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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를 막 시작할 즈음 나는 실험 영화의 매력이라는 실험 영화 예찬문을 적었다. 하지만 멀지 않아 나는 이제 실험 영화의 종말을 고하는 글을 쓴다. 실험 영화 비판이자 자아 비판인 셈이다.

극영화에 대한 회의감에 내가 발을 돌린 곳은 실험 영화의 세계였다. 은유적인 이미지, 영화의 경계에 대한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이 오묘한 실험 영화들은 나를 황홀감에 휩싸이게 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실험 영화를 긍정하지 않는다. 실험 영화는 죽었다. 나는 이 글에서 왜 실험영화가 죽었는지 왜 더 이상 실험 영화는 예술이 아닌지에 대해 기술해 볼까 한다.

실험 영화의 사전적 정의는 영화의 형식적 표현적 영역에서 실험을 가한 것이라 한다. 우리는 이 영화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실험 영화는 영화라는 존재성 내에서 실험을 가한다. 즉 이것도 영화가 될 수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실험 영화이다. 하지만 현재 실험 영화 작가라고만 소개되어 지는 아티스트들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영상 예술가, 매체 예술가 비디오 아티스트라 소개되어진다. 이 말은 현재 작가들은 실험 영화와 비디오 아트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 지어 작업을 하지 않으며 현대 미술계에서도 많은 미술 작가들이 조형, 비디오, 사진, 회화, 퍼포먼스 등 단 하나의 매체만을 고집하여 작업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현상에는 많은 원인들이 존재할 것이지만 나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하나의 매체만을 고집하여 질문을 되뇌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세상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미 발견된 심미성을 발견해 내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다양한 심미성들을 단 하나의 매체만을 가지고 표현을 하기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발달된 과학적 기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기법만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것 또한 매우 시대착오적이며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외골수적인 작업임에 분명하다.

결국 현대 예술에 있어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해 지고 있는 와중에 실험 영화의 세계에서는 아직도 영화라는 틀 내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형식과 표현의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절대 실험 영화에서 인용되어지는 영화 미학의 수준이 결코 낮고 가벼운 수준은 아니다. 그간 실험 영화 작가들의 업적으로 인해 영화 미학은 새로운 하나의 철학으로 발전을 했다. 하지만 잔상, 이미지, 등 실험 영화 내의 영화 미학 이론은 아직까지 단순히 영화 미학 내에만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즉 하나의 예술은 단순히 미학 이론을 넘어선 인간의 감각과 인식, 휴머니즘적인 가치에 이르러야 하는데 실험 영화는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고리타분한 지적 허영만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적 허영이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해외 무빙 이미지 작품들을 보면 실로 놀라운 것도 있고 지적 허영 속에 느껴지는 휴머니즘적 감성이 미미하게나마 존재하는 것들도 잇다. 하지만 내가 실험 영화의 사망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은 한국 청년 실험 영화제에 소개되어진 실험 영화 작품들을 보고 난 이후이다. 해외 유수의 작가들과 학생들의 작품을 비교한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는 하나 학생들의 실험 영화에 대한 사고 스펙트럼 자체가 아직도 60년대 중 후반 언더그라운드 영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었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단순한 이미지만의 표현 방식에 한계를 느껴 오디오비주얼퍼포먼스까지 도입한 것이 벌써 오래 전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의 실험 영화들은 이미지 전개에만 머물러 있다. 더욱이 어떤 작품에서는 문학적 내러티브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단순히 난해한 연출만이 존재하기도 했다.

실험 영화가 죽은 또 다른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하나의 스크린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단 하나의 스크린, 그리고 극장, 이 극장이라는 장소에 고립되어져 강제로 이미지를 주입당하는 관객은 영화 미학 중 하나로 남아 있어 영화만의 전통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나 실험 영화란 영화의 구조를 깨트리는 것이라고 이미 미술계에서는 스크린의 물질성을 활용해 여러 개의 스크린을 두고 3차원 적인 공간 재현 등 여러 실험을 가한 비디오 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예스퍼 유스트라는 비디오 아티스트는 이러한 스크린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즉 이러한 예로 보아 실험 영화는 오히려 영화라는 틀에 고립되어져 실험 아닌 실험을 하고 있고 반대로 미술계는 극장에서의 해방, 심지어 미술관으로부터 해방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실험을 가하고 있고 이러한 실험 정신은 이미 현대 미술의 기본적인 슬로건으로 굳어져있다. 결론적으로 미술계가 영화계에 비해 훨씬 자유롭다는 말이다.

예술이란 인간의 감각과 사유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넘어서도록 실험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진지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실험 영화가 진정으로 실험적인지. 실험 영화는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