁쓸한 미소)... 이모 : 그래도 걔 시집가서 많이 누그러 진거야.. 어릴 땐 얼마나 욕심두 많구 샘도 많던지.. (옛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짓는 이모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던-) 석윤 : .. 이모님, 후회같은 거 안하세요? 이모 : 뭘? 석윤 : 진원이 때문에 결혼도 못하시구 고생만 하셨잖아요.. 이모 : (농담하듯).. 후회하면, 지금이라두 시켜 줄려구? .. 혹달린 여잘 누가 받아줘.. 어린애까지 성질이나 좋아? 석윤 : 사실 진원이가 이모님 딸도 아니고, 생각만 달리 하셨다면... 이모 : .. 난 진원일 내 딸이라고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 석윤 : ...? 이모 : (푸근한 미소와 함께)... 한번은 진원이가 아픈데, 그걸 보는 내가 더 아픈 거야.. 그때 알았지.. 내가 진원이고, 진원이가 나라는 걸... 그게 다였어... 그걸로 편해지더라구... (얘기를 하며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모의 모습... 그런 이모의 모습에서 석윤, 뭔가를 느끼는 듯 그의 얼굴엔 많은 생각이 스치고... 음악, 연결되면서...) 84. 동, 석윤의 작업실. 늦은 밤 (스탠드 불빛아래서 혼란스런 얼굴로 앉아 있는 석윤... 문득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보면- 진원이 주방 식탁에 앉아 뭔가를 먹고 있다. 보면- 이모가 가져다 준 찬합의 도토리묵을 꾸역꾸역 먹으며 울고 있는 진원... 마치 참회라도 하듯 눈물을 흘리며 먹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석윤, 조용히 다가가 앉으며 그녀의 다리에 머리를 기댄다....) 진원 : ..아주 어릴 때 이걸 먹고 심하게 체한 적이 있어.. 평생 입에도 안댈줄 알았었는데.. 신기해.. 이모는 애가 먹고 싶은 거래... (진원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는 석윤의 혼란스런 얼굴... 진원, 배에 닿아있는 석윤의 머리를 조용히 쓸어 내리며...) 진원 : (젖은 목소리)..느껴져? ..이렇게 살려고 하는 이유가 있을꺼야..욕심인줄 알았는데, 아니야.. 분명 우리 아이도 태어나는 의미가 있을꺼라구.. 낳고 싶어.. 그걸 알고 싶어.. 도와줘.. 난 당신이 필요해...! (진원의 절실한 느낌이 석윤의 가슴에 와 닿는다... 작은 한숨과 함께 더욱 짙어지는 그의 혼란... 음악, 줄고...) 85. 전원주택, 거실. 낮 (시장을 다녀온 듯, 거실로 들어오는 진원, 문득, 인기척이 있어 보면- 조금 열려진 아기방 문으로 보이는- 부서져 있던 레고를 다시 만들고 있는 석윤의 모습...! 기쁨과 감동이 느껴지는 음악, 흐르기 시작하고... 진원의 얼굴에 번지는, 고마움을 담은 미소... 석윤, 돌아보곤 역시 그런 진원을 보며 따듯한 미소를 건넨다...! 눈물을 글썽이는 진원, 석윤을 바라보는 눈길엔 사랑이 가득하고...) 86. 몽타주 (음악, 계속되면서... - 전원주택, 근처 도로 옆 산책로. 낮 밝은 가을 햇살을 맞으며 다정히 걸어오고 있는 진원과 석윤. 잠시 후 그 옆을 지나쳐가는 노란 유아원 버스. 아이들이 그들에게 손을 흔들자, 즐겁게 화답하는 두사람... - 임산부들과 함께 요가를 하듯 호흡법을 익히고 있는 진원과 석윤... - 전원주택, 정원 테라스. 낮 이제는 제법 불룩한 진원의 배... 테라스 안락 의자에 앉아 평온한 얼굴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진원. CA,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면- 바닥에 앉아 정성껏 진원의 발을 씻겨주고 있는 석윤. - 동, 거실. 밤 소파에 앉아 자석 칠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아이의 이름을 짓고 있는 두 사람. 몇몇 이름들이 칠판에 씌어보지만 마음에 안 드는 듯 진원, 고개를 흔들고... 다음날 아침, 석윤이 붙여놓은 듯 냉장고에 씌어진 쪽지를 발견하는 진원, 보면- 석윤과 진원의 이름을 딴 윤진이란 이름! 진원, 만족한 듯 미소가 떠오른다... - 00 산부인과, 복도. 낮 조박사의 진료실에서 나오는 지누언과 석윤. 조박사가 배웅을 하자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가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듯, 구간호사, 다정해 보이는 그들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 사과밭. 낮 언젠가 진원의 꿈에서 보았던 그 곳. 그 꿈을 회상하듯 진원, 눈감고 고운 미소를 머금으며 햇살을 맞고 있다... 그런 그녀의 얼굴 위로 들리는- 진원 : (소리) ..너를 처음 느꼈던 곳이란다, 윤진아.. 기억나니? 조금만 있으면 우린 정말 만나는 거야.. 그떈 꼭 얘기해 주렴.. 왜 그렇게 네가 세상 빛을 보고 싶어했는지를 말이야.. 알았 지..? 진원의 미소 안에 기대감이 더해지며... 음악, 준다...) 87. 이모 집, 마당. 낮 (평상에 앉아 고추를 다듬고 있는 이모와 그 옆의 진원. 진원, 전씬의 일이 걸리는 듯-) 진원 : (농담처럼) ..사과가 많이 열렸어.. 달란 얘기 아니야. 이모 : (웃음며) ..따로 챙겨놨으니까 이따 갈 때 가져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밝은 모습의 이모를 조용히 바라보다가는-) 진원 : 화.. 안났어? 이모 : (짐짓) 니 성질 어디가니? ..애 날때까지는 시어미 욕도하는거 아니랬어..!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고... 진원, 생각이 많은 얼굴로 이모를 바라보다가는 애써 미소지으며...) 진원 : ..걱정하지마.. 이젠 안그래.. 잘 할꺼야, 나... 이모 : (그런 미소를 받으며) ..그래, 넌 잘할꺼다.. 뭐든지, 무슨 일이 생기든지 넌 항상 잘해왔으니까.. 좋은 엄마 될꺼야...! (아무것도 모르는 듯 푸근하게 웃어주는 이모를 바라보던 진원, 그런 이모의 말에 울컥 눈물이 오르지만 보이지 않으려 웃으며 이모를 감싸 안는다...!) 진원 : ..고마워..그리구 미안해, 이모.. 사랑해... (그런 진원을 따듯이 감싸주는 이모... - 시간 경과 - 석윤과 진원을 배웅하는-) 이모 : ..조심해서 가, 가서 전화하고..! (석윤, 차에 오르면 차로 가던 진원,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 듯 자꾸 돌아본다. 그런 진원에게 농담하는-) 이모 : (짐짓) 줄꺼 없어..빨리 가..! (차에 다가간 진원, 애써 참았던 눈물이 글썽이고... 하지만 숨기려 미소를 보이며 차에 오르자- 순간, 왜인지 웃고 있는 이모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하지만 역시 진원에게 보이지 않으려 미소로 감추고... 진원, 차에 타서는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면- 역시 애써 웃어주며 가라고 손짓하는 이모... 하지만 이미 참아보려 했던 이모의 눈물은 그칠줄 모른다... 서서히 차는 출발하고... 이런 이모의 모습을 본-) 진원 : (슬픈)...이모, 아는구나... (안타까운 표정의 석윤,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이 흐르는 진원, 뒤돌아 보며 이모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면... 역시 떠나는 차를 바라보며 이제는 흐느끼기 시작하는 이모의 슬픈 모습... 그렇게 슬픔을 주고 받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안스럽다... 음악, 줄고...) 88. 레고 회사, 연구실. 낮 (전씬의, 자신이 내놓았던 아이템의 샘플을 점검하고 있는 석윤. 그것을 보며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는 듯 그의 표정엔 그늘이 짙고... 잠시 후, 그에게 다가오는-) 여직원 : 이대리님, 로비 휴게실에 누가 찾아와 계세요! 석윤 : ...? 89. 동, 로비 휴게실. 낮 (입구로 들어서는 석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누군가 그를 보며 미소 띤 얼굴로 아는 체를 하고. 보면- 전신의, 조박사와 얘기를 나누던, 자익 기증 협희의 김총무다..!) 90. 00 산부인과, 검사실. 낮 (검사가 끝나고 옷을 입는 진원. 그녀의 표정에서 이제는 어느 정도의 안정이 느껴진다. 조박사에게 물어보는-) 진원 : ..아이는 괜찮죠..? (조박사, 할말을 찾지 못해 고개만 끄덕이고.) 진원 : (밝은 표정의)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가볼께요. (진원, 옆에 있던 구간호사에게도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가면-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생각이 담긴 눈길로 바라보는 구간호사...) 91. 동, 인큐베이터 실 앞. 낮 (음악이 흐르고... 신생아 환자들이 모여있는 인큐베이터 실. 창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는 진원의 안스러워 하는 얼굴... 생각이 많은 듯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작은 한숨... 잠시 후, 그런 진원의 옆으로 다가오는-) 구간호사 : 예전에 저 아이들은 저한테는 환자 이상의 의미는 없었거든요.. 진원 : ... ...? 구간호사 : (부드러운) ...요즘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참 아픈 아이들이 많구나. 그만큼 저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진원 : ... ... (구간호사, 잠시 머뭇거리다가는 들고있던 가방을 건네며-) 구간호사 : ..사과를 하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익숙칠 않아서.. 퀼트 재료들이예요.. 성격을 고쳐볼려고 시작했는데, 영 재주가 없네요.. 어렵진 않아요.. 태교에 좋다고 하더라구요...! (의외의 선물에 조금은 놀라워하는 진원... 처음 보는 구간호사의 미소... 진원, 그녀의 진심이 느껴지는 듯 역시 미소로 화답해 주고... 음악, 준다...) 92. 전원주택, 정원 외경. 저녁 (풀벌레 소리가 평화롭게 들리는, 빛이 고운 가을 저녁.. 뭔가를 준비하는 듯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테라스에 놓인 식탁 위에 식사 도구들을 챙겨 놓고 있는 석윤과 정기의 모습이 보인다...) 93. 동, 주방. 저녁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진원과 조금 어려보이는 외모의 정기 와이프, 현주. 진원의 몸이 이제는 둔해 보일 정도로 달라져 있고. 아직은 친한 관계가 아닌 듯 어색해 하는 현주에게 먼저 농담을 건네는-) 진원 : 많이 둔해 보이죠? 그래두 한때는 저두 몸매로는 안눌렸거든요, 못믿겠지만...! 신혼 생활 재밌어요? 현주 : 네.. (진원을 힐끔거리던 현주, 성격인지 못참겠는 듯-) 현주 : ..저기, 얘기 들었어요, 아기가... 진원 : (미소, 대수롭지 않은) 네, 우리 아이가 많이 아파요..! 현주 : ..참, 대단하세요.. 대단하다 그래야 하나.. 하여간 전.. 이해하기가... 진원 : (웃으며) ..제가 만약 이해를 하려고 했다면 아마 이렇겐 못했을 꺼예요...! 현주 : ... ...? 진원 : 어느 순간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본능인 거죠.. 나랑 같이 숨을 쉬고 있는 이 아이.. 이 아이가 바로 나고, 내가 바로 이 아이라는거.. (여전히 이해가 안가는 표정의 현주.. 그런 그녀에게 따듯한 미소를 건네며-) 진원 : ..현주씨도 곧 알게 될꺼예요..! 94. 다시 동, 정원. 저녁 (진원과 현주가 음식을 들고 나온다. 즐거워하며 음식을 올려 놓고는 자리를 잡는 네 사람. 한마디 하려는 듯 일어나는-) 정기 : (짐짓) 자, 오늘 두 사람의 일곱 번째 결혼 기념일을 맞는 뜻깊은 자리에 저희 둘을 불러주신.. 석윤 : 우리가 불렀냐? 니들이 왔지.. 정기 : 아, 둘이 앉아 청승떨 것 같아 이 먼 길을 달려온 친구의 우정을 순간 개 무시한 이석윤을 반드시 응징하리라 약속 드리며.. 진원 : (웃으며) 음식 식어, 대강해..! 정기 : 부창부수라.. 노정기가 장가가서 사람 됐음이 확연히 증명되는 순간임을 밝히며.. (그리곤 현주에게) 넌 나 좀 안 도와주냐..? 현주 : (얼굴을 찌푸리며) .. 저거 어떻게 먹어, 침 튀었어..! (진원과 석윤, 재밌는 듯 웃음을 터뜨리고!) 정기 : 아, 오늘 개그 까이네... (그리곤) 참, 음식 먹기 전에 사진, 사진 찍어야지...! (그리곤 사진기를 들고 위치를 잡으며-) 정기 : 자, 사진으로 복수합니다-! 웃든 말든 맘대로 하세요-! (현주에게) 넌 나와-! 하나-, 둘-... 95. 동, 거실. 밤 (화면 가득 보이는 전씬의 즐거워하는 석윤과 진원의 사진...! 사진, 앨범에 끼워 넣어지면- 지난 6년간 결혼 기념일 때마다 찍힌 사진들과 함께 한다... 그를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띄우는 진원... 그리곤 퀼트 재료들을 들곤 테라스로 나가려다 가는- 셕윤의 작업실 문이 조금 열려진 것을 보고는 문을 닫아주려 하다가- 열려진 문틈으로 들려오는 석윤의 전화 통화 소리-) 석윤 : (소리) ...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한테는 무립니다... 도저히 얘기를 못 꺼내겠어요. (의아한 표정의 진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석윤 : .. 아뇨, 아낸 직접 만나지 마십시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장기 기증 얘기를 꺼내서 또다시 충격을 주고 싶진 않아요...! (순간 그대로 굳어지는 진원...!) 석윤 : ... 아내는 아이를 두 번 죽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아뇨, 동의서도 필요 없습니다. 생각은 이미 정리가 됐어요... (자신이 듣고 있는 얘기가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 듯, 오히려 멍한 진원의 표정...) 석윤 : ... 조 박사님께도 죄송하단 말씀 전해주세요.. 이 얘긴 여기서 접었으면 합니다... 96. 동, 정원 테라스. 밤 (음악, 조용히 흐르고... 조용히 테라스로 나오는 진원... 너무도 큰 충격은 오히려 충격을 못 느끼듯이... 오직 늦가을 바람만을 애써 잡으려는 듯 크게 쉼 호흡을 하는 진원의 혼란스런 모습...) 97. 동, 석윤의 작업실. 밤 (전화를 끊는 석윤. 그의 표정에 남아있는 힘겨움... 음악, 계속되고...) 98. 동, 정원 테라스. 밤 (조용히 퀼트를 집어드는 진원... 그리곤 오직 지금 할 일은 이것인 양, 조심스레 퀼트를 짜기 시작한다... 언뜻 보기에는 무척이나 평온한 느낌이지만... 말업이 퀼트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어깨 위엔 감당하기 힘든 무게감이 실려있고... 잠시 후 테라스로 나오는 석윤, 전씬의 분위기를 숨기며-) 석윤 : .. 안 졸려? 우리 윤진이도 좀 자야지...! (진원의 옆 흔들의자에 앉는 석윤, 밤하늘을 올려다 보곤-) 석윤 : .. 야, 별 많아...! (그리곤 잠시 후 밤하늘을 바라보며 윤진이에게 들려주듯 허밍으로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하는 석윤... 그런 그를 생각이 많은 얼굴로 바라보다가는 이내 포기한 듯 진원, 다시 퀼트에 손이 가고... 석윤 역시 자신의 표정을 숨기려는 듯 밤하늘에서 눈길을 떼지 않을 채 계속되는 그의 허밍... 그런 두 사람의 모습 멀리 보이며... 음악, 준다... F. O ...) 99. 전원 주택, 거실. 흐린 오전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캐럴 송. 거실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품들이 곳곳에 장식되어 푸근하고 따듯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고. 높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꼭대기에 별을 매달고 있는-) 석윤 : 아... 이게 왜 자꾸 떨어져, 그래... 진원 : .. 대강해. 정기 선밴 언제 와? 석윤 : 곧 올꺼야.. 야, 됐다...! 이쁘지...? (소파에 기대어 앉아 미소를 지어 보이는 진원, 이제는 배가 무척 불러 있고, 석윤, 다가와 그녀의 곁에 앉으면- 진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는...) 진원 : ..어제 꿈을 꿨는데... 우리집 정원에 눈이 와... 근데 정원에서 왠 아이가 놀고 있고... 한 서너살쯤 되 보이나...? 근데 이상한 건 그 아이가 윤진이래... 우리는 그렇게 알고 있는 거야... 눈을 맞으면서 놀고 있는 그 아이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석윤 : .... 진원 : .. 그때 내가 읽어줬던 시 기억나? 눈오는 소리가 ‘괜찮다, 괜찮다...’하면서 오는 것처럼 들린다던 시.. 눈오면 꼭 들어봐야겠어... 정말 그렇게 들리는지... (얘기를 하며 쓸쓸히 미소를 짓는 진원의 모습을 안스런 눈길로 바라보던 석윤... 그리곤 이내 진원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옆에 있던 커플잔에 담겨진 도토리를 끌어오며-) 석윤 : 우리 게임할까? (하고는 도토리를 집어 한쪽 콧구멍에 끼워 넣으며-) 석윤 : 이렇게 쏴가지구 누가 멀리 나가나, 어때? 진원 : (웃으며) ... 싫어! 석윤 : 왜, 재밌잖아.. 와, 많이 나가지? (이때 현관에서 반갑게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정기와 현주!) 현주 : (진원에게 배를 보며) 와, 진원 언니, 산타갔아요...! 진원 : (웃으며) 어서 와, 안 그리도 현주씨 선물 준비했어! 석윤 : 노 정기, 빈손일 줄 알았어! 정기 : 와, 인간 무시하는구만... 만원 빵 할래? 차 트렁크 가봐, 쟈샤! 석윤 : (진원에게) 내가 만원으로 집사줄게! (그리곤) 좋다, 나가보자! (장난치듯 툭닥거리며 정원으로 나가는 두 사람! 진원, 그런 석윤의 뒷모습을 고마움이 느껴지는 눈길로 바라본다...) 현주 : (신이 난) 언니, 오늘 기대하세요, 저 얼마 전부터 프랑스 요리학원 다니거든요! 진원 : .. 또? 현주 : 한식, 중식은 저한테 안맞는 거 같아요, 이것도 안 맞으면 일식 다닐꺼예요! (주방으로 들어가는 현주를 보며 미소 짓는 진원) 100. 동, 정원 (정원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석윤과 정기.. 아까 밖으로 나왔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조금은 무거운 느낌이다...) 정기 : .. 진원인 괜찮아? 석윤 : (힘없는 미소)... 잘하고 있어 정기 : .. 얼마 안 남았네...? 석윤 : .. 응 정기 : (위로하듯) .. 니가 힘내야 돼 석윤 : .. 진원이가 더 강해.. 아니, 강해졌어.. 잘해 낼꺼야..! (정기, 석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의지가 고마운 듯, 바라보며 미소지스면- 그런 역시, 그런 정기가 고마운 석윤, 미소를 지어 보이고.. 그러다가는-) 정기 : ... 만원 줘...! 석윤 : .. 야, 타이어가 무슨 선물이야, 저건 트렁크에 항상 있는 거잖아! 정기 : 주면 선물인거지 무슨... (이때 들리는 현주의 날카로운 목소리-!) 현주 : (다급한) 어머, 언니! 정기씨-, 석윤이 아저씨-! 빨리-, 어떡해-! (놀라는 정기와 석윤-!) 101. 00 산부인과, 조 박사 진료실. 흐린 낮 (내려지는 수화기-! 걱정스런 표정으로-) 조박사 : ... 생각보다 빠른데... 다음 스케줄들 서 박사한테 돌리고, 준비해요! 구간호사 : 네... (구 간호사, 다급히 나가고) 102. 도로. 흐린 낮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는 엠뷸런스) 103. 엠뷸런스 안 (들것에 누운 채 고통을 참아내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진원. 그 옆에서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 듯 당황스런 얼굴로 진원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석윤 진원의 다른 한 손엔,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는 듯 가방을 꼭 쥐고 있고-) 석윤 : (마구 떠들어 대는)... 진원아, 괜찮아? 진원아 정신차려...! (천천히 눈을 뜨며 그런 석윤을 애써 진정시키려는-) 진원 : .. 당신 그런 얼굴.. 처음 본다... 석윤 : 진원아, 조끔만 힘내, 병원 거의 다 왔어, 응...? (순간 고통이 오는 듯 진원, 신음소리를 내 지르면-) 간호사 : (기사에게) 좀 서둘러 주세요, 양수가 너무 많이 나와요! (이에 놀란 석윤, 이제는 아예 울 듯한 표정이고... 그런 석윤을 보고는 애써 입을 열며-) 진원 : (힘겨운 미소)... 우리 윤진이.. 이쁘겠지...? 석윤 : (역시 애써 미소지으며) .. .그럼...! (진원, 밀려드는 고통을 힘겹게 참아내며...) 진원 : .. 석윤씨.. 우리 하나만 약속해... 석윤 : ...? 진원 : (힘겹게 입을 여는) .. 우리... 절대.. 슬퍼하지 말자.. 알았..지..?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터질 듯한 석윤...! 하지만 애써 참으며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준다...!) 104. 동, 복도. 흐린 낮 (거세게 문이 열리며 치고 들어오는 이동침대! 석윤과 구 간호사, 그리고 다른 의료진들이 진원을 태운 이동침대를 급하게 수술실로 밀고 있다! 뒤따라 들어오는 정기와 현주도 보이고! 헛소리를 하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석윤에게 말하는-) 진원 : (절실한) .. 석윤씨, 석윤씨, 가방 안에 담요 있어.. 그거 아기 깔아줘.. 알았지? 그거 꼭 깔아 줘, 알았지? 구간호사 : (이를 듣고는) 주세요! (석윤, 급히 들고 있던 가방 안에서 진원이 만든 퀼트 담요를 꺼내 주면-) 구간호사 : (최 간호사에게, 다급히) 이거 소독실로! (그리곤 수술실에 다다르자 진원과 의료진, 다급히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고- 석윤, 저지 당하고- 꼭잡은 석윤과 진원의 손이 풀리고- 수술실 문이 급히 닫히고-! 담이 범벅인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닫혀진 수술실 문을 넋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바라보는 석윤...!) 105. 동, 수술실. 흐린 낮 (땀에 흠씬 젖은 채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는 진원의 시야로- 진원의 침대를 에워싸고 있는 의료진들. 걱정스럽게 자신을 내려다 보는 조 박사의 모습이 점점 뿌옇게 보이기 시작하고- 의료진들의 목소리도 울려서 들리기 시작한다...!) 조박사 : 진원씨, 내 말 들려요? 들리면 고개 좀 끄덕여 봐요...! 여의사 : 산모가 자꾸 의식을 잃어요.. 제왕절개로 돌려야 겠어요! (이젠 아예 웅웅대며 한데 뒤섞여 버리는 의료진의 목소리들... 결국 의식을 잃는 진원...!) 106. 동, 수술실 앞 복도 (얼굴을 두 손을 감싸고 힘겹게 앉아 있는 석윤... 그 옆에서 안스럽게 그를 바라보던 정기와 현주, 그의 기분을 아는 듯 자리를 비켜주고... 조용히 손을 내리는 석윤의 초조한 모습... 그리곤 문득, 진원의 가방을 보고는 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면.. 음악과 함께... 찢긴 조각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 다시 만들어 놓은- 언젠가 자기가 진원에게 화를 내며 찢어버렸던 태교 일기장...! 그것을 보자 석윤, 미안함과 죄스러움에 순간, 울컥하며 눈에 눈물이 맺히고... 서서히 DIS- 되면서... 일기장 조각들을 정성스럽게 붙이고 있는 진원의 모습... 그 위로 들리는-) 진원 : (소리) .. 오늘도 아빠가 안 오시려나 보다... 우리가 회사에서 기다렸다는 걸 알텐데 연락도 없네.. 하긴 아빠도 아가를 많이 사랑하는데, 엄마가 힘든 만큼 힘들겠지... 화장실도 집 아니면 불편해 하는데... 아가야, 우리 아빠 미워하기로 한 거 취소해줄까...? (다시 DIS- 되면서, 일기를 읽는 그의 얼굴엔 슬픈 미소가 그려지고... 다시 DIS- 되면서... 행복한 미소를 띄우고 정원을 산책하고 있는 진원... 그 위로 들리는-) 진원 : (소리) .. 오늘 엄만 너랑 정원을 걸으면서 아빠랑 만들었던 너의 이름을 수천번은 불러봤을 꺼야.. .윤진이.. 우리 윤진아.. 엄만 벌써부터, 널보며 이 이름을 부르게 될 날이 기다려진단다.. 윤진아.. 어쩌면 너에게 이 이름을 많이 불러주지 못하게 되더라도, 엄마 목소리는 꼭 기억해 주렴... 알았지? (결국 석윤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눈물을 참아보려 애쓰지만 석윤, 힘이 든다... 일기장을 덮는 석윤, 갈피에서 문득 한쪽 모서리가 나와 있는 무엇을 발견하고는, 보면- 정성스럽게 붙여져 있는, 반으로 찢겨진 진원과 석윤의 행복한 한때가 담겨 있는 사진...! 음악, 줄고... - 시간 경과 - ‘수술중’이라는 램프가 꺼지고. 문이 열리며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나오는 정 간호사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석윤, 의자에서 일어나며-) 석윤 : (다급히) .. 산모는..? 정간호사 : .. 괜찮으세요. (정 간호사, 자리를 피하려는 듯 서둘려 가려 하면-) 석윤 : 자, 잠깐만요.. 저기.. (걸음을 멈추는 정 간호사, 그리곤 작은 한숨과 함께 돌아서면-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이지만...) 정간호사 : (애써 미소지으며) .. 따님이에요...! (음악, 흐르며... 순간 그 말에 그 옆에 있던 현주, 왈칵 눈물을 쏟으며 정기의 품에 안기고..! 석윤, 역시 그 말에 눈에는 이미 물기로 차 있지만 이 순간 만큼은 기쁜 표정이다...!) 107. 동, 회복실 (음악, 계속되고... 조용히 눈을 뜨는 진원... 침대 옆에 앉아 따듯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석윤을 발견한다. 힘겨운 미소를 띠는 진원... 그저 미소만 오가는 두 사람의 시간... 그리곤 잠시 후, 조용히 입을 여는...) 진원 : ... 애기는...? 석윤 : .. 예쁜 달이래... 진원 : (미소) .. 보고 싶어.. 나 좀 일으... (하지만 몸이 말을 앉듣는 진원에게-) 석윤 : 더 쉬어야 한데.. 조금 더 자구 이따가 같이 봐... (아쉬워하는 진원... 슬퍼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기억하는 듯, 그런 그녀를 미소 띤 얼굴로 조용히 바라보던 석윤, 젖은 진원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석윤 : (따듯한 미소와 함께) .. 사랑해...! (음악, 줄고...) 108. 동, 조박사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석윤. 수술복도 벗지 않은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조 박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그를 맞는다) 석윤 : ... 수고 하셨어요. (조 박사, 대꾸 없이 잠시 있다가는-) 조박사 : (무거운) .. 아이가 생각보다 안 좋아... 석윤 : ... 조박사 : 길어야 하루.. 24시간을 못 넘길 것 같아.. 준비해야 할꺼야.. (고개를 떨구는 석윤... 예상보다는 충격이 심한 듯 한동안 말이 없다... 조 박사 역시 그런 그에게 해줄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고... 그러다가는 석윤, 문득 무슨 생각이 난 듯-) 석윤 : (뭔가를 찾는 듯 두리번 거리다가는).. 박사님! 조박사 : ....? 석윤 : (다급) 지금 몇시쯤 됐죠? 109. 거리. 해질 무렵 (급하게 병원을 뛰쳐나오는 석윤 지나가던 사람에게 어딘가를 다급히 물어보곤- 다시 뛰기 시작하는 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거리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을 헤치며 전력을 다해 뛰어가는 석윤.) 110. 구청, 안. 저녁 (퇴근을 하려하는 구청직원들. 막 입구쪽으로 들 가려는데- 이때 다급히 문을 밀치고 들어오는 석윤! 그리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두 팔을 벌려 입구를 막아 서면- 난데없는 상황에 황당해하는 표정의 구청 직원들...! 석윤, 뭐라 말을 꺼내려 하지만 숨이 차 입이 열어지질 않고...!) 111. 동, 인큐베이터실 앞. 밤 (복도를 걸어오는 진원과 구 간호사들... 인큐베이터실로 다가갈수록 진원의 표정엔 긴장이 느껴지고.. 통유리 앞에 다가선 진원, 보면- 인큐베이터 안에 그녀가 만든 퀼트로 된 담요 위에 뉘어져 있는 아기...! 하지만 코에는 도관을, 다리에는 링거를 연결한 상태이다...! 조금은 놀란 듯한 진원... 보면- 인큐베이터 밑에는 ‘산모 강 진원’ 이라고 쓰여진 팻말이 보이고... 음악, 흐르면서... 그제서야 이내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면서 얼굴엔 감격스런 미소가 번져나가며-) 진원 : (떨리는 목소리) .. 아가야.. 엄마야.. 너였구나... 정말 보고 싶었어, 윤진아..!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애써 눈물을 감추는 현주, 정 간호사.. 구 간호사도 눈가에 물기가 젖기 시작하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지만 사랑이 담뿍 담긴 눈길로 아이를 바라보며...) 진원 : ... 오늘을 그렇게 기다렸었는데... 널 만나면 할 얘기가 너무 많았는데.. .엄마 너무 바보같지..? 그냥, 엄만 그냥 너무 기쁘기만 해...! (그리곤 옆에 서있던 조 박사에게-) 진원 : ... 한번만 만져볼 수 있을까요...? (조 박사, 안에서 무균복을 입고 윤진이를 관찰하고 있는 의사에게 눈짓을 하면- 의사, 아쉽지만 고개를 내젖는다) 조박사 : ... 미안해. 진원 : .. 아이가 많이 아파하는 건 아닌가요..? 조박사 : .. 그렇진 않아.. 못느낄꺼야.. (아이를 돌아보는 진원의 표정엔 슬픔과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이때 저쪽에서 진원에게 뛰어오는-) 석윤 : 진원아...! (진원, 석윤을 보자 순간 울음이 복받치지만, 애써 반색하며-) 진원 : ... 석윤씨, 윤진이야...! (석윤, 아이를 보고는 할말을 잃다가는 애써 감정을 숨기려는 듯 들고 있던 서류를 진원에게 보여주며-) 석윤 : (짐짓 신이난 듯) 진원아, 이거 봐.. 우리 이름 밑에... 보이지? 이 윤진.. 출생 신고했어... 여기 윤진이 주민등록 번호도 있구...! (그것을 바라보는 진원, 서서히 시작되어 기어이 터지고 마는 슬픔....!) 진원 : (울며) .. 어떡하지..? 어떡하지, 석윤씨..? 우리 윤진이 어떡해.. 우리 윤진이 어쩌면 좋아 석윤씨.. 나 어떡해... 석윤 : (진원을 안으며 달래는) 이러지마 진원아, 우리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하지만 그녀를 안고 있는 석윤 역시 가슴이 메이는 듯 눈물을 참고... 이를 보며 울고 있던 정 간호사, 참기 힘든 듯 뛰쳐나간다..! 이때 인큐베이터실 안, 윤진이와 연결되어 있던 심도계가 소리를 내며 빨라지자- 놀라는 무균복의 의료진들, 재빨리 손을 써 에어메트를 작동시키면- 무사히 정상으로 돌아오는 그래프...! 순간적인 위기에, 밖의 석윤과 진원도 놀란 표정이고...! 말없이 인큐베이터 안의 윤진이를 바라보던 진원... 잠시 후 조용히 입을 열며...) 진원 : .. 석윤씨.. 석윤 : ..? 진원 : (쉽게 말을 하지 못하다가는) .. 우리 이제.. 보내자...! 석윤 : (의아, 놀란) .. 진원아...! 진원 : .. 박사님.. 동의서 주세요..! (그 말에 놀라는 조 박사, 석윤...! 멀찍이서 이를 바라보던 김 총무 역시 놀란 표정이고...) 진원 : .. 오래 생각한 거예요... 어쩌면 윤진이가 원한게 이건지도 몰라요.. (그리곤 석윤을 바라보며 젖은 목소리로) .. .석윤씨.. 괜찮지...? (눈물이 터지는 석윤...! 참기 힘든 슬픔이지만 힘겹게 웃어주며 석윤, 고개를 끄덕이고...!) 진원 : (조 박사에게) .. 지금 보내야 하는 건 아니죠...? 조박사 : .. 그럼 (조용히 다가가 손으로 창을 짚으며 그 안의 윤진이를 바라보는 진원 그 위로 들리는...) 진원 : (소리).. 윤진아... 우린 이 이름을 영원히 안잊을꺼야.. 엄마 아빠 목소리도 꼭 기억해야해 ...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 그땐 꼭 널 부르며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알았지? (진원과 윤진이 사이에 놓인 창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그를 바라보는 석윤의 애처로운 눈길...) 진원 : ... 윤진이가 싫어하면 어쩌지...? 윤진이가 싫어해서 우릴 용서하지 않으면 어쩌지..? (이때, 언제 왔는지 진원에게 다가오는 정 간호사, 보면- 손에 초 하나를 꽂은 케익이 들려있다. 이미 많이 운 얼굴이지만, 애써 미소지으며 나름 대론 진원을 위로하려는-) 정간호사 : 저기요, 이거.. 저희 병원에선 산모들에게 다 드려요.. 초를 꽂은 건 오늘 아기 생일이잖아요... 산무가 켜시는 거예요... 윤진인 천산가 봐요.. 오늘 크리스마스구, 또 밖에 눈도 내려요...! (진원, 보면- 음악 고조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소담스레 내리고 있는 눈...! 진원, 그것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는 조용히 미소를 띄우며...) 진원 : .. 석윤씨, 눈 오는 소리, 들려...? (진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녀의 마음을 읽은-) 석윤 : (역시 미소 띤 얼굴로).. 들려.. 아주 분명하게 들려...! 진원 : .. 맞았어.. 그 소리가 맞았어... (그리곤 윤진이를 돌아보며-) 진원 : (따듯한) .. 이게 네 목소리였구나.. 고마워, 아가야.. 널 떠나보낼 수 있게 해 줘서... (음악, 좀 더 고조되고- 눈물은 흐르지만 윤진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평화, 그리고 사랑...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석윤의 표정 역시 같은 느낌이고.. 그런 둘을 바라보는 주위의 사람들까지도 그 느낌이 전달된 듯 따듯하다... 화면 가득, 성냥에 불이 켜지고... 마치 사랑이 옮겨지듯, 초에 옮겨지는 불...! CA, 병원 외경으로 DIS-되면서 멀리 가면-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한, 따듯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전경... 그 모습 서서히 어두워 지면서... 음악, 준다...) 112. 에필로그. 흐린 오후 (캐럴송이 흐르고... 또다시 찾아온 크리스마스 이브 의자에 올라 트리의 끝에 매달린, 언젠가 자주 덜어진다는 별을 메달고 있는-) 진원 : .. 이거 작년에 잘 떨어졌던 그 별이지? .. 이걸 이렇게 해야 안떨어지지..! (다 매단 듯 내려와 뿌듯한 얼굴로 트리를 보다가는 문득 옆을 보면- 서너살쯤 되어 보이는, 입양한 아이인 윤민이와 놀고 있는 석윤 전씬의 도토리를 한쪽 콧구멍에 넣고 도토리 총 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듯-) 석윤 : 자.. 이렇게 쏘는 거야.. 너도 해봐! (그리곤 아이에게 콩을 주자-) 진원 : (핀잔주는).. 좋은 거 가르친다... 그러다가 막히면 챔임질래...? (그리곤 아이 손을 잡아 일으키며) 윤민아, 우리 어여 가자...! 엄마랑 가게로 오여 가자-! (윤민이 반색하며 진원을 따라 나서고 이때 주방에서 나오며-) 이모 : .. 어여는 무슨 어여.. 애 추워! 석윤 : 제 말이 그 말이예요, 이모님.. 근데 윤민이가 자길 닮아서 추위를 안탄데나 어쩐데나.. 나두 가...! (진원, 웃으며 현관문을 열고는 문득 놀라는 표정이 되면... 따듯한 느낌의 음악, 흐르기 시작하면서... 정원으로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는 눈...! 그것을 반가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진원...! 다가와서는 역시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석윤 : .. 눈이네...! (점점 양이 많아지며 소담스레 정원을 덮기 시작하는 눈 진원, 미소 띤 얼굴로 정원에서 눈을 맞으며 좋아하고 있는 윤민을 무심코 보다가는- 문득 무슨 생각에서인 듯 고개를 들어 윤민이를 다시 보면.. 음악, 고조되면서.. 언젠가 이날, 석윤에게 얘기했던 바로 그 꿈의 모습인 듯 느껴지고.. 이내 조용히 바라보던 진원의 얼굴에 피어나는 행복한 미소...! 그리곤 하늘을 보며-) 진원 : .. 윤진이가 왔나 봐..! (진원의 마음을 아는 듯 그런 그녀의 어깨를 푸근한 미소로 감싸주는 석윤...! 화면, 천천히 DIS- 되면서... CA, 멀리보이면- 정원으로 나와 윤민이를 안고 즐거워하는 진원과 석윤과 그를 정겹게 바라보는 이모... 그들의 소중한 행복이 담겨지고.. 그 행복을 더해주는 듯 그들의 정원 앞으로 장난을 치며 뛰어가는 어린 성가 단원들...! 그들 위로 따듯한 눈송이들이 소복이 내려 앉으면... 음악, 점점 고조되다가는... 잠시 후 떠어로는.. 엔딩 타이틀...!)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