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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부 일체> 한국 영화계의 재앙

deux0524 deux0524
2006년 01월 31일 09시 30분 25초 10320 8
(네이버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퍼온 거라, 영화인들이 보시기에는 조금 유치할 수도 있겠슴다. 죄송 -..-;;)

어느 분의 말처럼,
“하필 나의 네이버 영화 리뷰 첫 번째 글이 이런 영화가 될 줄이야”
저도 몰랐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심정이 분노와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차
리뷰를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친한 동생이 재미있다고 같이 보자고 하길래,
상당히 망설이면서 봤습니다.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 무조건 머리를 비우고, 웃겠다는 각오를 하자. 웃자고 보는 영화에 비평은 금물이다.”
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봤습니다.

얼마 전에 봤던 ‘가문의 위기’라는 영화를 생각보다는
괜찮게 본 기억도 있고 해서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같이 간 친구도 상당히 재미있어 했고
(물론, 중반 이후로는 지루하다며 잠깐씩 졸기도 했지만)
저도 어느 정도는 재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지력에 의해 머리를 비울 수 있었던 초반부에 한해서지만요.

이 영화가 그나마 어느 정도 웃길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전혀 안 웃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다양한 관객층을 고려해서 여러 종류의 개그들을 넣은 점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전체 관객이 웃은 장면도 꽤 되지만,
각 장면 장면마다 웃는 사람들이 각각 달랐던 것 같습니다.

물론, 관객 누구에게서도 웃음을 얻지 못했던 장면도 많긴 했습니다만...
이 점은 좋게 말하면 다양한 웃음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겠고,
나쁘게 말하자면, 이야기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이
등장인물 각각의 캐릭터에 맞춘 개인기성 유머들만 넘쳤다고 할 수도 있겠죠.

이 영화에서는 또, 패러디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영화를 원래 아주 자세하게 보지는 않는 편이라 전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가장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1편 ‘두사부일체’ 우려먹기식 자기 복제 패러디,
첫 부분에서 정웅인과 여자 친구의 <클래식> 패러디,
한효주 혼자 학교 옥상에 있는 장면의 <여고괴담>
정운택 씨와 춘자 씨가 술집에서 대화하는 장면에서의 <친구 (유오성 마약 장면)>
정준호와 한효주가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있는 모습의 <버스, 정류장>
한효주가 자동차에 치이는 모습에서의 <시월애> 또는 <아는 여자>
마지막 부분의 액션씬에서의 <장군의 아들>
마지막 부분 단체 액션씬에서 고등학생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는 부분의 <신라의 달밤> 등
대충 봤을 때 연상되는 영화들이 그 정도였습니다.
(물론, 제가 과민 반응을 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오히려 실제 영화에서는 더 많은
패러디들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패러디 시도들은 좋았으나, 기본 줄거리가 바로 서지 못한 상태에서의
난잡한 패러디는 오히려 짜깁기처럼 보일 뿐이었습니다.

웃기기 위한 개인기 퍼레이드를 영화의 중반 정도까지 끌고 간 후,
갑자기 욕 먹을 것이 두려웠는지,
아니면, 정해진 러닝 타임 내에 무슨 얘기라도 무조건 집어 넣고 싶었는지,
난데 없는 사랑 얘기, 사학 비리, 사제지간의 정 등이 끼어들기 시작하는데,
수박 겉핥기로 지나가는 각각의 얘기들은,
마치 한 곳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얘기들을 하느라고
단 하나의 얘기도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처럼 정리가 안 되었습니다.

<15세 관람가>라는 기준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그때 그 사람들> 중에서 현실과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큐멘터리 삽입 장면을 잘라내셨던 분들이,
대한민국의 15세 이상 청소년들은 자체 판단력과
윤리 도덕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과도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들이 시종일관 흐르는데도 말이죠.

어떤 분들은, 그래도 영화 만든 분들의 노고를 생각해봐라,
아니면, 니가 영화 만들어봐라~ 라고 하실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물론 큰 영화는 아닙니다만,
아주 작은 규모의 단편 영화를 3편 정도 직접 만들어 봤고,
조금 큰 규모의 단편 영화 2편의 조감독과 프로듀서를 겪어 본 사람입니다.
CF, 영화 예고편, 뮤직 비디오 등의 연출부도 거쳐 봤고,
여러 편의 단편 영화에서 배우를 해 봤고,
TV 드라마 단역 배우와, 장편 영화의 엑스트라까지 거쳐봤습니다.
그래도 아직 영화의 “영”자도 알기는 어려운 초보자입니다만,
그나마 영화 만드시는 분들이 얼마나 어려운 줄 어느 정도는 압니다.

그래서, 더욱 더, 이 영화에 대해 분노하는 것입니다.
물론 블록버스터 급으로 돈을 들이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를 만들 정도의 돈과 스탭들의 노력이면,
작년에 극장에 개봉하였으나 여러분들이 놓치신
<별별 이야기><동백꽃><거칠마루><용서받지 못한 자> 등과
(우선, 제가 직접 극장에서 본 독립 영화들만 썼습니다.)
인권 영화제, 여성 영화제, 미쟝센 단편영화제 등을 통해 선보였던
수 많은 독립 장-단편 영화들을 수십, 수백편은 만들 수 있습니다.

코미디 영화가 웃기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때때로 머리를 텅 비우고 마냥 웃고 싶어질 때
코미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가곤 합니다.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웃기더라도,
최소한 그 영화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웃겨달라는 겁니다.

보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만드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15세 전후 자녀들에게
안심하고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개그 콘서트> 나 <웃찾사>는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각각의 코너들이
코너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며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갑니다.
그러나, <투사부일체>에서는 토크쇼 스타일로 각자의 개인기를 선보인 뒤,
여러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결론은 나몰라라입니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 방식은, 이야기를 어지럽게 꼬아 놓은 TV 드라마가,
종영할 때가 되어서는 갑자기 1~2회 만에 모든 상황을 몇 년 후의 상태에서
해피엔딩으로 무책임하게 정리해 버리는 것보다도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한 때 아시아를 주름 잡고, 서양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던 홍콩 영화들이
몰락의 길을 걷는 이유에 대한 영화 평론가 토니 레인즈의 글을 일부 인용하면,
“같은 줄거리를 최소한만 손질하고 똑같은 스타를 내세운 영화를 지나치게 많이 찍어왔고,
따라서 관객들은 다른 데서 재미를 구하기 시작했을 따름인 것이다.“

우리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매년 몇 편씩의 조폭 코미디와, 몇 편씩의 신파성 멜로와,
몇 편씩의 전쟁 (대개는 6 ․ 25) 또는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들과,
몇 편씩의 말도 안되는 인터넷 소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지만) 각색 영화들과,
몇 편씩의 엉성한 속편들을 보게 될까?
우리가 한 해 동안 한국 영화를 통해 보게 되는 주연급 배우들은 몇 명이나 될까?
우리가 영화를 볼 수 있는 윈도우 (인터넷, DMB, DVD, 불법 다운로드 등)들은 얼마나 늘어날까?
등등을 생각해보면, 갑자기 한국 영화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암담해지기까지 한다.

스크린 쿼터가 축소된다고 한다.
이제 막 설 자리를 찾아나서기 시작한 디지털 저예산 독립영화들이나 예술 영화들은
더욱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투사부일체> 같은 기획성 영화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진정한 “기획”은 무엇일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많은 평범한 국민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속시원히 얘기해주는 것은 아닐까?
<말아톤> <웰컴 투 동막골> <왕의 남자> 등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투사부일체>라는 영화를 보면서,
잠깐 웃고, 오랫동안 슬펐다.

다시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추신 1)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상황과 줄거리에도, 일말의 공감을 이끌어 내신
김상중, 정준호, 정운택 씨 등의 열연이...
정말 대단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너무나 불쌍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추신 2) 끝에 유학 운운하는 말이 나오던데...
제발 3편은 만들지 마시기를...
그건 한국 영화계의 대재앙입니다. -..-;;;
<세상을 바꾸는 딴따라...가 되고픈 놈>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gabba
2006.02.03 18:46
공감200%
ds6569
2006.02.03 23:12
사실 '도토리' 와 '일촌' 이 언급된 부분에서는 사람들의 반응에 상당히 걱정이 앞섰죠...
결국은 이렇게 사람들이 평을 하시더라구요...
kwonoh1
2006.02.06 09:22
너무 자기 중심적인 비하성 글이 아닐까요 다수의 작품도 만들어 보셨구 출연도 해 보셨다고 했는데 과연 당신은 상업영화를 마드신다면 어떻게 하실까요 작품성에 주안을 두실건가요? 아님 상업성에 주안을 두실건가요? ㅎㅎ 어려운 질문이지요.....
당신이 경험한 토대를 바탕으로 글을 쓰시는 것은 좋지만 대책없는 무조건 적인 비판은 헐뜯기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그리구 마지막에 갑자기 배우들 이름은 왜 거론합니까. 웃기는 군요 욕먹을까 불안 했습니까.. 그 배우들이 스스로 연기 합니까 다 대본상 하는 겁니다 물론 에드리브도 있겠지만 연출자의 고민을 아시는 분이 상당히 독선 적이 시군요 저도 현재 영화쪽일을 하는 단역배우입니다만 상대를 헐뜯기 전에 먼저 자기 성찰 하는것좀 배우시는게 나을것 같네요..
불쾌 하게 읽으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인간 관계의 사회 통념을 고려해서 쓴 것이니 너무 분개하진는 마시길.......
virgo2
2006.02.07 09:28
이 글이 어디가 대책없는 무조건적인 비판인지요....?
비판에 꼭 대책이 있어야 하는지??
Profile
deux0524
글쓴이
2006.02.10 12:52
kwonoh1 님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 중심적인 비하성 글"이라고 지적하신 부분, "자기 중심적인"이라는 표현은 정확히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제가 영화를 보고나서 저의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글이지, 공정한 객관성을 띠어야 하는 논문 등의 글이 아니기 때문이죠. "비하성 글"이라는 표현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솔직히 제 마음 가는대로 써놓고서는 저 스스로도 "조금 심했나...?"싶었으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상업영화를 만든다면 작품성 혹은 상업성?" 이 부분은, 물론, 다수의 연출자나 제작자들이 그렇겠지만, 작품성과 상업성의 건전한 균형을 꾀하고 싶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저이기에,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늦게 나마 정식 영화관련 교육 기관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대책없는 무조건 비판"에 대해서도 지적하셨네요. 대개 이런 부류의 영화에 대해서는 교과서적인 대안들이 나와 있습니다. 굳이 저까지 하나마나한 대안 제시를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지는 않았구요. 다만, 제가 쓴 글을 읽어보시면, 중간 중간에 "그 영화만의 고유한 이야기, 영화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 진정한 기획에 대한 고민" 등 짧게나마 건방지고 유치한, 제가 생각하는 대안(?) 비스무리한 것들이 쓰여져 있으니, 그 정도로, 무지한 저로서는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인정해주세요~ *^_^*
"배우들 이름 거론" 문제요? "욕먹을까 불안했습니까?"라뇨... 제가 저의 감상을 올리는데 뭐가 그렇게 두려울게 있겠습니까, 지금이 독재정권시대도 아니고... 다만, 실제로 정준호나 정운택 씨의 연기를 보고, 실제로 일말의 감동 비스무리한 것을 살짝 느꼈기 때문에, 아직 배우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사람으로서, 연기를 정말 칭찬해 주고 싶었기 때문에 쓴 것입니다. 옆에서 같이 보던 친구는 살짝 울려고 하더군요. 저 또한, 이성적으로는 전혀 얘기가 와 닿지 않는데, 두 배우분들의 연기로 인해서 몇몇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살짝 감동을 받았답니다.
"먼저 자기 성찰 하는것좀 배우시는게 나을것 같네요.." 네... 제 생각에도 저는 아직 한참 모자란 인간이라, 자기 성찰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올린 리뷰도 많이 다듬어지지 않은, 되는대로 쓴 글이라 좀 부끄럽기도 하구요. 그래도, 그냥 영화를 보고 든 솔직한 생각들을 올려보고 싶어서 올린 것이니, 용서 부탁드리겠습니다. 자기 성찰은 학교 공부를 통해, 독서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들을 통해 차츰 해 나가겠습니다.
"인간 관계의 사회 통념을 고려해서 쓴 것"... '인간 관계의 사회 통념'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님께서 알고 계신 그 통념에서 많이 벗어났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투사부 일체 제작진을 직접 만나는 자리가 아닌 인터넷 상에서, 제가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들, 생각들, 나름대로의 대안들과 비평들을 제시한 것이 제 생각에는 '인간 관계의 사회 통념'에서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다고 생각해서 쓴 것이니,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립니다.
bymovist
2006.05.10 17:30
영화를 공부하는 입장에서의 시선과 일반 관객과의 시선 이정도의 차이입니다.
자기 중심적 비하는 삼가해 주십시요.
Profile
kimunyeol
2006.07.29 17:41
^^* 제 생각도 bymovis님의 생각과 같아요....
너무 상업적인 영화.. 물론 영화인들의 관점에서 아니꼽게 보일 수도 있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영화를 좋아서 보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자신이 영화를 않보면 되지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하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suntosun
2006.12.03 18:33
상업영화라는 미명하에 대책없이 만드는 기획영화의 다출산.
좋게 보이진 않아요.
1/1000000000000000000 필터링 할수밖에 없는 손떨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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