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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 - 미래를 달굴 뜨거운 영화

2purple
2007년 08월 11일 15시 20분 36초 6774 8
얼마 전. 드디어 시간을 내서 디워를 보게 됐다. 기대를 무지하고 갔는데 사실 이미 많은 장면과 언론을 통한 (논란을 제공하게 된) 몇몇 부분의 공개를 접한 나로썬 조금 재미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을 말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많은 장면들이 공개가 되었는데도 말이다. 특히나 마지막 용의 승천 장면에서는 오래도록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영화사에 남을 만큼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몇 달 전이었나...미국에서 모니터링을 위한 현지시사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마이 스페이스(미국의 블로그 사이트 입니다) 에는 볼만했다, 재미있었다는 현지인들의 반응이 있었다. 그래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고...

디워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팝콘 무비의 공식을 따르는 영화다. 특수효과가 스토리를 먹어치웠다는 비난은 글쎄...롤랜드 에머리히가 인디팬던스 데이를 만들었을 때도 국내 비평가들이 그런 이야길 했었는지(당시를 돌이켜보면, 단순하게 특수효과 만으로 영화가 치켜세워졌던 상황이었다. 9시 뉴스에서도 극찬과 함께 홍보나 다름없는 내용을 내보냈었고)...비단 그 오래전 상황만이 아니라 지금껏 계속, 별 내용도 없는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이 특수효과만으로 공중파 9시 뉴스에서 까지 홍보가 되어왔다. 그런데도 퀄리티가 전혀 딸리지 않는 디워라는 국산 영화엔 개봉한지 열흘도 안돼서 비난이 중심인 공중파 방송이 잇따르니 이 어인 일인지? 삼척동자조차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디워를 비난했던 비평가들이 가진 잣대로 본다면 이런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들은 최근작부터 그 족보를 따라서 까지...거의 다 아작 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세기의 프리미어나 키노 같은 잡지들에서도 영화 평론들은 괴수 블록버스터나 B급 팝콘 무비들에 별 1개 반, 2개정도를 주곤 했었다. 그렇다고 작품들이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게다가 100분 토론의 진중권씨 진단은 말 그대로 방향을 잘못 잡아도 크게 잘못잡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성 보다도 사건이나 상황에 치중하는 외적인 액션이 스토리를 이끄는 이런 영화들에서 기대하는 포인트가 어긋났다고나 할까.

무수한 블록버스터 장르 영화들은 나름대로 스토리상 결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좀더 많은 관객을 타겟으로 삼으니 굳이 어렵게 이야길 풀어갈 필요가 전혀 없다. (90% 이상의 영화들이 평이한 구성이다.) 그런데도 관객은 이 같은 점들을 서로가 이해하면서 보게 되는데, 이런 영화들에서 기대하는 것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상영시간 동안 특수효과와 사운드, 색체와 리듬감 등으로 최대한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게끔, 흥분으로 가득한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영화가 블록버스터 팝콘 무비다. 그런 목적에서 디워.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점도 찾을 수 있겠지만 굳이 거기에 얽매이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나 같은 보통의 청년들뿐만이 아닌 어린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는 사실이다. (부모님 세대들은 볼만했다는 분들도 계셨고 돈 아깝다는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아이들은 물론 내 또래인 20대들...영화 중간 중간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더니) 재미있네...를 연발했다. 게다가 내 또래 20대 청년들은 물론...아이들이 엔딩 크래딧 오를 때까지 극장을 나서길 꺼려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감독님의 자막이 끝나고 음악과 함께 스탭분들의 자막이 오르는 순간까지도...당시 마지막 상영이라 새벽녘이었는데도...부모님 때문에 마지못해 문을 나서던 아이들이 계속해서 스크린을 뒤돌아 봤다. 그 장면을 본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나처럼 영화산업에 뛰어든 사람의 입장에선 감동 받을 수 밖에 없다.

엔딩 크래딧을 끝까지 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순수하게 작품과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어린 아이들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장면은 이제껏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아이들이 상영시간 동안 떠들지도 않고 엄청나게 집중에서 영화에 몰입했다는 사실이다. 정작 중간 중간 아줌마 관객들이 언론의 비난 멘트 그대로 뭐라 뭐라 하긴 했어도...나는 영화 끝날 때 까지 아이들이 있는 지도 몰랐다.)

그래서 볼만했다는 만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나는 내가 처음으로 영화 직업 라인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던 그 순간의...초심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넌 왜 영화가 하고 싶니?"

"...요즘 경제도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영화를 통해서 그런 고통들을 덜어줄 수 있잖아요. 영화를 보는 순간 만큼은 행복하니까요."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해놓고도 계속 잊고 있었다. 분기 수 백명의 지망생이 쏟아져 나오는 비좁은 시나리오작가의 문을 뚫고 성공하고 싶어서...어려운 현실을 핑계로 계속 초심을 잊고 내 스타일이 아닌 인위적인 글만 쓰고 있지는 않았는지...관성적인 사고에 빠져 작가가 아닌 영역 까지 고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요즘 글도 안 풀리고 슬럼프가 올려고 했었는데 이 영화 덕분에 나는 다시 힘을 얻었다.

상업 예술로서의 영화의 가치는 아무래도 대중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 부수적으로는 삶을 살아갈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대의명분을 무시하거나 유치하게 풀어내는 영화도 있었지만 디워는 오락성만으로 그 목적을 충분히 이뤄냈다. 그리고 살아있는 전설로 귀감이 되어버린 감독님의 굳은 의지까지도.

헐리웃이 침체기에 빠졌던 70년 대 무렵.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불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뜨겁게 상기된 표정으로 반짝이던 아이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영화, 아마도 미래의 대한민국 영화를 위한 하나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j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yopyohi
2007.08.12 06:42
좋은 글입니다.
정말 형편없는 영화다라고 어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정말 그런가, 덩달아 무시하는 어린이가 혹시라도 있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입니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미래의 SF영화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들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도 커서 저런 영화를, 더 좋은 SF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입니다.
jmkm66
2007.08.17 12:49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본다는 것
기본적인 것을 무시하고 대상을 바라본다면 이 세상 좋게 보이는 것이 거의 없을 듯 하네요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위대한 것이라고 봅니다.
비판보다는 따뜻한 격려와 충고가.....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D-WAR를 본 후....
ibbuni12
2007.08.21 12:42
저도 어찌나 재밌게 봤는지 모릅니다. 중 3짜리 동생을 데리고 본게 전혀 후회되지도 않았구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 저도 모르게..박수를 치고 말았다는 거죠..
이런 영화,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어요 ^^
excova
2007.08.25 10:17
스토리상의 결점... 디워의 단점을 이런 간단한 표현으로 과대왜곡축소하시다니.
Profile
playarim
2007.09.16 18:41
초반에 조금 아쉬웠지만, 뒤로 가면서 괜찮았던 영화예요 ^^
min
2007.10.02 06:12
비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 분위기는 머지... 영화 시작부터... 엔딩크레딧 사실 좀 웃기잖아요... ^^;
min
2007.10.02 06:20
참고로, 진중권씨는 매우 논리적인 토론을 할 줄 아는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지식인 중 한 명입니다. -->용기 내어 말하기 시도중^^;;
keymenkr
2007.10.03 17:28
저도 이영화 보고 아주 놀랐습니다. 우선 관습을 거부한 용기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그리고 진중권씨에게는 솔직한 말로 학력이 의심스러웠어요..진중권씨가 쓴 미학 오디세이에서도 느꼈지만...진중권씨에게서는 이론만 베끼고 자신만의 문화관과 한국적인 사상의 부재를 느꼈다고나 할까요? 우선 스토리는 참신했지만 치밀하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건 바로 인간의 애정이 아닌 (아마 헐리우드의 일반 공식을 무시한 영화라고 생각되는군요^^) 용에게 촛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죠..조금 아쉬웠던 건 용의 선과 악의 구조가 좀 더 세심하게 형상화 했더라면..그리고 연출의 미흡한 점이...그건 다음 영화를 기대해 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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