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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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씨박, 양심과 돈

pearljam75 pearljam75
2004년 08월 23일 16시 45분 27초 1429 7 28
자, 똥줄 탄다.

똥줄이 타니, 여러분께 의견을 수렴코자 한다.
수렴해봤자 결론은 이미 정해져있다.
난 지금 돈이 필요하니까. 겨울엔 비행기를 타야하니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아름다운 9월이 다가온다.,
책읽기 좋은 계절을 맞이하야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와 함정임의 <인생의 사용>을
알라딘에서 구입했다. <아주 사소한 중독>도 같이. 서점가서 책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알라딘에서 택배받는 일도 이젠 짜릿한 취미가 되었다.

술 덜 쳐마시고, 매달 대여섯권의 책들을 두서너번에 나누어 택배로 받으니
방은 좁아지지만 기분은 좋다.

(한달에 열권에서 스무권씩 책을 읽는 알라딘 거주자들의
열정을 따라잡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다.
어째꺼나 케이블 TV앞에서 2시간만에 <테스>나 <위대한 유산>,
<태백산맥>을 볼 수 있는것에 비해.... 책을 붙잡고 있으면
물리적으로 두 세배의 시간이 걸리니까.
음...<태백산맥>은 거의 스무배다.)

역시 번역이 어색한 외국소설보다는 한국소설이 난 훨씬 좋다.

"자네, 왜 그러나, 나와 함께 하세,"
"여보, 내가 한게 아니오, 당신이 오해한거요.."
"젠장, 왜 이 모양인가, 자네...."

뭐, 이런 문어체적 대사를 읽다보면 '젠장'이라는 하루에 한번도 쓰지 않는 말보다는
'씨발'이나 '졸라'같은 하루에 15회 이상 쓰는 말을 좀 번역본에 넣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하여간 읽다 말다 굴러다니던<뉴욕 3부작>을 다 읽고
<중국인 거리>를 펼쳤다. 영문이 함께 실린 그림책이다.
흥미롭다.

....................................................................................................

나의 향후 일정은 모호하다.
영화인 재교육 수업이 끝나고 내 머리속은 또 몹시 복잡해졌다.

12월에 올릴거라는 연극의 대본 각색을 의뢰한 극단사람 얘기가 있었지만
돈 안받고 글쓰는 일은 이제 지겨워서 못하겠다고 했더니
한동안 전화가 없다가 어제 전화가 왔다. 구상을 좀 해보라는 것이다.
돈을 준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하지만, 돈 안받고 글쓰는 일은 이제 안한다.
연극판이 배고픈거 나도 안다.
하지만 쓰벌, 나도 배고프다.


그리고 문제의 전화가 왔다.

허덕이는 나에게,
연출부나 스크립터 이력서를 낼까? 왜 78년생 이하로만 뽑지?
연극대본 미리 좀 써둘까? 그러다 대본료 안나오면?
쓰던 시나리오 탈고는 언제 하지? 중앙일보 공모전 마감이 당장 말일이다.
돈 벌어야지...아, 이 아파트 중고생 대비 과외 아르바이트생은 차고 넘친다.

아, 돈 나올 구멍이 당최 없다.


궁극적으로......9월에 나는 무얼 하지?

공허한데다가 복잡하다. 늘 이게 문제다. " 무엇을 할 것인가?....다음 달에는!"

아침부터 두통이다.
그래서 복잡한 맘에 하드커버로 된 책들을 단단히 붙잡고 맘을 다잡고 있는데
아니, 생각하기 싫어서 책으로 도피중인데-

전화가 왔다는 거다.

뭐냐고? 무슨 전화냐고?
피라미드 회사에서 자석요를 100장 무료로 준다는 광명같은 전화냐고?

전화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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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논문 대필 !

크하하....

비행기 값은 나온다.

그래, 할까? 말까? 할까? 말까? 할까? 말까?........

사실, 가끔씩 하게되는 남의 서류 대필은 적지만 술값을 충당할 수 있는 수입원이기도 했다.
자기소개서, 지원서, 연구 계획서, 레포트 같은거 말이다.

"누나, 내가 다음 학기에 석사 논문을 내야하는데요...."

히히히 ....... 이런 전화를 내가 받아야하나? 난 R도 아닌데.



<경마장 가는 길>.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짜증이 여러번 났다.

왜 J는 저렇게 찐따같이 굴까? 저런 년이 문학박사네, 문학평론가네 떠들고 다니는게
아마 사실일지 몰라, 부모 잘만나 가짜로 학위를 따는 사람들은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어!

R은 프랑스에 5년 반이나 머물렀기에 J가 3년만에 박사학위를 딸 수 있었지.
왜 논문대필을 해줬느냐?
J는 빡아이고 R은 J가 징징거리는게 불쌍하기도 하고 시끄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기에. 또 나름대로의 취직작전과 애증이 있었기에.

어째꺼나 닭대가리같은 J를 문학박사, 문학 평론가로 만든것은 R 아니더냐.
R의 죄가 더 크다.

하지만.
죄가 크건 작건
닭대가리를 석사로 만들건 말건

난 똥줄이 타므로
난 비행기를 타야하므로
난 논문대필을 할 것이다.

가부결정은 내일 주기로 했지만
난 돈도 좋고, 무용 이론 공부하는 것도 좋고, 무용대학원 석사 논문이 의대논문처럼
잘 못 쓰여진다면 사람의 몸에 해를 줄 수 도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므로,
게다가 난 한국의 현대무용판 사람들을 꽤 만만하게 보고 있으므로,

,졸라, 열심히 쓸것이다.

(물론, 이미 무용대본을 대필하며 한번 겪어본 안무가 직함을 가진
이 대학원생과 의사소통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져오기는 한다.)

좋다, 김지하 선생님도 요즘 무용에 푹 빠져 좋은 대담 많이 하셨다.
그것도 뭔가 있어보이게 참조해서 낑궈 넣을것이다.
돈받고 써주는거니 제대로 있어보이게 해야할것아닌가.
한국 현대무용계의 등불을 밝히는 기분으로! 음하하하하!!!

어차피 예술은 '사기'라고 하지 않던가?

두통이 심해진다.

자, 이제 나에게 돌을 던져줘라, 졸라 쎄게!

Don't look back in Anger.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kinoson
2004.08.23 17:17
돌 던지면 술 사주나요....?
aesthesia
2004.08.23 21:19
오홋~~!!저도 알라딘을 자주 이용하는데 ㅡㅡa
헤~
Profile
bohemes
2004.08.24 00:37
잡다하게 손을 뻗으시는군요.. ㅋㅋㅋ 부럽습니다.. 그런 능력이라두 있어서 "사기"두 치구.. 전 염병할 능력이라곤 길찾는거 밖에 없어서 돈벌 구멍이 전혀 없내염... 조만간 위검사 받고 홍대앞에 한잔하러 가지요~~~ 흐흐
lobery
2004.08.24 00:52
돈 받으면 연락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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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20
2004.08.24 01:16
훌륭하군요
Profile
pearljam75
글쓴이
2004.08.24 01:19
키노손님/딸라빚내서라도 사줄테니 짱돌로 까지는 말아주세요. 벽돌로 살짝.
아에데시아님/알라딘은 할인율이 최고!!
보엠님/호호호, 당신은 운전은 잘하잖어. 허벌. best driver!!
로버리님/흥! 안 자요? 쿨쿨~~??
이미지이이공님/돌을 ......
73lang
2004.08.24 07:08
Brav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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