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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Duelist

pearljam75 pearljam75
2005년 09월 10일 16시 53분 54초 7284 5
형사.jpg

투캅스 : 무아지경에 빠져 리뷰를 쓴다.


1999년 여름인가? 청량리에 있는 동시상영관에서 본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끝으로
이명세 감독님은 충무로에 안 계셨던 것 같다.

예리하고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의 전달보다는 화려하고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이명세, 소문난 완벽주의자.
<인정사정...>에 킬러로 등장했던 안성기의 어린 애인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배우 최지우였는데
두 사람이 먹는 된장찌개속 재료까지 이명세 감독은 세세하게 주문했었다고 한다.

그건 좀 오바스럽지만 나는 영화감독이라는 직함을 단 사람들은 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인 여배우를 실컷 따먹을 수 있어서, 대중들에게 '영화감독'이라고 목에 힘주고 다닐 수 있어서
떨어지는 콩고물에 관심없는, '영화'에만 미친 감독들이 나는 좋다.

운이 좋아 한번 흥행감독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한번'인것 같다.
영화는 관심밖이고 정치하면 정말 싫다. '정치'는 좀 덜하고 영화에 미쳐있는 게 차라리 낫다.
겪어보니 그렇더라.
물론 '영화'에 미쳐서 챙겨야 할 '사람'을 챙기지 못하거나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도 문제,
잘나가는 갑 감독님이나 을 감독님이 뒷다마를 까이는 이유도 ..... 이것저것 정도껏 해야지...


어젯밤에 <외출>을 볼까 <형사>를 볼까 고민하다가 <형사>가 땡겨서 예매를 했는데 아침 8시 20분 영화였다.
무인발권기에 주민번호를 누르고 표를 받았는데 히히히. 공짜 팝콘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
상암CGV를 다니며 처음 먹어보는 팝콘이었다.

<형사 Duelist>에서의 정점은 왈가닥 여형사 남순과 고독한(컥!) 킬러 슬픈 눈의 이루어지면 안되는 인연이다.
세상엔 이루어지지 못하는 인연이 있다고 안포교의 대사로도 나오는데
그런 인연은 역시 안포교 대사맹키롬 뭔 이야기에나 나오는 일이다.
아니, 그렇지 않다. 이루어지지 못하는 인연은 너무나 많다.

내러티브는 몹시 단순하여 별로 할 얘기없고, 얼마나 미술(세트의 현대적 해석, 의상의 과감한 색감)과
촬영(구도, 동선, 갖가지 카메라 기교와 효과, CG) 그러니까 전체 그림에 신경을 들였는지 입이 떡! 벌어졌다.
(아직도 스물몇살 청년으로만 보이는 황기석 촬감님은 어찌 이리도 진득하신지...)

시장통을 가득 메운 보라색, 주황색 저고리를 입은 남자 상인들,
분홍 치마 아낙들, 남순의 선머스마 패션을 위한 모자하며,
병조판서대감의 형광색에 가까운 연두빛 도포, 포스트잇처럼 메모지를
붙인 형사계 사무실 파티션과 벽에 붙은 반짝반짝 꼬마전구 달아놓은 사건발생현황판 등

감독의 비주얼에 대한 집요함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오늘 상암CGV 단체관람오신 고삘 관객들의 반응은... 으, 실망이야, 지루해, 졸려.

내가 약간 실망한 것은 강동원의 왼쪽눈을 가린 답답한 긴 머리 컨셉이었는데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 사실 강동원이 잘생긴 지도 난 모르겠고.
남순역의 하지원, 액션은 나쁘지 않았으나 대사처리 몹시 미흡하고...
슬픈눈과 병조판서의 관계나
남순과 슬픈눈에 대한 인물탐구를 조금 더 깊게 묘사했으면 어떨까 아쉬움도 남고,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이리저리 화면을 굴리고 색칠하고 고속촬영에 저속촬영을 섞어
다양하게 흰눈빨 날리며 아름답게 보여주려 하시니
등장인물들이 쉴새없이 재잘거려야하는 '김수현 드라마'나
돈많은 얼짱남자와 평범한 여학생이 등장하는 학원물의 귀재 '귀여니' 스타일에 익숙하신 관객들에게는
지루할 수 밖에...
정말 한국사람들은 성격이 급, 하, 다...


지금 내 소망은 이 영화가 본전을 뽑는 것이고,
그래서 이명세 감독님의 아름다운 차기작을 또 몇 년 후에 기쁜 맘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Don't look back in Anger.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esthesia
2005.09.10 20:54
'영화'에만 미친 감독들이 나는 좋다. <-^-^역시 펄쨈님이시죠~~ㅎㅎ..
아~'인정사정 볼것없다' 정말 재밌게 봤죠..
특히, 그 장면 정말 압권이었어요 박중훈씨가 최지우씨 집에가서 다그치는데 최지우씨 계속 모른다고 모른다고
하더니,
"메세지가 삭제되었습니다."
ㅎㅎ..
정말 '듀얼리스트'란 영화는 보고싶은 영화입니다..그러나,,,,,,,,
그러나,
강동원씨와 하지원씨의 만남이 왠지 어색했고, 강동원씨의 이미지가 평소, 형사나 이쪽 사극에 어울릴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고 아직도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매력이 제겐 좀 부족하게 느껴지더군요..
tarian
2005.09.10 22:56
오오!! 저두 오늘 이거 봤습죠!! 12시30분.. 수원CGV 8관... 객석의 반도 안 찬 넉넉한~ 극장에서 말이죠...ㅋ
토욜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더라구요~
<인정사정..> 을..전 고1때 봤슴다 ㅋ 맨날 말만 듣다가.. 첨엔 이건 뭐지..하다가 몇번보니까 볼때마다 새롭더군요~~~ㅋ
그리고 배우 지망을 하고 난 후로 다시 봤을땐 또 한번 감탄을.. +_+ ㅎㅎ

형사...에서 전 위에도 썼다시피 상당히 강동원(분)을 좋게 봤슴다, 이미지면에서- 여자같이 생긴 예쁘장한 외모가 슬픈눈이라는 캐릭터와 잘 맞았던 것 같아서요..(이미지에 방해가 될만큼 대사가 있지도 않구요!) 오히려 하지원(분)을 보고 실망했다는..

너무 의식적인 듯한 왈가닥연기와.. 대사처리..

병판역의 송영창(분)이 인상깊었다는.. 야비한 역할인것 같았는데.. 강동원과의 대결과 대화에서 보이는 눈빛... 그 연기력!!!
야비함보다는 정말 사랑하는 아니, 사랑해서 죽이고 싶을 정도의 오싹함을 느껴씀다 +_+ ㅋ
virgo2
2005.09.14 01:39
사람들은 영화를 보든 소설을 읽든 '내러티브'에 대한 기본적인 호기심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시각적 쾌감만으로 2시간을 지탱하려 한 것은 무리였다고...시각적 쾌감만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것은 30분이 한계라고 생각...2시간 이상의 (잘 만든) 상업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은 내러티브의 힘, 즉 시각적 요소가 아닌 극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비주얼에 공을 들여 만들어도, 보다 지쳐서 눈에 들어오지 않고 흘러가 버리면 무슨 소용인가요? 극적 근거가 없이 단지 때깔만 좋은 영상에는 오래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73lang
2005.09.16 02:36
명세 성님께선 아예 극적인 내러티브엔 밸 관심이 읍써보이도만요;;;

아니...그 냥반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서사는

쫓고 쫓기넌... 캣 앤 마우스 께임...톰과 제리...형사가 범인 잡넌거...뭐 그런식으 아주 단순하고 영화적인 내러티브..럴 가지고

긍께 영화 초창기때부터 보여지듯 열차 위에서 쫓고 쫓기는 식의

그런 활동사진적인 쾌감과 영화의 본질에 대해서 일관되게 탐구하고 추구하시넌 분이란 느낌이 들었슴다..

이번 영화에서 더 더욱 그런 확신이 들었썼던것이

감각적으루 찍은 천녀유혼인딕끼 김보연 아줌니가 등장하는 오프닝 장면에서

뭔가 튀나올꺼 맨키루 한층 기대감을 증폭시키다가

곧바루 저작거리에서 썰을 풀고 있넌 유준상 선생으로 이어지넌 장면이나

강동원과 하지원의 결투 장면에 대해서리 또 저작거리에서 싱겁게 썰을 풀면스롱 끝나넌 엔딩장면에서

결국 '이야기라는 것이 별거 없다..난 잘 짜여진 서사엔 별로 관심읍따! 단지 활동사진(영화)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탐구할 뿐이다'라고

아예 선언을 하시넌거 같도만요...

영화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관점들 중

'이야기 보따리'라는 측면 보다는

'활동사진이 주는 경이와 영적(?)체험을 더 중시하시넌 분이신거 같슴미다. 명세성님은...

한가지 분명한건

형사가

85억짜리 내수용은 아닌거 같도만요

우겔겔
aesthesia
2005.11.08 22:38
며칠전에 봤는데......감탄절로나옵니다..
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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