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만만하게 보면 안되는 이유

극예술스튜디오 2023.06.05 11:12:29

연기를 공부하는 배우 지망생들은 말한다.

'연기는 아무리 배워도 잘 모르겠어요.'

'연기는 진짜 안 느는 것 같아요.'

'연기는 왜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지는 거죠?'

이상한 말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배우들은 연기를 배우기 전이 더 잘했다 (?)고

느껴질 때가 꽤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연기를 잘못 배웠나?' 라고 불투명한 의심을

하거나 '이 정도까지 했는데, 연기가 안 느는 거면 포기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속상한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

이렇게 배우들이 이상한 망상에 빠지게 되는

3가지의 이유가 있다.

오늘은 당신이 연기가 왜 안 느는지, 흔히 말하는 딜레마

에 빠지는 이유와 그 궁금증을 한 큐에 정리할 것이다.

* 이 글은 다른 칼럼에 비해 현저히 난이도가 높은 연기

칼럼이다. 평소에 연기라는 학문과 전혀 친하지 않거나

겉핥기식으로 공부를 하신 분들께 오히려 혼란스러움을

드릴 수 있기에 안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 하다.

1. 연기는 원래부터 어려운 학문이었다.

연기가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이유는 단순하다.

모두 다 처음부터 '쉽게'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뭐야, 왜 이리 어려워?'

라고 실망 아닌 실망을 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원래 잘 모르는 분야는 다 쉬워보이기 마련이다,

하다 못해 운전도 그닥 어려워보이지 않지만,

막상 처음 운전대를 잡으면 덜덜덜 떨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연기' 는

예체능 중에서 유독 쉬워보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나는 2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연기는 '재능' 이 필요없다?

예체능 과목으로는 음악, 미술, 체육이 있고 우리는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 왜? 우리는 음감이 없고 손재주가 없고

신체능력도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기는 과연 어떤 재능을 필요로 할까?

없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얼 말해야 할지가

애매하다, 왜? 배우마다 중요하다고 느끼는 게 다르다.

그렇다. 그 만큼 재능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그게 있든 없든 '나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면서 다른 과목에 비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심오하고 현란한 재능이 필요하다..)

2) 나만 잘 하면 되는 줄 안다?

여러분들은 대부분 영화나 넷플릭스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을 것이다. 혹은 연극을 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백이면 백,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꿈을 꿀 것이다.

그래서 나 혼자 연기만 잘하면 모든 게 좋게 흘러갈거라는

작은 오해를 하고 연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과연 진짜 그럴까?

연기는 나 혼자 그려내는 그림이나 체육이나 음악 처럼

개인의 예술이 아니라 완벽한 '집단의 예술' 이다.

조명, 음향,무대, 의상, 소품, 연출 까지 각 파트의 전문가분들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 만들어내는 게 정석이다.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을 삼으려면 '사람들과의 협동심'

을 필수적으로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본인이 연기 자체가 안 늘어서 힘든건 지,

이 공동체 작업이 힘든 건지를 구분 짓기가 어려울 때,

그때부터 연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2. 엉터리로 배웠거나 덜 배웠다.

연기라는 학문안에 역사는 어마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 5% 정도 공부했다.

(그 정도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연기를 '다 배웠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이건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연기예술 교육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1]김수기 교수님의 [연기 교육의 실제와 전망]

논문에 나오는 내용을 참고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한국 연기예술의 역사는 다소 짧고 급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급진적인 속도로 성장을 이룬

만큼, 예술적인 분야에서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다소 문분별하게 받아들이는 바람에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만의 연기예술' 을

확립시키지 못하고 현재를 맞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만큼 연기교육에 있어서

허술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니까 당신이 배운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금물이다.

필자를 포함하여,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우리 모두 다 '덜' 배웠다.

모든 연기학원의 교육자가 '똑같은 (or 좋은) 연기이론'

을 가르쳐준다고 오해하지 마라, 또한 오직 한 교육자가

'연기 기초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다 가르쳐준다' 고도

오해하지마라.

연기 이론은 어마무시하니, 한번에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안에 각자 특화된 분야의 교육자를 찾아서

배움을 받아야 한다.

그게 진짜 연기가 느는 방법이다.

[1] 김수기. "연기 교육의 실제와 전망." 연극의 이론과 비평 -.- (1999): 26-41. 한국 연기 교육의 정체성을 찾아서.

3. 응용하는 방법을 모른다.

자, 여러분들이 연기의 기초를 어느 정도 배웠다고 치자.

그 다음은 바로 '응용' 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 배우의 칭얼을 제일 많이 듣게 된다,

'분명 연기를 배웠는데, 왜 잘 안되죠?'

왜 안되냐고?

'연기' 만 배웠으니까.

마치 '저 알파벳 다 외웠는데, 왜 문장해석이 안되죠?

스피킹이 안되죠? 라는 말과 흡사하다는 거다.

만약 여러분들이 입시 혹은 연극 혹은 매체 연기 중에

딱 '한 과목만' 배웠다면, 당연히 그 과목은 잘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른 과목에서도 실력을 발휘할거라는 건,'

대단한 오만이다.

물론 배우들 중 원래부터 문해력이 높고, 사회성이나 지능

이 높은 분들은 어느 과목에 가서도 원만하게 응용이 가능

하다.

그러나 이건 1000명 중 0.5명 꼴이며, 학교 다닐때

전교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만 속한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방법과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방법은 전혀 다른 연기술을 써야만 한다.

그런데, 이걸 '감각적으로' 알아서 바꾸는 배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혹여나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시는 분들은 다시 2번을 읽어보길 바란다^^)

연기가 안 는다고? 배워도 배워도 모르겠다고?

간단하다, 연기라는 큰 타이틀을 이해하고

그 안에 허술한 부분을 채워주면 그만이다.

그러니, 스스로 연기가 안 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면 승자의 미소를 지닌채 우리는 공부해보자.


오늘 글은 유난히 어렵지만서도,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서 정성스레 쓰게 되었다.

연기를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더 좋은 배우를 양성하고 싶고

우리나라 연기예술도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앞으로 더 나아지길 바라는 나의 꿈도 있다.

물론 연기를 그저 재밌게 유희적으로 즐겨도 그만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배우는 그것보다 조금은 더

진중하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꼰대같나ㅎ)

 

 


 

연기학원 중에 최초로 연기칼럼 쓰는 연기학원 ,

'이 곳에서 연기입시를 할 준비가 되었는 가? '

에 대한 답변이 아직 애매하신 분들은,

​​

괜찮습니다. 더 잘 맞는 학원을 가셔도 좋고

다른 연기 칼럼을 천천히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

​정확하게 답변이 나오신 분들만

정식 입단 신청을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