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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아마추어 첫 뮤직비디오 촬영 후기 + 배운점들

나중에바꿔야지
2019년 11월 11일 22시 12분 50초 2486 9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뮤직 비디오 작업을 마친 대학(휴학)생입니다

사실 이 작업 전에는 뮤비 작업 아무나 하는거 아니냐? 라고 생각했었는데, ,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걸 이번에 몸소 배운것 같습니다.

돌아보면서 아쉬웠던 점들과 이번에 배운 점들을 글로 남겨봅니다

 

저는 고등학생때부터 영상 제작에 관심이 많이 있어서 유튜브로 기웃기웃 찾아보고 그랬었는데, 이번 여름에  힙합 믹스테잎을 고등학교 동창과 어떻게 이야기가 되어서 학생때 만들자 만들자 하던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5월쯤에 친구가 저에게 카톡으로 보내준 노래 중에서 제가 영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노래를 골랐고

6월부터 친구와 이런저런 아이디어 구상을 하면서 로케이션 스카우팅을 이곳 저곳 다녔습니다.

대략적인 스토리가 나오고 스토리보드 작업을 했는데, 제가 반절만 하고 귀찮아서 1절까지만 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있다면 이때로 돌아가 스토리보드를 마저 완성하고 싶네요.

 

8월에 장비와 연기자(동네 친구들과 동창)들을 섭외하고 20일쯤에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하남쪽에 있는 교회에서 촬영을 하자 결정을 했었는데, 신부님과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쉽게도 다른 장소를 찾아보다가 인천쪽으로 변경을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각종 변수들이 생기고 의도치 않았던 밤셈 멘붕이 왔는데...

  1. 오전에 빌린 장비와 함께 13시에 로케이션에 도착해서 5시까지 조명과 소품 세팅을 마치기로 했는데... 렌탈 과정에서 쌓인 교통체증 때문에 저녁 6시에 도착을 했습니다. 부랴부랴 세팅을 해야하는데...
  2. 촬영/조명 스텝이 저하고 저랑 친한 후배 이렇게 2 이였습니다. 카메라 세팅같은 경우는 삼각대만 만지고 하면 되서 괜찮았는데, 제가 조명 설치도면을 준비하지 않아서 조명 설치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3. 와중에 연기자들은 이동 퇴근시간에 걸려서 9시에 모두 도착을 했습니다. 결국 10시가 넘어서 촬영을 시작하게 됬습니다
  4. 리스트가 없다보니 연기자들 대기시간도 꼬이고 카메라/조명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시간과 에너지 낭비가 너무 심했습니다. 엑스트라로 초대한 친구들은 결국 1시에 씬을 찍게 되었습니다 ㅠㅠ
  5. 12시가 넘어가다 보니 사람들 정신이 다들 나가서 분위기가 너무나 암울했습니다. 불행 다행인건 장례식 장면을 촬영중이였어서 친구들 얼굴에 암울한 표정들이 리얼하게 담겼습니다. (?) 다만 편집하면서 돌려보니까 다들 눈꺼풀이 진해졌더라고요. 아직까지도 흔쾌히 출연해준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울따름입니다... 
  6. 아까 서술했던 스토리보드의 부재로 인해서 2 촬영 진행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밝아오고, 다들 짜증은 나는데 티는 못내고. 제가 욕심을 너무 부려서 싸움 씬도 계획에 넣었었는데 파이트 코리오그라피도 준비하지를 않았다보니 부분은 전혀 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계획했던 씬들의 반절밖에 촬영을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빌렸던 소품중에서 사용도 못해보고 돈만 날렸고, 자세한 촬영/조명 계획도 없었다보니 장비도 빌려놓고 활용을 못한게 많았습니다

장비, 소품, 음식 130만원이 들었었는데 (제가 50%, 친구가 50% 부담), 이렇게 엉망으로 되어버리니까 당시엔 솔직히 뮤비 어떻게 완성해야할지 감이 안오고 용기도 없었습니다

와중에 래퍼 친구도 가족여행때문에 자연스럽게 추가 촬영일이 미뤄지고, 8 하루만에 모든 촬영이 끝냈어야 했던게 9월로 미뤄지고, 10월이 왔습니다. 2달정도 되니까 뮤비 PTSD에서 회복이 되더라고요. 첫날에 투자했던 돈도 있고, 불렀던 친구들 얼굴 봐서라도 끝내야긴 해야지 하고 마침내 추가 촬영을 이어가려는데...

 

10월이 되니까 엑스트라로 섭외했었던 친구들이 다들 대학 때문에 바빠져서 재섭외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절대로 8월에 했던 고생때문은 아니였을꺼라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서 8월에 짜놓았던 스토리를 엎고 가지고 있는 촬영분을 토대로 스토리를 다시 짰습니다. 지난번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계획을 짤때 시간여유도 고려하면서 스케줄을 짰고, 스토리보드도 다시 만들었습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죠?

근데 계획을 짜서 그런지 두번째 촬영하는데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후려쳤던 태풍을 제외하곤 말이죠. 대상포진이 20대에도 걸릴 있다는걸 두번째 촬영 이후 몸소 알게 되었습니다

찍었던 막상 통편집이 됬습니다. (촬영분은 버리기엔 아까워서 다른 영상에 사용하였습니다.)

 

10 중순에 을지로에서 세번째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1절과 2 사이에 있는 부분인데 날은 스토리보드를 짰습니다. 샷이 애초에 두개 밖에 없었거든요

촬영 이후 스토리 진행에 허점이 있다는걸 알게됩니다. 갈아엎고 다시 스토리를 짜는데 기존 촬영분을 살리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출연해준 친구들 때문에 차마 엎지는 못하고 남아있는 뇌세포들을 쥐어짜내서 새로운 계획을 새웁니다

 

그리고 11 지난주 월요일에 네번째, 최종 촬영을 다시 인천쪽에서 진행했습니다. 빠른 진행을 위해 연기자 두명과 촬영 스텦 이렇게 셋이서만 촬영했습니다일출 장면이 있었기에 밤셈 촬영을 했습니다. 날은 스토리보드는 없었지만 저희 스스로 로케이션 제한시간을 걸어두어서 어거지로 촬영을 무사히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화수목금 4일간 친구의 작업실에서 자면서 편집을 끝내고

어제 일요일에 편집 완료 최종적으로 업로드를 했습니다 ㅠㅠ

 

 

그렇게 초보가 촬영하면서 배운점 7가지:

 

  1. 준비 단계에서 준비를 하자. 생각해보면 당연한거지만 저는 몰랐습니다... 콘티는 당연하고, 리스트를 미리 만들어 두면 촬영시에 매우 편리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리스트를 토대로 스토리보드를 만들수도 있고, 조명 설치 도면도 미리 준비할 있고, 여러모로 시간을 많이 단축할 있다는것을 느꼈습니다. 촬영시 소요되는 시간 또한 훨씬 정확하게 예측할 있고 불필요한 지출을 아낄수도 있을듯 합니다
  2. 뮤비를 찍는다면 기본적으로 립싱크 하는건 찍어놓자. 편집과정에서 많이 느꼈습니다. 립싱크가 없는 부분은 B-roll 여러가지가 임의적으로 섞여있는 느낌이 들때가 있었는데 립싱크를 넣으니까 훨씬 자연스럽더라고요. 전반적으로 영상과 노래를 엮어주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론 립싱크를 무조건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면, 아주 좋은 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3.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계획을 짜자. 첫날에 모든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스케줄을 짰습니다. 오케이 계획대로 안되고 있더라고요. 이후 촬영들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두면서 널널하게 스케줄을 만들었는데, 심리적으로도 편안하고 아무리 변수가 많아도 스케줄을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4. 장비보다는 사람에 투자를 많이 하자. 스케일이 조금 커지니 결국 촬영은 팀플레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론 출연진들 대우를 충분히 해준게 정말 아쉽고 미안합니다. 돈도 안주는데 밥이라도 맛있게 먹였어야 했는데...  그리고 조명팀도 따로 구하는게 여러모로 좋을 같습니다. 조명팀이 없다보니 혼자서 카메라 옮겼다가 조명 옮겼다가 너무 힘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됬습니다 ㅠㅠ
  5. 카메라보단 조명에 투자를 하자, 물론 사람이 먼저지만. 초반엔 카메라 기종을 렌탈 fs7mk2 세트로 촬영했는데, 도중에 예산 부담이 너무 많이 들어서 개인 미러리스 카메라 남은 촬영들을 진행했습니다. 화질 차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저는 사실 구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조명이 없는건 차이가 분명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론 조명에 신경을 쓰고싶었지만 조명팀이 없어서....
  6. 자만하지 말자. 영상 전공도 아니고 경험도 전혀 없는데 능력 밖의 샷들을 하루만에 찍는다는 계획이 지금 돌아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초등학교때 땄었던 태권도 품띠정도면 존윅의 액션씬정돈 가뿐할 알았습니다... 친구한테 싸움 씨퀀스 찍자고 고집부련던 저를 내려찍기 해주고 싶네요. 전에 써보지 않았던 장비들도 미숙함때문에 걸림돌이 되어버렸었습니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건 좋지만 다른 사람들과 찰영할때는 민폐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7. 밤셈촬영 제발 절대 하지말자. 어릴때 티비에서 연애가중개 같은데서 보면 배우들 밤셈촬영하고 그런거 보면서 밤셈촬영까지 하는거 보면 열정이 대단한가보다 멋있다싶었는데, 이제서야 어둠속에서 울고있는 스텦들이 보입니다. 거기다가 아마추어인 저는 돈도 안받고 하는건데...! 텐션도 떨어지고, 연기자들 표정도 점점 죽어가고, 실수가 많아집니다. 그리고 촬영 후에 몸이 아픕니다. 저는 대상포진, 친구 둘은 몸살 감기, 그리고 망쳐진 수면패턴들... 철저한 계획으로 밤셈촬영은 최대한 피하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거의 반년이 걸린 영상인데 4분밖에 안되는걸 보면 허탈하기도 하고, 제가 저지른 실수들 때문에 아쉬운 점들이 많습니다ㅠㅠ. 하지만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는게 기쁘고 작품을 완성했다는것이 뿌듯합니다! 끝으로 유튜브 영상링크 남기고 저는 이만 다음에 뵙겠습니다!

 

 

 

(필메는 정말 오랜만에 들어와보는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 같네요 하하;; 네이버 모 카페에도 같은 내용으로 올렸는데 여기서는 사진을 어떻게 올리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여기다 올려도... 되는거겠죠?)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로디멘션
2019.11.13 11:43
잘 봤습니다 너무 멋진 작품이네요,응원합니다????????
나중에바꿔야지
글쓴이
2019.11.14 21:30
로디멘션

로디멘션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왕그네
2019.11.14 11:24

잘봤습니다 ! 

이렇게 만들어진 계기와 감독님의 생각 그 과정들을 말씀해주시니

너무 좋네요.. 좋은 에너지 얻고 갑니다. 뽜이팅 ! 

나중에바꿔야지
글쓴이
2019.11.14 21:36
왕그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화이팅 하겠습니다! ㅎㅎ

조류독감
2019.11.16 16:05

이런 과정 공개하기 힘든데....하나하나 되짚어서 공개하고 공유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나중에바꿔야지
글쓴이
2019.11.17 09:45
조류독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둑 복기하듯이 제작 과정을 되돌아보니 저 스스로도 재밌게 글을 썼던것 같습니다 ㅎㅎ

이연이
2019.11.19 01:46

카메라 기법도 특이하고 재밌는것같아요 ㅠㅠ 좋은작품 감사합니다 나중에 같이 작업해보구싶어요!!! ㅎㅎㅎ

나중에바꿔야지
글쓴이
2019.11.23 08:44
이연이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ㅎㅎ

바견수
2021.02.05 13:30
인상깊게 봤습니다! 저도 현재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걱정이 많네요... 혹시 카메라 기종과 렌즈 뭐 사용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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