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7일 -mr.총알- 38. 방아쇠는 당겨졌다. (상현의 시와 리딩.)

mssun 2006.06.27 23:40:44
병원주변-단대 (6).JPG

6월27일 화요일 -상현의 시와 리딩-


상현이가 시를 또 써왔다.
아마도 작품이 끝나면 시인 한명이 나올 거라던 누군가의 예상이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스텝들의 연락처를 보완했다.
주민번호를 적고 주소를 적고.
영화하는 사람들은 나이보다 얼굴이 너무 어려보이는 듯하다.
동안.
마음이 젊어서 그런 것이라고.


사무실은 생각보다 한가하다.
다들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는 중이다.
-길을 걷다 넘어져서 네 생각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라는 시구가 떠오른다. 물론 내가 쓴 것이지만 적절하다.

PPL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대한민국에 준비 중인 영화가 많아서,
혹은 우리의 진행이 더디어서 그런지 업체들은 몸을 사리기에 바쁘다.
전에는 얼마, 전전에는 얼마.
이런 식의 데이터가 사라진지 오래인 듯하다.
작으나마 얼마를 확보해야 하기에 부장님의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무실에 분장팀이 들어왔다. 연출팀과 미술팀 촬영감독님 등이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두어 시간이 지나가도 끝날 줄 모르는 장기레이스를 타고 있다.
가끔 회의실 문을 열고 미비한 자료를 찾아 들어가는 모습이외에 움직임이나 소리는 없다.
결국 오후에 시작된 회의는 저녁을 먹고도 계속 이어졌다.
제작부와 연출부 회의는 그 뒤로 미뤄졌다.

단국대학교에서 계획된 병원장면은 수술실과 2인 병실, 병원외부이다.
많은 분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병원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병원의 입장은 달랐다.
병실 촬영 시 환자들의 거취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사항이므로 내일 직접 천안으로 가 실무자를 만나 세부적인 촬영계획을 논의 할 생각이다.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와야 한다.
병원 같은 경우는 일찍 결정 난 사항이어서 대안을 만들어 놓은 상태도 아니다.
자꾸 생각하니 문제의 심각성이 큰 듯하다.
하지만 잘 될 것 같은 생각뿐이다

분장팀의 바통을 받아 회의가 시작되었다
시나리오 리딩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이번이 두 번째 작업이고 처음보다야 나아지겠지만 역시 어색한 작업이다.
제작부와 연출부 인원이 각각 배역을 맡고 대사를 나누며 시간을 재는 작업이다.
다들 어색하게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배역에 몰입이 되게 마련이다
역시 나래누나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선영이는 기석이 엄마를 맡아서 연기했는데 역시 사투리가 서툴러 리딩하는 내내 웃음을 자아냈다.
제작실장님은 형사 역을 도맡아 연기했는데 경력이 깊어서일까 연기에 물이 올랐다.

내가 맡은 부분은 감독님의 머리를 아프게 할뿐 대사가 입안에서 맴돌았다.
태욱은 주인공 기석의 역할을 했는데 아마도 학교 다닐 때 연극을 꽤나 했을 법한 솜씨였다
상현은 시간을 체크했고 지연씨는 특유의 분위기로 대사를 읽었다.
대사 중에
-응.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었다
정말 힘들어 보이는 목소리.

감독님은 아마도 어제 힘든 작업을 하셨는지 많이 피곤해 보인다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힘내세요. 감독님. 저희가 있잖아요.―
대사를 치듯이 글로 적어본다

내일은 상현과 천안 단대병원으로 막중한 임무를 띠고 떠난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