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 제작일지7 "오버하지마라 오버하면죽는다"-방제수-

yekam 2002.11.09 11:29:03
2002년 11월 9일 토요일 / 날씨: 눈부심 / 3회촬영 하루전날  (무사고 11일째)

역시 촬영 첫날은 오버의 연속이었다. Over & over...
감독 폼잡지, 조명기사 소리지르지, 촬영기사 엄청 바쁘지, 조감독 일하는척 쑈하지.. 오버하지마라 오버하면 죽는다.

-파란만장했던 1,2회촬영을 마쳤다. 크랭크인 하는날 날밤 꼴딱 세운 영화는 그리 흔하지 않을것이다. night 씬이 day 씬의 네배가 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를일이지... 어쩌니 저쩌니해도 첫날 촬영은 가벼운 부상 하나 없이 무사히 마쳤다.  예상치 못한 발 꼬랑내와의 간헐적인 전투를 제외하곤....

-첫 촬영 이후 두번째 촬영까지 하루평균 3시간 수면을 채우지 못한 조감독들은 올림픽 공원을 유유히 배회하는 토끼가 말을 걸어올정도로 선홍이 번진 눈깔을 자랑했으며 마치 훈장을 단듯 자랑스러이 토끼들과의 스스럼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암튼 여자들이 많은 현장에 귀여운 동물이 등장하는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동시녹음기사 오세진 기사님의 어록중에서....

- 동근이는 역시 잘달렸다. 노랑머리 역에 캐스팅 된 김필수 연기자는 아리랑 축구단에서 단련한 토탈 싸커 훈련덕에 지칠줄 모르고 달렸으며 그를 따라가는 형사 방제수역의 양동근도 하루도 거르지 않는 트레이닝 덕에 스텝들이 기다리지 않게 잘 쫓아 다녔다. 옥에 티라면....
"나 이제 배 나와서 못뛰어" -여경보-   였다. 경보형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때가 됐나 보이...^^

-기주봉 선배는 역시 충무로 제일 바쁜 배우임에 틀림 없다. 지구를 지키라, 청풍명월, 유아독존, 와일드 카드, 방송스케쥴 이빠이....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 풀세팅을 하고 기선배를 기다렸으며 기다리는 동안 기선배는 기다리는 기운빠진 스텝을 외면하고 기어오듯 찬찬히 나타나셨다. "지구 지키느라 늦었습니다"라는 농담과 함께...
이 자리를 빌어 "지구를 지켜라" 스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무사히 촬영을 마치셨는지 모르겠군요. 지구 조감독님 제가 쐬주 한잔 대접 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그날 변선이 다 탔습니다. ㅠ.ㅠ

- 스케쥴이 하루에 평균 3번씩 바뀐다. 현장의 뻐꾸기 조감독의 무능력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변덕쟁이 늙은붕어 감독님의 혼란 역시 비상새끼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널널한 배우 라곤 동근이 뿐이다. 남자스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한채영 분량은 일찌감치 뒤로 빼놓았다. "한채영이 우리영화에 나오긴 하는거야?" 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한채영이 서서히 늑대같은 스텝들의 기억속에 사라질때 즈음 현장의 뻐꾸기 조감독의 독식을 위한 나름대로의 스케쥴이지.         롱...

- 감독님은 붕어다. 한시간전에 확인한걸 다시 물어보면 절대 기억하지 못한다. 하물며 어제 확인 받았던 상황을 기억할리 없다. 혼자 길길이 날뛰시지만 별수없다. 예전에 금홍아 금홍아 때도 개봉날 텅빈 극장을 빠져나오시면서 허탈한 표정으로 나에게 던진 두마디가 있었다.

1. 망했네...  
2.. 근데 니 이름이 뭐더라?

난 그날을 잊지 못한다. 붕어감독님을 위해 준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잘 들어 주세요 ㅠ.ㅠ

금붕어의 항변'

당신들말야...
어항에서 나를 키우는건 좋다 이거야... 근데...
손바닥만한 어항에다 물레방아 설치하는건 오바 아냐?

그리구 말야...
당신들이 내 기억력이 3초라구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봤어?

또. 에... 그리구 말야...
당신들이 내 기억력이 3초라구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봤어? 재 봤냐구?

음 또 뭐있더라.... 아!
그리구 말이야...당신들이 내 기억력이 3초라구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봤어?

음.... 할 얘기가 또 있었는데... 음.. 맞다.
당신들이 내 기억력이 3초라구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봤냐구! 재봤어?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현진씨가 와서 뻐꾸기 날리러 갑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