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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밀리어네어 - 인도스러움(?)의 편견을 딛고 아카데미로 날다 -

sajahoo
2009년 05월 13일 08시 35분 10초 6208
슬.jpg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지극히 현란하다.
마치 발라드와 록큰롤, 그리고 메탈이 혼재된 듯한 변화무쌍함과 화려함을 선보인다.
한마디로. 기술적으로 완벽의 경지에 있는 복서의 링 위에서의 유희...
또는 삼바축구를 보는 듯, 그 공격루트도 다양하고 전술 또한 무궁무진하다.

영화는 <주인공이 과연 어떻게 퀴즈의 마지막 단계까지 올 수 있었을까? > 라는 다소 생뚱맞으나 호기심 가득한 ‘사지선다’ 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공을 초월한 짤막한 플래쉬 컷...
이런 암시적이고도 감각적이며 스피디한 도입부는 인도스러움(?)의 낯설음과 그로 인한 편견과 우려를 여지없이 깨어버린다.
말하자면, 관객 역시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난해한 문제 하나를 받아들고 주인공 자말의 행적을 쫒게 되는 것이다.

서두에서부터 잔뜩 궁금증을 자아냈던 ‘취조실’과 ‘퀴즈쇼 현장‘이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공간의 교차는,
다름 아닌 ’이런 무식한 녀석이 어떻게 퀴즈를 다 맞추었을까‘ 하는 의심에서 기인된 것이었다.
인권탄압에 대한 분노보다는 실소가 흘러나온 건 나만의 가벼움이었을까?

뭔가 대단한 음모(?)라도 기대했던 나의 집중도가 점차 떨어질 무렵...
아역들의 귀여움...특히, 어린 자말이 분뇨를 뒤집어쓰고 우상의 사인을 받아내는 명장면(?)은 시선을 다시금 스크린으로 주목케 하는
의외의 수확이었다.
그로부터 펼쳐지는 두 형제의 파란만장한 인생유전~!
이윽고 본 괘도에 진입한 영화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를 현란하게 넘나드는 영화의 스토리라인이 무척이나 훌륭하다.
언뜻, ‘자말과 라띠까의 운명적인 사랑’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동력으로 보이지만,
이를 둘러싼 옛날이야기(?)들이 너무도 흥미진진한 탓에, 오히려 이들의 러브스토리에 주목하기란 여간 힘이 든 게 아니다.

이미 [트레인스포팅]으로 정평이 난 대니보일 감독의 예의 현란하고 역동적인 연출은, 이 영화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인권탄압과 빈곤 등, 인도의 가슴 아픈 현실조차 이 감각적인 영상 앞에선 잘 차려진 미장센으로 둔갑해버리고 만다.
빈곤이라는 처절한 현실마저 솜씨자랑의 도구로 전락한 게 아닌가...하는 비판이 고개를 드는 것도,
어찌 보면 그 탁월한 연출력에 대한 찬사의 또 다른 표현이었을 런지도 모르겠다.

<백만장자 퀴즈쇼>는 빈곤, 나아가 처참하고 희망 없는 현실을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다.
이런 인생역전의 현장과 억압된 현실의 상징인 취조실. 그리고 결국 살림이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현장의 스케치...
이들 장면들이 교차되는 도입부의 플래쉬 컷은, 어찌 보면 영화의 모든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훌륭한 이야기임에도 뭔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살림의 존재에 주목하면 그러하다.
백만장자를 향하는 자말과, 빈곤 탈출을 위해 찾아든 암흑세계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살림의 상반된 현실은 묘한 여운을 준다.
더구나, 퀴즈쇼 참가의 이유가 라띠까를 다시 만나기 위한 것이라는 자말의 답변은 살림의 최후를 더욱 처연하게 만들고 만다.
과연, 살림은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 놀음에 희생양에 불과했을까?
살림이 개과천선(?)하는 변화의 계기가 미흡했을 뿐더러, 해피엔딩 아래 드리워진 살림의 희생이 아무래도 갈 길을 잃은 느낌이다.
따지고 보면, 그저 사랑을 쫒았을 뿐인데 백만장자가 됐다고 할 만한 자말에 비해,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살림이야말로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 아닌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커다란 줄기임에는 분명하지만 자말과 라띠까의 사랑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계륵이었다.
개인적으로, 성인배우들이 아역배우들의 귀여움과 미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쉬움도 지나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몇몇 문제점들은 영화가 서두에 던진 퀴즈의 정답 -영화 속 얘기니까 (It is written) - 속에 기꺼이 묻어둘 수 있다.
라스트 씬에서 펼쳐지는 인도영화 특유의 ‘집단율동’은, 이 모든 걸 그저 달콤한 상상으로 봐달라고 말하는 것 같아 애교스럽기 그지없다.
마치, 하룻밤의 꿈을 꾼 것이라 생각해달라는 세익스피어의 연극 [한 여름밤의 꿈]의 마지막 대사처럼 말이다.

영화 [ 슬럼독 밀리어네어 ]는 적어도 ‘상복’에 있어서만큼은, 퀴즈의 마지막 단계까지 가뿐히 통과해 백만장자로 등극한 영화 속 주인공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까다로운 미국의 평론가들에게까지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까지 받았으니...
어린 시절부터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두루 겪으며 우여곡절을 겪어온 주인공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퍼펙트한 인생이 따로 없다.
적어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로 오랜만에 “10점 만점에 10점” 인 영화가 탄생한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스크린에서는 이 영화의 그 많은 수상내역을 빠짐없이 상기시켜준다.
이 지나친 친절함(?)은 “그래?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한번 볼까?” 하는 거부감으로 이어지는 우를 범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너무도 화려하고 완벽한 이력서를 대할 때 드는 묘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영화 [ 슬럼독 밀리어네어 ]는 분명 그럴만한 자격과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어둡고 비장한가 하면, 경쾌하고 유쾌하다. 긴박함에 가슴 졸이다 보면, 어느새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아니, 이를 능가해버린 잘 짜여진 각본과 감각적인 연출,
거기에 음악이며 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완성도 또한 실로 눈부시다.
아역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당초의 기대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분명 솜씨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의 선택으로 보기엔 다소 의외라는 생각은 관람 전이나 후에도 떨쳐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미국에 편향된 그들만의 잔치라는 시각을 벗어나려는, 최근에 달라진 아카데미의 성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초가 되는 듯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의문...
과연 인도인들은 자국의 폐부를 드러낸 이 영화를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았을까?
아울러, 세계사에 유래 없는 경제발전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견인한 우리들의 부모님들께도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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