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홀랜드 드라이브> 중에 이런 장면이 있다.

외압에 의해 여배우를 선택하지 않으면 영화를 만드는 것은 고사하고
생명마저 위협받게 된 감독이 있다.
그가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려줄 사람인 우스꽝스러운 카우보이 복장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카우보이가 묻는다.
"당신은... 삶의 태도가 삶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까."
감독은 갑작스런 질문에 멍해 보인다.
카우보이는 잠깐이라도 '생각을 하고 대답하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한 자신의 처지가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감독은 대답 대신 다른 말만 늘어놓는다.
질문한 사람을 경멸하는 태도로.

"당신은 생각하지 않았소" 카우보이의 단언에 감독이 발끈한다.
"그럼, 내 질문이 뭐였소?" 카우보이가 허를 찌른다.
감독은 그제서야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태도가 삶의 방향을 결정하냐고 물었잖소."
그리고, 감독의 대답을 묻자, 감독은 너무 빨리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소"
이에, 카우보이는 무표정에도 경멸의 기운을 품고 말한다.
"당신은 옳고 그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보군."

당연히, 감독은 외압에 의해 추천된 여배우를 기용하기로 한다.
어디까지나 내 기억 속의 장면이니까, 정확한건 아니다.

인생에 관한 질문에 빠르게, 명쾌하게 정답을 말하는 사람은
정답대로 행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을 가까이 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