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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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하루에 술 두번 마신날....

kinoson kinoson
2008년 05월 03일 04시 50분 30초 2521 5
오후 2시에 부시시 일어났다
동네에 사는 친한형에게 전화가 왔다
청담동에 볼일이 있는데 혼자 가기 심심하다고 같이 가자고..
딱히 할일도 없었고 같이 가주면 술사준다길래
번개같이 치장하고 형을 따라 나섰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나간지 5분만에 후회했지만...
볼일을 마친 형과 동네로 돌아와 횟집을 향했다...

- 뭐 먹을래...
- 요즘 농어가 그렇게 맛있더라구요....
- (아줌마를 향해) 우럭 중짜 하나랑 처음처럼 주세요
- 묻지를 말던가....
- 그냥 예의상...

회가 나오기도 전에 소주한병 없애주시고...

- 이상해 소주 한병이 너무 양이 작아요..
- 뚜껑 열어놔서 그래...증발되거든...알콜이라서..
- 그런가...?

이런 시덥잖은 소리 하면서 또다시 한병...

- (0.5짜리 담배를 피는 형을 보며) 그거 담배맛이나 나요?
- 이게....다 좋은데 너무 순해...담배를 피고 있는데 담배가 피고 싶어져...
- -_-

다시 한병.....회를 번개같이 비우고 매운탕에 또 한병...혀는 꼬이고...

- 형 나 돈많이 벌면 청담동 같은데 살고싶어요...
- 난...그냥 다음 생을 노릴래...

소주 다섯병 중 절반을 먹을 즈음...형의 매제한테서 전화가 왔다
할말이 있으니 소주 한잔 하자는....

- 매제가 과연 나한테 무슨 할말이 있을까...?

이 말을 남기고 형은 비틀비틀 사라져갔다...집으로 돌아온 나는
냉장고에 남아있던 오렌지쥬스를 원샷하고 바로 잠이 들었다...
속이 너무 쓰려서 일어난것은 새벽 1시...집근처 해장국집을 찾았다..

- 선지 하나 주세요...

자주 오는 나를 아줌마가 아는체 한다..

- 아저씨는 매일 술마시나봐....길건너 아파트 공사때문에 오신거에요?

어색한 웃음을 한방 날리고 선지국밥을 먹었다...
미친듯이 먹고 있는데...누군가 나를 툭툭 치며 아는체를 한다.
앗!!! 예전 촬영때 친했던 매니저일 하는 동생놈이었다..

- 어....여긴 어쩐일이냐?
- 형(배우) 집에 데려다 주고 가는 길이에요..이 동네 사세요?
- 밥 먹으러 왔냐?
- 나가서 한잔해요 형...

대략 세숟갈 정도 퍼먹던 국밥을 뒤로한체 동네 사거리에 있는 포장마차로 향했다
5분만 늦게 왔어도 국밥값 아끼는 건데...이럴때만 부지런한 나 자신을 원망했다
속이 너무 쓰려 술을 못마실것 같았는데.........술이........또 들어간다....-_-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그냥...뭐 하나 준비해 볼라고...
- 시나리오 나왔으면 보여줘요...

어느덧 소주 두병을 비우고....

- 요즘 영화판 너무 힘들죠?
- 안힘든적 있었냐?

세병째는 다 마시지 못하고...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금슬금 동이 터온다
아저씨는 매일 술먹나봐 하는 국밥집 아줌마 말처럼 요즘 술을 너무 먹는다
심지어 오늘은 하루에 두번을 먹었으니...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술에 취한 사람들이다...
이미 정신을 놓은 분들도 계시고...

내가 취해서 그런가...

온 세상이 취한거 같다...
[불비불명(不蜚不鳴)]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ntikoko
2008.05.03 23:16
고2때 "진"을 시작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 찔끔찔끔 마시다가...
20살되면서부터 미친듯이 처 마시기 시작했고...
20대 후반(아마 29세즈음...) 기절, 혼미, 기억상실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
30대초반 즈음 술 종류와 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이왕 마실거 골라마시자..그렇게 된거 같고..
반주를 즐기게 되다가 혼자 마시기 시작하고...
소화불량, 저체중, 집중력, 기억력 감퇴, 흐리멍덩... 증상의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던 30대 후반의 어느날. 감기증상 장기화, 등짝의 정체 모를 통증 발병...
급기야 병원 문의...
의사가 결핵이니 술 그만 마시라고 혀를 끌끌참....

술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아 당분간 좋은 친구 하나 없어졌구나.. 생각했었는데..
이상하게 술 생각이 많이 나질 않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진즉에 좀 덜 마실걸.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겠지만,
과도한 음주는 전세계적으로 안좋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아서,
좀 적절하게 드셈..

kinoson님의 글 다수에서 음주에 관한 내용이 발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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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son
글쓴이
2008.05.04 01:00
30대초반...
반주를 즐기게 되다가 혼자 마시기 시작하고...
소화불량, 고체중, 집중력, 기억력 감퇴, 흐리멍덩... 증상의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자제해야지요....
kineman
2008.05.04 07:28
흡연은 더 안좋습니다.
반절로 줄이세... 아니 끊으세요.
병원에서도 적절한 음주는 권하지만 흡연에는 ....
적당(?)한 흡연은 시력감퇴, 정력감퇴, 기타등등 기타등등에 이르는 지름길 입니다.
제발 담배는 안됩니다.
.
이런
.... 갑자기 나타나 생뚱맞게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막상 써놓고보니 뻘쭘하다는....
그래도 담배는 끊으시길....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정말 심각하게 한번 생각 아니 끊으세요. 지발....
73lang
2008.05.04 12:36
목숨을 걸고 술을 마시라'는 시가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단숨에 소주 아홉병을 먹고 나서는

그 다음부턴 술이 무지 달면서도 적당히 자제를 할 수 있게 되더군요;;;

목숨을 걸고 앉은 자리에서 담배 한보루를 펴본적이 있습니다.

하루 2~3갑 피우던 담배를 이제는 한갑으로 줄였습니다.

달력에 바를 정(正)자를 써가면서 목숨을 걸고 ddr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루 서너번씩 치던 탁탁탁(?)을 이제 일주일에 한번씩만 절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 나는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 본 적이 있던가...

아~~~ 나는 목숨을 걸고 영화를 해 본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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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jam75
2008.05.05 22:43
작년 2월인가... 텐프로에 취재갔다가 텐프로 여인들이 따라주는 술을 홀짝 홀짝 받아 쳐마시고 취해서
진상 피운 후 그 다음날 취재용 보이스 레코드에 고스란히 녹음된 자신의 주사에 넋을 잃고
몇 달간 술을 끊은 적이 있는데
술을 끊고 나니 모두 재수없는 짓거리 그만하라고 구박을 하더군요.
그 당신 금주를 환영하며 할렐루야를 외친 건 푸에르토 리코 출신의 크리스챤 영어학원 선생뿐.
다시 음주 생활을 시작하니 그 선생에겐 좀 미안했지만... 역시 술은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술을 맛으로 마셔요. 오늘 점심에도 회사 근처 중국집에서 탕수육에 고량주 한 잔 하고
들어와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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