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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일회성 제작일지를 쓰셔도 되고, 제작일지의 개설과 관련한 질문도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찜찜한 기분으로...

미류
2000년 06월 08일 13시 26분 20초 5788
생각할 틈이 없이 코너로 몰리면 나는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걸 사람들은 찜찜하다고 할까?... 나는 좀 슬럼프가 되는 기분이다.
참 좋아하는 선배가 같이 일을 하자고 했다.
선배가 프로듀서, 내가 제작실장.
선배가 워낙 오래간만에 하는 일이니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그렇지만 왠지 썩 맘이 내키지는 않아서 "시나리오 보구.." 라고 했다.
그리고 이틀전에 내게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감독이 쓰기는 4고째고 외부로 나온것은 시높과 트리트먼트를 제외하고
두번째라고 했다.
모인 연출부, 제작사 사장, 투자회사 사람 약간 흥분한 분위기였다.
나는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고, 감독도 모르고 오로지 프로듀서만
아는 처지라 맹하게~ 앉아있었다.
사무실 여직원이 기획서를 하나 갖다 주었다.
역시...사람들은 영화를 포장하는데는 도들이 텄다.
기획서만 보면 감독에게 인사구 뭐고 시나리오를 들고 빨리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었다. (혼자 음미하면서 읽고 싶어서)
얼렁뚱땅 인사하고 집에 오는 길에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쟝르.... 미스테리, 스릴러 적인 분위기, 상당히 엽기적인
뭐...거기에 약간의 주술적인 부분까지...
그런데 내용이 너무 허술했다.

다시 만나서 시나리오에 대한 강평을 하라는데 한번 읽은 뒤 도무지 다시
손이 가질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프로듀서에게 전화가 왔다.
투자자가 빨리 예산서를 보고 싶어하니 이 시나리오로 가능한 디테일하게
예산서를 짜 달라고...
알겠다고 해 놓고... 손이 가질 않는다.
예산서까지 짜 주면 나는 기냥 도매금으로 넘어가는거 아닐까?
읽어보면 미치는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
예전에 시나리오 중에 읽으면서 눈물이 난 시나리오도 있긴 했었는데...

"몬스터"를 영화로 만들 사람 없을까?
몬스터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눈앞에 10권이 있으면 그것을 다 읽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정도의 바램 너무한가?
그 시나리오를 다 읽기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시나리오를 만나고
싶다.

어쨌든...나는 찜찜한 기분으로 밤새 예산서를 만들어야 될 거 같다.
찜찜한 기분으로 먼저 시나리오를 몇번이고 읽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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