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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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서울 신촌 오르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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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2월 28일 07시 12분 51초 1265 7 36

신촌 어떤 오르막길, 거칠은 시멘트 포장길에
가마니에 넣어 파는 자잘한 사과가 한가마에 천원이었나 그랬던
나 듣기에도 몹시 헐값이라
복사 트럭 모는 아버지에게 천원인가고 되물었던
그때는 겨울 낮이었는데
거기 큰고모네 집이 신촌 그 골목에 있었다

왜 서울에 올라갔었는지 친척 누구 결혼식이었는지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고
그날 엄마와 여동생은 어디에 있었는지도 기억 안나는데
아버지는 나만 혼자 고모네 집에 맡겨놓고 가고
꽃무늬가 점점 찍힌 벽지 반지하 단칸방에서
이때껏 엄마젖 만지는 버릇 하던 나는 밤중에
메리야스 속 키 큰 고모부 젖꼭지를 더듬었다고 했다
가난했던 서울 큰 고모네 신촌 집

아버지를 꼭 닮은 조그만 큰 고모는
딸애가 다섯살이나 되었을 때 결혼식을 올렸는데
내내 마스카라 번진 검은 눈물을 흘렸었지
식장 뒤에서 고모를 둘러싸고 선 우리집 할머니들도 괜히 같이 울었지

그 골목인가 아닌가는 정말 모르는데 아마 아닐 것 같은데
오르막길 옆 높은 축대 위로 뻗친 검은 나무가 하나
동네 슈퍼 처마 밑에는 검고 굵게
눈썹같이 눈을 그린 붉은 돼지저금통이 뭔
팍 익어서 삭아 못먹는 열매나 같이 매달렸고
그 맞은편 식당 앞 프라스틱 화분에는
꽃 떨어진 대파가 한 포기 심어져 있다

나 그냥 올듯 올듯 비 안오는 늦겨울에
도둑영화나 보러 서울 신촌에 갔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ryoranki
2002.02.28 20:15
나 너 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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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ong
2002.03.01 01:03
저두요
uni592
2002.03.01 01:21
흠... 료랸키, 이미지, 와니가 술을 먹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스토커 오구리도 이미지팬입니다.
wanie
2002.03.02 13:02
막강한 정보력.. 오구리.. -_-;
ryoranki
2002.03.04 14:14
음... 팬클럽 창단식겸 해서 한잔 할까요?
어떠세요? ..from 료랑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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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2002.03.05 11:31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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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eennssee
2002.03.05 19:39
고양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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