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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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동감에 대하여

alien alien
2004년 10월 16일 10시 10분 02초 1457 7 33
동.감.에 대하여.



김기덕 감독에 관해서 페미년들의 말을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왜냐면 그가 외국에서 유명한 상을 받고 그 위상이 한층 높아 졌음에도
여전히 일부 페미로 부터 지탄을 받고... 또 그 페미란 이름이 마초들의 성질을 돋구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페미는 항상, 열렬 폐미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 의미의 여자다. 마초는 곧 남자다.)




누구는 영화도 보지 않고 이 감독을 욕한다고 그년이 감독을 씹듯 페미를 씹는다.
하지만 그 누구 또한 다를 바가 없다. 그 한명으로 전부를 봤나?
게다가 우린 서로 타인이 아닌가?



앞서, 말하지만
난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대해 열렬 페미들이 갖는 비평에 동조하지 않는다.
영화가 갖는 특권을 존중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김기덕이 변했다고 했다.
감독 조차도 어느정도 인정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그것은 감독이 변한것도 사람들이 변한것도 아니다.


바로 사람들이 어느정도 동.감.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왜... 김기덕 감독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먼저 인정 받은 것일까?
(물런 상이 인정이란 말은 아니지만)

그것은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국과 다른 문화와 다른 생각을 가졌고 또한 그것이 고려 되어지는 영화제였기 때문에.
외국이라고 해서 페미가 없는가?
웃기지 말길... 세상의 반은 페미다.



한국의 반은 마초다.
근데 그 마초는 왜 김기덕을 인정하지 않았나?
단지 영화적 시스템으로 인해 그가 이방인처럼 외국을 떠돌아 다닌걸까?
아마,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을게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그럼, 우리가 영화를 볼 줄 몰라서 그런가?


마초 또한 김기덕에게 완전하게는 동.감. 할 수는 없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무엇에 동.감. 할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페미, 마초 같은 말장난 그만하고.. 이야기 해보자.



우리가 영화를 보는 관점은 주로 관객이거나 제작자의 입장이다.
그래.. 영화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요소 요소 나누어 평을 할 것이다.
연출이 어쩌고 미쟝센이 저쩌고 또 배우는 어떻고... 장르..
(이 부분들에 대해서는 김감독은 한국에서도 어느정도 인정 받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우리가 좀 아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많은 요소가 있고 수많은 조건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동.감.에 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왜?
대부분 동.감. 하는 영화만 찍으니까. 아니면 배타적이여서 애초에 다른 관점으로 보던지..


가끔 우리는 자신이 보기에 너무나 훌륭한 작품에, 큰 영화제에서 상도 두둑히 탄 영화들이
이곳에서 어이없는 성적을 거두는 걸 볼 수 있다.
그건 재수가 없어서라고 하자.

그럼... 남들은 개호로 필름이라는데 자기는 너무나 영감적이고 훌륭하다.
미친겔까?


역시, 우리는 타인이다. (법정 스님은 너무 멋진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결코 완전히 이해 할 수 없다.


아쉽게도...
동.감.은 잘 알듯 하면서도... 모르는 흐.름.이고 주.관.이라는게
그 모든 설전을 만들어 내는 이유가 아닐까?
그의 영화는 그 경계에서 춤춘다.


말을 접자. --;


그의 영화적 테크닉이나 감성, 그리고 철학적인 면은 발전 하겠지만
그와 우리의 동.감.은 발전할까? 아니 같이 흘러갈 수 있을까?


아마도 사실은 그는 그딴것에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Ps.
동.감. 본인이 만들어 낸 급조어랍니다.
너무 사전적 의미로 이해 하진 마시길.


아직 철없는 한 관객이 바라본 김기덕 감독에 관한...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글 정도로 이해해 주시길.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kaseosa
2004.10.16 14:56
김기덕.. 페미.. 김기덕.. 페미.. 김기덕.. 페미.. 김기덕.. 페미.. 김기덕.. 페미.. 마초
항상 기덕옹 기사와 함께 꼬리표 처럼 따라다니는 말들..
정작 본인은 별 생각 없이 만든걸지도
73lang
2004.10.16 15:36
두 명의 감독이 있슴미다

편의상 완 투로 구분하겄슴미다


완 : 헌팅허넌디만 1년이 걸리넌 감독

투 : 프리-프로덕션-포스트를 한 두달안에 해치우는 감독


완 : 프로덕션만 100회가 넘는 감독

투 : 프로덕션만 15회 정도면 떡을 치는 감독 --;;;


완 : 창문을 열면 한강이 내려다보이넌 강남의 어느 아빠뜨에서 자랐다. 그때 한강을 바라보면스롱 꾸었던 꿈을 영화화 한다.
학력 y대 사회학과 출신.

투 : 대학이라곤 해병대 갔다온게 전부임 --;;; (그의 신학원 이력은 인정못함)



주변 사람들의 평가

완 : 봉테일,대박, 괴수물을 만들어도 사회성이 담겨 있다 ....등등

투 : 씨래기, 마초, 날림, 성의가 읍따, 씨박쉐이, 저열하고 불온함???, 단순하고 유치한 직설과 상징,창녀 아니면 성녀.. 등등 영원히 저주할꼬야 --;;;







대충 제 주변분들헌티서 들었던 야그덜을 모아봤고만요...



두분 다 저헌티넌 영화를 봤을때 좋았떤 부분도 있고 싫은 점도 있었고라...뭐 그랬썼넌디요

이런 감독 저런 감독 ...좀 더 다양한 감독님덜이 많이 나오셨으면 하는 바램이고만요


우겔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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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en
글쓴이
2004.10.17 02:39
전자현 버젼 : 그 생각이 맞거등여~. 우짜스까나 했어여~
KDF 버젼 : 돈이 세상을 바꾼다~ 아니 학력이 영화를 바꾼다.
송해교 버젼 : 스탭 힘내세요~ 관객이 있자나여~ 스탭 힘내세여~ 보상은 없어여~

동의합니다.
우켁켁
kaseosa
2004.10.17 03:12
잘은 몰것지만
그 '완' 에 비해 '투'라는 사람은 갑절로 뛰고 노력할거 같아요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감독' 이라는 편견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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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20
2004.10.17 03:42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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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jam75
2004.10.17 11:37
외계인님의 단아한 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동감합니다.
타인의 눈을 통해서 스스로를 볼 수있다는 플라톤(앙겔로풀로스의 인용)의 말과 법정스님의 타인개념은 일맥상통한 듯.
역시 진리는 통하는 법, 진리는 하나이나 그 나타나는 모양새는 여러개.
kinokjh
2004.10.18 14:02
김기덕은 영화를 자주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평자들의 입에도 자주 오르내리고, 국제영화제에서 끊임없이 무슨 상이든 수상한다. 하지만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듯이 쉴 새 없이 신작 간판을 내걸어서인지 그는 동어반복 하는 감독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이는 종종 그에 대한 비난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김기덕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글을 쓴 나 역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쨌든 매번 유사한 글을 쓴 나도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FAQ를 작성하기로 했다. 최근에 김기덕에 관해서 여러 지면에 오르내린 쟁점들, [빈집] 개봉 이후에 몇몇 기자들이 인터뷰를 위해, 또는 기사작성을 위해 물어 온 질문들, 그리고 주변에서 궁금해 하는 사항들을 엮어봤다. 균형 잡히고 친절한 질문과 대답은 아니다. 평자로서, 구경꾼으로서, 다소 주관적으로 만들어낸 FAQ다.


김기덕, 국제 영화제, 대표선수

Q: 김기덕은 올해에만 [사마리아]와 [빈 집]으로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수상했다. 그는 왜 그렇게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받나?

A: 이에 관해서는 토니 레인즈라는 아시아 영화에 관심이 많은 평론가가 "원시주의자의 계산된 매너리즘"(Film2.0 103호)이란 글에서 냉정하고 날카롭게 기술한 바 있다. 좀 길지만 그의 말을 인용해보자.

“[섬]을 베니스로 초청한 사람은 전직 토리노 영 시네마 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였다. 그는 김기덕이 스크린 위에서 살아 있는 동물들을 고문하고 낚싯바늘 뭉치를 사람의 몸에 뚫려 있는 구멍 속으로 집어넣기 전에는 그의 영화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섬]을 베니스로 초청하는 것은 영화제에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값싸고 편의적인 방법이었다. 한국영화의 지위나 예술적 성취를 드러내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그가 바라던 대로 됐다. 다수의 관객들이 충격을 받아서 기절하거나 구토를 했던 것이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단지 영화제의 ‘흥행’을 위해 김기덕이 매번 베니스와 베를린에 초대되는 것이며, 해외에서 김기덕의 낯설음은 예술적 성취로 오인되고 있다는 것.(참고로 토니 레인즈는 김기덕의 두 번째 작품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관심을 보여 뱅쿠버 영화제에 초청했던 인물이다.)

Q: 단지 그 이유뿐인가? 그럼 다 사기극이란 말인가?

A: 일단 토니 레인즈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좀 더 복합적인 요인들이 수상에 작용했을 것이다.

올해 상을 받은 두 편의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사마리아]의 경우 소재가 선정적이면서도 종교적인 함의를 담은 듯한 제스처가 외국인들의 눈에 그럴듯해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빈집]의 경우는 다른 영화들의 수상과 그 궤를 조금 달리 한다. 이 영화에는 영화제의 흥행에 도움이 될 만큼 충격적인 장면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내내 대사 없이 침묵하고 감독은 대사 이외의 장치들로 호소하는데, 이것이 외국 평자들의 감성에 보다 쉽게 접근하는 요인이었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지금까지 미국에서 개봉된 모든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작품이라는 사실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선보였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영화제에서 상을 수여하는 행위는, 단지 작품에 한 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다. 이전에 연출한 여러 작품들을 고려한 결과인 경우가 더 많다.

Q: 그렇다면 김기덕이 한국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어떤 것인가? 대표 선수로서 자격이 있나?

A: 이상하게도 내 주변의 평자들로부터 김기덕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를 들은 적이 없다. 또 김기덕의 영화에 관한 글을 읽어보면 어디에도 시원한 찬사는 없다. 임권택이나 홍상수나 이창동을 향해서는 주저 없이 기립박수를 치던 사람들도 김기덕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하곤 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조심스럽게 그에 대해 ‘비판적 지지자’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국에서 김기덕은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으면서도 여전히 어딘가 수상쩍은 인물이 아닐까.

하지만 그는 국제 영화제에서 끊임없이 상을 수상하며 어쨌든 한국 영화의 존재를 알리는데 도움을 주는 감독이고, 끊임없이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어내고야 마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감독이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의미 있는 존재다.

Q: 하지만 그는 빼어난 영상미를 자랑하는 영상시인이 아닌가?

A: 그러한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예로 들어보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림에 비유하자면 ‘이발소 그림’에 해당할 것이다. 그럴듯하지만, 그 안은 얄팍하고 텅 빈 세계다. 또한 종교적으로 포장된 세계다.

그런데 이 영화가 ‘이발소 그림’같은 키치라는 사실을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발소에 가는 누구나 그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면 일단 그 그림은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김기덕의 재능도 이발소에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적당히 호소력 있게 접근한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갤러리’가 아닌 ‘영화관’에서 많은 대중들을 상대로 상영하는 작품이라는 점이서 이 영화의 키치적인 성격은 오히려 미덕일 수 있다.





문제는 김기덕의 영화가 오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양인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깊은 불교적 성찰이 숨어 있다고 오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발소를 갤러리나 수도원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기덕 역시 이러한 점을 잘 간파하고 있지 않을까.

김기덕이 동쪽으로 간 까닭은?

Q: 그는 영화의 결말에 난데없이 복음성가를 틀고([나쁜남자]), 직접 승복을 입고 비장하게 합장을 하며([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주인공에게 수녀들이 머리에 쓰는 코이프를 씌우고 포스터를 찍었다.([사마리아]) 왜 그러나? 폭력적인 화법을 구사하던 김기덕이 동쪽으로 간 까닭은 도대체 뭔가?

A: 대부분의 예술가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더욱 궁극적인 것, 더욱 거대한 것을 포획하려는 욕망이 있다. 그들은 세상 끝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반적으로 죽음, 섹스, 종교로 요약된다. 김기덕은 이제까지 죽음과 섹스의 충동이 도사리는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런데 그는 [나쁜 남자]의 마지막 장면에서부터 종교를 영화에 끌어오기 시작했다. 예술적인 욕망은 어떤 방식으로든 초월적이기 마련인데, 김기덕에게 불교나 기독교 등은 손쉽게 자신의 세계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고양시키는 기성품 같은 것이다. 예술적 야심을 수월하게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Q: 그렇다면 김기덕은 예술을 위해 종교에 귀의한 것인가?

A: 그에 대한 대답은 본인에게 들어야겠지만, 그의 영화를 통해 판단하자면 그는 그저 시장에서 승복과 코이프 만 구입한 듯 하다.

사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부터 그의 세계가 자기소모적인 폭력과 섹스로부터 다른 차원으로 확장됐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어쨌든 그는 건강한 의지를 품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나쁜남자]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복음성가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참선이나, [사마리아]에 등장하는 종교적 은유는 허위에 가까울 정도로 막연하고 가볍다. 그래서 내용 없는 염불이고 의미 없는 설교가 되고 말았다. 그가 종교적인 제스처로 나를 비롯한 관객들을 압도하려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김기덕의 영화에서 종교는 막연한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김기덕은 직접 승복을 입고 등장해 관객들에게 저쪽에 오아시스가 있다고 말하며 관객들을 현혹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오아시스로 걸어가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그의 종교는 그래서 텅 빈 기호다. 그는 그 공허한 기호로 초월을 이야기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후반부에 김기덕 감독 자신이 직접 (멋지게) 가부좌를 틀고 합장하고 있는 모습은 그래서 우스꽝스럽다. 거짓 명상이기 때문이다.

[빈 집]도 비어있는 영화인가?

Q: [빈 집]은 어떤 영화인가?

A: 자꾸 반추해보면 [빈집]은 꽤 괜찮은 영화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영화에는 김기덕 영화에 등장하는 요소들이 총집결해 있지만, 동시에 김기덕 영화의 원점인 [악어]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영화다. 그의 초기작들과 비교해보면 그가 지금까지 끊임없이 전진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그가 쉴 새 없이 작품을 쏟아내서 그가 얼마나 성장하고 숙성됐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는 여전히 빨리 찍는 감독이지만([빈 집]은 16일 만에 촬영을 끝냈다) 이제 완성된 영화의 모양새는 그리 거칠지 않다. [빈 집]을 비롯한 그의 최근작들은 비교적 안정되고 세련된 언어를 구사한다. 그는 이제 빠르게 완성하면서도 양질의 물품을 공급하는 장인이 돼 가고 있는 듯 하다.

Q: 그럼 김기덕 감독의 허점들은 [빈 집]에서 모두 보완됐나? 김기덕은 이발소 밖으로 나와 [빈 집]을 만든 것인가?

A: 일단 이 영화가 전형적인 키치로 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장인이 반복된 작업을 통해 근육과 신경을 길들여 점점 나은 생산품을 만들어내듯이, 김기덕은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하여 이 영화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관념’에 의존해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이 이 영화를 아슬아슬하게 한다. 그는 무리하게 추상적인 논리를 완결하기 위해 리얼리티를 심하게 훼손한다. 이것이 그의 영화를 억지스럽게 만들어 놓고 키치로 바꾸어 놓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그는 [섬]을 내놓을 즈음에 자기 영화의 성격을 ‘반추상’으로 규정했다. 그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추상’의 정도와 예술적 성취가 비례한다고 믿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철학’이 드러나야 좋은 작품이라고 그는 믿는 듯 하다.

하지만 그가 어필하는 대목은 반쪽의 추상이 아니라 나머지 반쪽의 구상(具象)이다. 그는 풍경의 의미가 아닌 풍경의 구체적인 외양으로 호소하는 감독이다. 아름다운 풍경에서 관념을 제외한 나머지를 통해 그의 세계는 관객들과 공명한다. 그 ‘나머지’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동물적인 폭력으로 표출되기도 하고, 구원에 대한 욕망으로 노출되기도 한다.

나는 김기덕이 모든 관념의 거품을 빼고 영화를 만들면 어떤 모양새로 완성될 지가 궁금하다. 나는 관객으로서 관념과 추상이 없는 그의 영화를 보고 싶다.

- 인터넷에서 퍼온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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