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연출부 이야기...

minifilm 2002.05.13 03:29:27
4년 전 연출부 이야기...


98년 2월, 졸업식을 얼마 앞둔 나는 영화의 꿈을 안고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란 영화의 연출팀 막내로 합류했다...


정확히 2월1일부터 4월1일까지 프리프로덕션을 했다.

그때는 두 달도 지겹다고 생각했다...

컴퓨터가 연출부 1대, 제작부1대. 둘 다 모뎀도 안 달려 있었다...

인터넷이 프리프로덕션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연출부 6명에 제작부는 2명이었다.

굉장히 젊어 보이는 사람을 사람들이 ‘오부장’ 이라고 불렀다.

난 그 사람 이름이 ‘오부장’인줄 알았다...

설마 저 젊은 사람이 부장일꺼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연출부 중에는 조감독 형만 핸드폰이 있었고,

제작부들은 스타-택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액스트라들에게 '삐삐 진동으로 해주세요!' 외치던 생각이 난다.


Staff중에 아트디렉터도 없었고, 프로듀서도 물론 없었다.

방송국에서 감독을 프로듀서라 부르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4월1일부터 6월1일까지 촬영을 했다.

25회 촬영. 필름은 5만자 정도 썼고,

그 기간동안 단 이틀 밤을 샜다.

많이 찍을 때는 아침먹구 시작해 저녁먹기 전까지

120컷을 찍은 적도 있고,

빨리 끝날 때는 아침 7시에 촬영에 들어가

점심 먹기 전에 끝난 적도 있었다...

다들 그렇게 찍는 줄 알았다...

촬영감독님은 팬더달리를 주로 쓰셨는데, 이거 무지하게 무겁다.

촬영부를 도와 몇 번 옮겨주었다.

그날 밤 꿈에 팬더 곰이 업어달라고 자꾸 따라다녔다...

(고블린을 옮겼으면 도깨비가 따라다녔을까...?)


6월1일부터 두 달 동안 후반작업을 했다. (개봉이 8월1일 이었다)

편집실에 가보았다...

커다란 스틴-백이 있었고,

편집실 식구들은 히로시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16mm러쉬에 필름 넘버를 적는 작업)

연출부들이 16mm 러쉬로 순서편집을 하고,

그 후에 감독님과 편집기사님이 편집을 하는 방식이었다.

촬영중간에도 순서편집을 했는데,

양수리 동남장에서 뷰어가 고장 나

독보기로 러쉬를 보던 기억이 난다.


녹음실로 갔다.

16mm 러쉬를 텔리시네해서 녹음을 하는 방식이었다.

영진공에 광학녹음 기계가 고장이나 결국 모노로 믹싱을 했다.


개봉을 했다.

서울 17만...

난 흥행에 성공한줄 알았다...


20일간 집에서 놀다가 8월20일,

'자귀모' 연출부에 합류했다.

역시 두달후 10월23일 촬영에 들어갔다.

원래 이렇게 바로바로 작업에 들어가나?

이것도 두달 후면 끝나겠군...


불과 4년 전 이야기이다...


3년전 이야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