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3,551 개

소소하게 수다나 떨자는 곳입니다. 무슨 얘기든지 좋습니다.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

단편영화를 만들 때 하지 말아야 할 9가지

명작을위하여 명작을위하여
2020년 08월 09일 19시 42분 01초 2741 4 11

Sundance 영화제의 15년차 심사위원이자 프로그래머인 Roberta Marie Monroe가 제시한 단편영화 만들 때 하지 말아야할 내용들을 번역 및 각색하여 작성해보았습니다. 지금도 멋진 단편영화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고생하는 모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단편영화 만들 때 하지 말아야할 9가지>

 

1. 길게 만들지 말자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 모든 영화감독들은 주어진 시간이 턱없이 짧다고 느끼니까요.

 

요즘엔 보다 쉽게 배우고 쉽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극장에서 본 영화에 감명 받아 "내 단편영화도 저렇게 만들어야지" 하는 아찔한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하세요.

 

단편과 장편은 엄연히 다른 분야인것을.

 

좋은 단편을 만들고 싶다면 좋은 단편영화를 보고 배워야합니다.

 

특히나, 이 영화를 보는 경로가 한 개만 집중해서 보는 영화관이 아닌 수천, 수만개의 경쟁작들이 득실거리는 온라인이 유일하다면 더더욱요.

 

내 예술에 대한 이기심을 앞세워 '관객' 이라는 매우 기본적인 영화의 요소를 잊지 말아야합니다.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퀄리티일 경우, 여러분이 주최자라면

 

[10분짜리 3편] 을 상영하겠습니까, 아니면 [30분짜리 1편] 만 상영하시겠습니까?

 

할 얘기가 많다고 일단 만들면 "길게 느껴지는 단편영화" 밖에 안되는거겠죠.

 

단편영화는 "단편"으로 잘 만들어졌을때 가장 빛난다는걸 기억해야합니다.

 

 

2. 변명은 하지마라. 아무도 안알아주니까.

 

"고작 20만원으로 만든거치곤 괜찮은거 아닌가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음향이 안좋은데 감안하고 봐주세용"

 

"해가 생각보다 일찍 떨어져서....."

 

미안하지만, 어쩌라구요 ^^;;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 모든 변수가 영화제작의 일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어려운겁니다.

 

참고로, 정말 변명을 해야겠다면, 영화가 끝날때까지 기다리세요.

 

스스로 "깎아내리는" 변명 떄문에 얘기안했으면 눈치채지 못할 것을 오히려 더 집중하고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3. 긴 오프닝은 절대 삼가자

 

잔잔한 음악과 함께 검은 화면에 2분동안 나오는 배우들과 제작진의 이름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생한건 알겠지만, 이 작은 실수로 인해 "우리끼리만 보는" 영화가 되게 하진 말아야겠죠.

 

영화는 엄연히 관객을 상대로 하는 대중예술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만든 그 기나긴 오프닝이 관객을 사로잡을만한 유명한 배우나 매력적인 씬이 있는게 아니라면 과감히 뺼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저 "촬영한게 아까워서" 또는 "장편처럼 오프닝에 크레딧 넣으면 멋있을것 같아서" 처럼 무의미하게 시작을 길게 끌면 보는 사람들도 같이 끌것입니다.

 

 

4. "이건 단편이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하지 말자

 

연기나 연출이 어색한데 "단편"이라는 이유로 자기합리화를 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단편은 그냥 짧은 영화이지, 장편영화를 못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게 아닙니다.

 

돈이 없는 학생이라면, 적어도 자기 능력 안에서는 완벽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영화를 집에 비유하자면, 장편영화가 [큰 집]이라면 단편영화는 [작은 원룸] 정도 될겁니다.

 

사이즈와 목적이 다를 뿐, 둘 다 화장실, 부엌, 현관문 등 집으로서 갖춰야할 기본 요소는 갖춰야하는 것입니다.

 

 

5. 음향이 반이다

 

아니, 어쩌면 반 이상일 수 있습니다.

 

촬영장비의 발전이 빨라지면서 더 좋은 화질, 더 예쁜 색감 등 시각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정작 음향은 뒷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에서 친구가 만들었던 영화의 야외씬에서 주인공의 대화소리가 바람소리에 묻히는걸 듣고

 

이 영화의 수준을 나도 모르게 평가해버린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음향이란건 안 좋을 경우에만 티가 나는것입니다.

 

그 만큼 음향은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고, 음향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그만큼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6. 흑백영화는 독이 될수도

 

여러분이 "예술적"이란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흑백영화를 만드는건 조심스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꼭 흑백을 써야한다면 어떤 장면에 어떻게 쓸것인가 고민해봐야 합니다.

 

참고로, "과거 회상 장면", "우울함과 슬픔을 표현", "다양성이 없는 세상" 등의 장면을 흑백으로 표현하는건 너무 진부합니다.

 

 

7. 내 영화를 보는 것보다 만드는게 더 만족스러웠다?

 

물론 배우는 학생들에게 결과보다 중요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과정을 알아주지 않는다는걸 항상 명심해야합니다.

 

밤새며 쓴 시나리오부터 긴장한 상태로 가까스로 끝낸 촬영, 그리고 수 없이 많은 편집을 거쳐 정말 힘들게 힘들게 만들어낸 영화 - 마치 애기를 낳는 것과 같은 기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잊지 못할테고).

 

그러나 나의 이 소중한 아기는 남들에겐 그저 남의 아이일 뿐입니다. 냉혹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그 모든 과정을 보지 않고 영화 자체만 본 관객에게 내가 어떻게 만들어냐보다는 어떤 영화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들의 피드백을 들을 땐 "내가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는데" 라는 생각보단,

 

정말 객관적인 입장에선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보는건 어떨까요?

 

 

08. 배우에 투자하자 (장비에 투자하는만큼)

 

만약 상황이 열악해 스마트폰으로 겨우겨우 촬영하는게 아닌 이상,

 

나의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배우에게 투자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가끔가다 "저희가 학생이라 페이는 못드리고 대신 식사랑 교통비는 드릴게요"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장비엔 얼마가 들었고, 회식비로는 얼마가 나갈지요!?

 

사실 어떤 장비를 썼고, 얼마나 재미있게 촬영을 진행했는지 관객들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설픈 배우의 연기는 기가 막히게 캐치해내죠.

 

배우에게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연기를 더 잘하는건 아닙니다. 그리고 장비에게 돈을 더 많이 준다고 해서 그 장비가 성능을 더 발휘하는건 더더욱 아니죠.

 

하지만, 내가 나의 배우를 얼마나 가치있게 대우해주느냐에 따라 배우도 내 작품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열정을 다하는지 그 차이는 확실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러 갔을때, 무대는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운데 그 무대 위 배우의 연기가 발연기라면 어떨까요? 영화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9. 제목은 맨 마지막에 짓자

 

종종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경우, 내용이 제목에 얽매이게 될 수도 있고 알게 모르게 제목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정해버릴수도 있습니다.

 

괜히 제목 때문에 처음부터 고민하지 말고 시나리오를 다 쓰고나서 천천히 생각해봐도 좋습니다.

 

 

 

자고로 영화란 몇 번은 해봐야 자신의 진짜 능력을 알 수 있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영화연출이란 정말 많은 변수와 미묘한 감정 싸움, 그리고 실패의 위험성을 포함하며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을것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이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진짜로 확실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직접 만들어 보는것이라는걸요.

 

하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누구와 함께 해야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함께 배우고 함께 제작할 수 있는 곳을 하나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www.masterpieces.co.kr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qwer
3
-1
2020.08.10 01:54
8번. 배우에 대한 투자, 출연료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네요.
배우 뿐만 아니라 타 스텝이 아무리 얘기해도 해결이 안되는 듯 합니다.
돈을 아무리 적게 불러도..
그럴 듯해 보이는 배우들 지원이 넘쳐나니까요.
10-20만원 아끼자고 300-500 다 날리는 우를 언제까지 반복할런지 안타깝습니다.
장비, 키 스탭 인건비에 투자하는 노력 반에 반만 해도
배우들이 그리 불만이 넘치지는 않을 텐데..
yamaha
1
2020.08.10 02:43
와 영화과 학생들에게 정말 좋은 글인거같네요!
음향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5번 정말 공감이 가네요.
사운드 (동시녹음/믹싱) 는 좋지 않을경우에는 티가 확나고 좋은 경우에는 당연시하게 됩니다.
소리에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고 영화를 볼수있다면 그건 기본적으로 녹음과 믹싱이 잘된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촬영과 편집을 생각하시는것의 반만이라도 사운드에 신경 쓴다면 딱히 불편한 사운드가 되지는 않을거같네요.
몰라어쩌라고
3
-1
2020.08.11 04:56
와 제가 필메에서 봤던 글 중 가장 공감가는 글입니다.
실제로 영화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보편적인 부분인데 아무래도 필메는 시작하시는 분들이 꽤나 비중이 높아서 그런지 간과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2번, 7번은 정말 영화라는 예술이 어떤 의미이고 기능인지 그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네요!
그리고 저도 단편의 길이나 오프닝 부분 크게 공감해요.
대학 단편부터 영화제 단편까지 골고루 챙겨보는 편인데 보다가 ‘힘들다’ 라는 생각을 할 때가 꽤 있거든요. 대부분 지적하신 부분에 대한 생각을 몇 번 했었어요.
음향은 전 특히 수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가끔 영화들이 어디는 소리가 너무 작고 어디는 지나치게 크고 이런 부분이 몰입을 너무 방해하더라구요.
그리고 8번은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것 같아요.
영화는 인적자원이 큰 영향을 발휘하고 페이는 배우에게는 자존심이며 책임감이자 사명감이고 영화 전체로는 밴드의 메인 보컬과 비슷한 역할이자 영화의 가장 쉽고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니까요 :)
사실 필름메이커스에 올라오는 작품에서 엄청난 금액을 배우들도 바라진 않는 거 서로서로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어도 서로 존중 받는다는 것을 느끼는 평화로운 필메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들 즐겁고 행복만 넘치는 좋은 영화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화이팅!!!!!
부기칠칠
1
-1
2020.08.17 15:26
몰라어쩌라고
ㅎㅎㅎㅎㅎ동의합니다!
글 등록 순으로 정렬되었습니다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대상이 특정되는 비방,폭로 등의 글은 삭제합니다 8
새글 매일 매일 커피 기프티콘 타가세요! (어제도 아무도 안타감) 워케이션 2024.04.19 1406
새글 섹파 만드는방법 rjsanfwn085 2024.04.19 1723
새글 ghhdfh sadriwillits 2024.04.19 1906
새글 상상을 초월하는 연예 기획사 대표 준영이 2024.04.18 2521
새글 독립영화배급관련 폭로글 변주현 2024.04.18 3431
새글 오디션 공고 합격하는 프로필 찍는 5 체크 포인트 신CP 2024.04.18 3923
새글 음향 재능기부 :) teanoo 2024.04.18 4025
새글 표준계약서 관련해서 영화 스태프 인터뷰 모집합니다. (메일로 간단한 인터뷰 실시, 수고비 한규 2024.04.18 5058
단편영화 탑차 대여 으엥잉 2024.04.17 7772
먼 훗 날에 촬영팀을 만들려고 하는데 현직자분들 도와주세요! 1 유우리2 2024.04.17 8316
요즘 구인구직 글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2 김아무개13세 2024.04.17 11397
연출 현장에 투입 되려면 면허는 필수겠죠? 2 jjgr8 2024.04.17 11487
영화, 드라마 그 외의 촬영 현장의 동시녹음 기사 질문 영화쟁 2024.04.17 10658
낙하 씬 와이어액션 촬영 섭외 어떻게하나요? dongmusic 2024.04.17 12678
1톤 트럭 자바라 대여 1 지굥 2024.04.16 15524
현직 상업 촬영감독이 추천하는 2024년 4월 갓성비 카메라 셋업은? 아티스트케이브 2024.04.16 14128
재능기부 1 YB 2024.04.16 16520
연기를 취미로 하려면 어떻게 시작해야하나요 2 숙주나물 2024.04.15 21248
안녕하세요 사진 촬영 로케이션 알아보다가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미주 2024.04.15 20590
안녕하세요 배우 구인 관련으로 궁금한게 있어서 질문글을 남깁니다. 1 센타마고 2024.04.15 22591
1 / 678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