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 제작일지12

yekam 2003.01.06 19:59:05
WILDCARD.jpg


2003년 1월 6일 월요일 / 날씨: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 22회 촬영 전날 (현재까지 무사고, 날짜 계산하는것도 귀찮음)

몇몇사람들이 제 무식한 표현이 뭔지를 모르겠다고 하여 와일드 카드 제작일지에 나오는 애매모호한 표현에 대해 설명을 첨부합니다.

-꼰대-
여기서는 감독님을 일컷는 말이나 원래 고지식하고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뜻하는 속어로 감독이란 직업이 가지는 특수성에 의해 어쩔수없이 붙여진 명칭.

-R-TOTO-
여기서는 촬영기사님을 일컷는 말이나 원래 욕실자재 및 변기자재 전문회사 브랜드 입니다. 그냥 TOTO가 있고 ROYAL TOTO가 있는데 현장에서 촬영기사가 가지는 품위과 지위로 인해 ROYAL 이라는 업그레이드 단어를 첨가해  R-TOTO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촬영기사님이 현장에서 불리는 명칭은 "변기사" 입니다.  

-졸라-
매우, 참, 훨씬 대신 쓰이는 형용사로서...... 안다구요? 아 네 죄송합니다.

-빵꾸-
원래는 펑크라는 단어로서 기체를 둘러 싼 어떤 물질에 생기는 구멍을 뜻하는 용어지만 여기서는 어리버리한 조감독이 촬영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체크하지 못해 발생한 모든 상황이나 배우들이 촬영 현장에 제시간에 도착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속어입니다.

-말밥주고 안마 받고 떡이나치고....-
일단 말밥은 경마장에가서 돈을 쓰는 사람을 일컷는 말입니다. 안마는 체조중에 가장 남성적이라는 평가받는...네?  아니라구요? 넘어가죠. 떡은 제사나 고사를 지내거나 명절에 먹는 음식으로 쓰이는 단어이지만 여기서는 빠구리, 오입질, 씹질 보다는 약하고 먹다, 하다라는 동사적 표현보다는 수동적이며 성교, 섹스보다는 덜 교훈(?)적인  한국적인 토속비속어입니다. 참고로 애인을 삼고 싶거나 결혼상대자에겐 절대 써서는 안되는 말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 떡이나 한번 치러갈까?" 그자리에서 귀싸대기입니다. 뜬금없는 비뇨기스러운 단어를 사용해서 죄송합니다. 원래 제가 그렇습니다.  
  
또 모르는 단어나 이해가 안되는 단어가 있으시면 전화나 메일 주십시요, 성실한 답변 해드리겠습니다.


- 자 이제 본격적으로 촬영 중반에 접어 들었습니다. 순서편집상 타임은 1시간이 조금 넘게 나오고 총 촬영 횟수의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꼰대의 미간엔 내천(川)자가 사라지질 않고 1회당 1키로 씩 빠지던 살은 이제 스트레스에도 내성이 생겼는지 더이상 빠지질 않는 불상사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식욕을 불러온다는 가설이 정설로 입증 되는 순간입니다. ㅠ.ㅠ

- 어제는 정말 추웠습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옷감으로 똘똘 둘러말은 몸뚱이 괜찮은데 영하 14도에 노출된 뽈따구는 귀빵망이(귀싸대기)를 계속해서 두들겨 맞은 느낌"이라더군요. 네 그 정도로 추웠습니다. 오픈 들어가서 발바닥 땀나게 일하고 로케 나와서 그 질컥거리던 발은 어느새 얼어붙어 발가락 끝에 송곳같은 얼음이 박힙니다. 그 얼었다 풀렸다를 몇번 반복하면 발가락은 마비되고  발갛게 부어오릅니다. 따듯한 난로 앞에 좀 녹일라치면 뼈속까지 간지러움을 느낄수있는데 이 증상을 동상이라고 합니다. 앗 죄송 합니다. 위에 단어풀이를 계속하다보니 헷갈리는 군요. 암튼 요즘 같으면 스키나 보드 타는 녀석들 보면 괜히 패고 싶습니다.

- 참, 우리의 세주인공이 궁금하셨죠? 변함없다라는 말이 정말로 잘 어울리는 우리 영화의 기둥 오영달 역의 정진영.. 변함 없습니다. 내성적인 동근이는 슬슬 미소로 스텝을 대하기 시작했고 종종 농담과 장난을 해댑니다. 촬영 초반 우려했던 일이 사라지는듯 하여 참으로 다행스러운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동근이를 보는 즐거움으로 현장을 나가고 있습니다. 저보다는 우리의 귀염둥이 스크립터 명인이가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리고 한.채.영.... 김재원의 살인 미소? 저리가라 입니다. 촬영중에 입가에 미소를 띄울라치면 남자 스텝들 애간장 녹습니다. 몇일전 같이 사진을 한장 찍자더군요.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전 제 얼굴의 1/4 되는 사람과는 절대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 다음주엔 세트를 들어갑니다. "살인의 추억" 이 몇일 늦어지는 바람에 스케쥴은 꼬이고 현재 매니져들과 전쟁중에 있습니다. 쉬는 기분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헌팅 이야길 하는 바람에 다혈질 조감독 또 열 받았습니다. 다음번 제작일지엔 막내조감독 "어리우스" 상원이에 대해 몇줄 적을까 합니다. 어리우스의 뜻을 아시는 분은 리플 다세요. 마추신 분들께 소정의 욕설을 들려드립니다.  EX) 어린 테리우스(절대 정답 아님)

다른 조감독들 갈구러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