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 제작일지4 "민간인은 범인잡지 말란법있습니까? -오형사-"

yekam 2002.10.15 06:20:22
喪故
전주영상위원회 로케이션 매니져 팀장 장덕진님의 아버님 배상,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m(__)m

2002년 10월 15일 화요일 / 날씨: 아직 새벽이라 어떨지 모름, 현재 바람 졸라 불고있음 / 촬영 14일전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새벽에 눈이 번쩍 하고 뜨입니다. 관심 제로인 아시안게임도 끝나고 TV에선 때지난 드라마가 한창이군요. 정신없는 한주를 보내며 마무리 되어가는 준비상황에 실낱같은 안도의 한숨이 나오긴 합니다.  휴우~

-드디어 감독님이 콘티작업에 들어가셨습니다. 하루에 꼬박 15씬. 이틀간 서른씬 끝냈습니다. "오옷 감독님이 왠일이야?"라고 감탄하고있을 즈음. 아니나 다를까 어제는 쐬주섞은 백세주 두어병 드시고 새벽 한시까지 괴롭히다 가셨습니다. 콘티하니 쫄따구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때는 9년전 겨울어느날. 방바닥씬(금홍아 금홍아에는 침대가 나오지 않아 그 당시엔 베드씬이 없었음)때문에 골머리를 썩고계시던 감독님이 여러 조감독님들에게 콘티 용지를 손수 나눠주시며 "능력껏 콘티를 짜보거라.. 내 적극 반영 하겠노라.." 다음날, 주욱 훑어 보시던 감독님. 마지막에 제 콘티를 보시며 무심코 던진 한마디. "저 새낀 종이 주지마..."  짐싸서 고향 가고 싶더군요. 감독님이 이 글을 절대 볼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이 자리를 빌어 한마디를 안드릴 수 없군요. " 오야붕,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개구린 맞아 죽습니다."  아직도 등짝에 검푸른 멍자욱이 남아있다는 사실 잊지 마십시오. 흑흑"

-10월엔 뭰 애경사가 그리 많은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천리안에서 영퀴로 명성을 떨칠무렵 네번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문제가 나오면 "네장한결"이란 천부적인 언어조합으로 그 문제를 맞추곤 했죠. 음하하) 네번의 결혼식엔 콧빼기도 못비치고 장례식장 한번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돈 좀 굳었습니다. 계약을 만천하에 공개한 저로선 입닦고 넘어가긴 힘든상황에서....(손가락 펼치고 계산하고있음 우와!!!) 암튼 돈 벌었습니다.  

- 감독의 중요업무중 하나인 조감독 갈구기는 언제쯤 끝날것인가?  
감독은 조감독을 대체로 천재인줄 알고있습니다.
수만명의 배우중에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배우를 찾아 오라고 하질 않나...그림한장 그려놓고 똑같은 장소 찾아 오라고 하질 않나... 이것뿐이면 투덜 대지도 않습니다. 천정은 높은지, 화장실은 가까이 있는지, 탑차는 올라 가는지,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있는지, 기차나 비행기는 지나가지 않는지,  장소이용료는 비싸지 않은지..심지어는 공짜를 원하기도 합니다. 또 수십번씩 변하는 시나리오를 한글자라도 틀릴경우엔 순간 똥멍청이 취급을합니다. IQ 108인 저로선 정말 감당하기 힘든 일이죠. 내일 이글을 읽을 조감독들의 말이 귀에 선합니다.

"공부도 못하는것이..." - 김희찬  
"난 IQ 140 넘는데..." - 이윤미
"108? 어머? 상처 받았어..." - 김명인(참고로 명인인 상처를 잘 받습니다. 뻑하면 상처받는데.... 못생겼으면 벌써 짤렸습니다. 다행인줄 알어!)

조감독 갈구기는 감독뿐만이 아닙니다. 이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정말 진저리 처지는 질문 몇가지를 소개하죠. 동감하시리라 믿습니다.

1. 엑스트라 시켜주세요. -  보조출연 조합장도 이 질문은 받지 않을겁니다. 그럴시간도 없을뿐더러 이 일은 조감독의 권한 밖의 일입니다. ㅠ.ㅠ

2. 무슨 영화야? - 캐스팅도 안된 상태에 시나리오 작업중인데 무슨 영화냐니요. 그래 알려줬다 칩시다. 홍보도 안하고 개봉도 안한영화 말하면
                         압니까? 그리고 성심껏 알려주면 *도 모르면서  "시대에 뒤떨어져 졌다는둥.. 그게 요즘 먹히겠냐는둥.. 그런 영환 절대 안 보겠다
                         는둥.." 심지어는 제작자보다 빨리 포기를 합니다. " 곧 엎어지겠네" 라며. 게다가 캐스팅 작업에 적극 동참하기도 하죠.
                         위대하신(?) 대 배우들(배우 한모군, 송모군, 최모아저씨, 은퇴한 심모양 등등 주로 달리는 캐런티를 요구하는 위대하신 대 배우
                         들) 이름을 들먹이며 "그 역은 누가누가 하면 좋겠다", "그 역은 누가 딱이다"  제길헐...  억대금 쥐어쥘테니 잡아와봐!!!

3. 촬영 언제들어가? - 모릅니다.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설령 안다고 해도 다 구라가 됩니다. 섣불리 말해도 안되고 말할 수 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
                               질문은 양반입니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촬영 언제 끝나?" 라고 물으면 정말 돌아 버립니다.

4. 맛있는거 사줘 - 영화 스텝을 카드빚에 짓누르게 하는 원흉이죠. 무시하면 되지않느냐라고 반문하시는 분들께 한말씀 드리면... 썡머리 휘날리며
                         꽉낀 청바지 입고 볼륨이 돋보이는 얇상한 셔츠를 입은 기깔난 후배가 "선배 맛있는거 사줘요" 하면... 빚이 문젭니까? 간쓸개
                         다 빼 줍니다. 없어서 못빼줍니다. ㅜ.ㅜ

5. 정신 차리고 집으로 내려와라. - 북측이 남한에서 달리기를 하는시대이자 뽕브라가 유행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우리네 부모님들은 아직도 영화
                                               를 딴따라로 알고 계십니다. 기승전결, 아무리 완벽한 극적구성으로 설명을 해도 도통 들어먹질 않습니다. 그런
                                               가 봅니다. 대한민국 부모는 자식이 월급쟁이가 아니면 모두 사기꾼이 되지않나 걱정을 하나 봅니다.        



내일 또 사냥 갑니다. 아무리 쏴도 죽지않는 동물 잡으러.... 좀 잡혀줘라. 부탁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