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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bara
2003년 04월 28일 17시 51분 36초 3167 4 15


살인의 추억 ★★★★★

주위에서 호평의 소리가 들려왔음에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야 알았다.
왜 그리들 꼭 보라고 하는지, 놓치지 말라고 말하는 이들의 심정을..
"살인의 추억"은 누구나 다 알만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미 머리속 저 깊숙한 곳 어딘가에 있을 기억을 로드해낸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두려워서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던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영화는 실화라는 뼈대에 추측과 허구라는 살을 덧붙여 작품을 빚어낸다.
무겁고 한없이 진지해질 수 있는 영화에 웃음을 가미해냄으로써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영화가 탄생한다.

한 아이가 넓은 보리밭에서 메뚜기를 잡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강렬하진 않으나 꽤 인상적이며 은유적이다.
분명 아이는 그 메뚜기를 단번에 잡지는 못했으리라. 놓치고 또 놓치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범인이지만 반드시 정의의 손에 잡히리라는 어떤 메시지를 던진다.

잘했든 잘못했든 이제껏 해왔던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거기에 국한되서 수사하는 박형사와
그런 그를 보며 씁씁할 웃음을 보내는-나름대로 진지하게 뭔가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서형사.
이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대며 영화 내내 대조를 이룬다.
둘 다 어떻게든 범인을 잡으려고 안달이 난 사람들이지만 욕쟁이 박형사보다는
서울 촌놈이 더 믿음이 간다.
이 둘이 단지 주와 종, 선후배의 단순한 관계가 아니며 입체적 인물이라 극의 재미를 더한
다.

사건에는 용의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는 범인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
영화상에서 용의자로 끌려와 발길질을 당하는 이들은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게다가 조금만 추궁하면 술술 불어댄다. 그게 비록 거짓일지라도..
실제 사건에서도 그랬듯 그들은 무력 앞에 피해자로 전락하고 만다.
그들이 아무리 "내가 안죽였어"라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뿐더러 되려 발길질이 날아온다.
첫용의자로 불려왔던 백광호가 자신을 걷어차던 형사의 발을 못쓰게 만든다.
그건 아마 그를 짓누르던 무력과 오해들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할 것이다.
정말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피해자의 가족이나 용의자가 된 그들과 그의 가족 모두에게..
무슨 형사가 저래..하면서 그들을 나쁜놈취급했지만 이야기가 극에 달할수록
그렇게라도 범인을 잡고 싶은 형사들의 심정이 헤아려진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박해규의 경우는 정말 사람을 돌게 만든다.
이번에는 정말 확실한데 형사들 자신도 쉽게 믿고 받아들일 수가 없는 상황에 놓인다.
사건의 공통점이라 생각한 여러가지 추측들과 자료들도 결국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게 믿고 달려왔는데, 어느 정도는 풀려간다고 생각했는데 풀려고 할수록
더욱 풀기 힘든 매듭이 되버린다.
영화는 무엇 하나 확실한게 없다. 믿거나 말거나 범인이거나 아니거나 이렇게...
영화는 말한다. 진실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쭉 믿어왔던 사실들은 과연 진실인지
우리가 알고 있던 바를 뒤집으며 의심하게 만들며 그 어느것도 쉽게 믿고
받아들일 수 없게 한다.

믿음직스럽던 서형사가 박형사화 되어가는게 흥미롭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꼼꼼하고 추진력있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던 그가 아닌가.
한사람에게 놓인 상황이 사람을 어떻게 바꿔가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80년 당시 난 겨우 초등학생이었다.
허나,영화속에 보이는 수사의 난점과 혼돈스러움등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보는 내내 범인이 대체 누구며,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들 가족이 겪게 될 아픔과 원통함등이 전해진다.
영화속 형사들은 만화에서처럼 뭐든 척척인 가제트형사가 아니다.
사건을 쫓아가며 그들 또한 인간임을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의 답답함에 함께 고민하고 잡히지 않는 범인에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흐려지는 판단력과 가치의 혼란, 가늠할 수 없는 진실과 거짓...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걸까?

마지막에 아이가 한 대사는 정말 간담이 서늘하고 등줄기로 땀이 흐르게 한다.
집에 가는데, 이 영화 생각이 나서 괜히 뒤도 돌아보지 못한채 뛰었다.
거침없이 배우의 끼를 스크린에 담아내는 송강호의 농익은 연기와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주는 김상경이 영화의 큰 받침목이 된다.
송강호의 최고는 박해규를 다그치다 그의 눈빛을 한참 보더니 "밥은 먹고 다니냐"할 때다.
표정에 모든 상황과 심리를 농축하고서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데 이내 눈물이 또르르 흐르더라.
김상경의 베스트는 계속 진지하다가 한순간에
분노를 폭발해낼 때..그런 표정연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배우란 자원이 그리 풍부하지 않은 한국 영화계에서 그들은 석유만큼이나
귀한 존재다.
그외에 조연들의 연기도 뒤쳐지지 않고 한몫한다.
간만에 만나보는 스릴러다움. 생각할수록, 파헤칠수록 속이 꽉 차고 탄탄한 영화.



난 요즘 입이 아프도록 이 영화를 홍보하고 다닌다.
영화를 권하는 일은 흔치않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놓치는 실수는 하지 않길 바란다.
추천하고도 욕먹지 않을 영화다 싶은게 후에도 추억할 수 있는 영화가 될듯하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sada9292
2003.04.29 02:56
저도 진짜 재밌게 봤어요.... 지루하지않고....
bara
글쓴이
2003.04.29 09:14
맞아요. 진지하고 심각해질 영화를 재미있고 다같이 아플 수 있게 만들었다는...
근데, 실제 피해자 가족들에겐 어떨지...
sada9292
2003.04.29 12:13
아참...실화를 영화로 만든거였죠... 신문기사를 읽어보니...
거의 다 똑같더군요... 범인의 사지가 썩어들어가길.... 못잡으니까... 화가치밀더군요....
저뿐만이아니라 관객들의 대부분이....
ber4
2003.05.04 21:28
저도 이영화를 보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것이라 기대했었는데....역시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형사된 듯이 잡힐듯 잡히지 않는 범인에 대해 화가 났습니다.
송강호와 김상경의 연기 또한 영화에 빠져 들게 하는 이유중 하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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