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 일하려면 주말은 없다고 보면 되겠죠?ㅠㅠ

갓한량 2022.01.03 21:01:47

연출부 막내로 일하려고 하는데 제가 매주 일요일에 교회에 나갑니다. 힘들 때 의지하고 기쁠 때 함께하던 친구들도 모두 다 교회사람이고, 지금까지 유일하게 했던 대외활동도 교회였습니다. 저한테는 굉장히 의미 있고 중요한 존재인데,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 막상 마음에 계속 걸리네요. 솔직히 이번에 새로 합류하게 된 공동체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해서 그 영향도 크고요. (어렸을 때 꽤 오랬동안 좋아했던 첫사랑인데 당시에 애인도 있으셨고 어찌어찌해서 못보고 지내다가 몇년만에 우연히 교회에서 조우했습니다. 이번이 친해질 기회다 싶었는데 하하ㅠㅠ 이번 작품 들어가면 최소 6월까지인데 그분이랑 같이 속해있는 조도 6월에 끝나요 아 나 미쳐버려...)

관련 일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현장이 어떤 느낌일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담당자분이 얘기하시는게 요즘 코로나로 파이도 많이 줄었고 받는 돈은 그냥 없다고 보면 된다(어찌됬든 고용하는거니 명목상 주는 정도, 교통비 수준이고 액수는 말씀안해주심), 퇴근시간은 업무 특성상 불규칙적이다(시간은 얘기안해주심), 등등 예상은 했지만 경험해보면 더 고되고 힘든 일일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대로 된 경력도 없는 막내가 일요일은 쉬는 날로 해줘라, 혹은 교회 갔다와서 일하겠다 (왔다갔다 이동시간 포함 최소 4시간) 이런식으로 말할 수도 없으니까...

이전까진 열정 지대로라 뭐든 하겠다 싶었는데 교회가 걸릴 줄은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습니다.

제가 과연 지금까지 구축해온 교회에서의 삶과 사람들과 쌓아왔던 관계, 인생 처음으로 나를 이만큼이나 떨리게하고 집중시키고 긴장하게 만든 새로운 사람과의 가능성, 그리고 젊은 날의 시간과 청춘을 다 바쳐야 할 만큼 내가 영화가 하고 싶은걸까 싶어요. 그리고 솔직히 이쪽 업계가 의지와 열정만으로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어찌보면 재능과 운이 필수적인 곳인데.. 과연 내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나마 후회가 덜 할까 고민중입니다. 이번에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정말 최소 7년은 버틸 각오하고 시작하는거라... 

어떤 분들은 열정이 없네, 애초에 의지가 약하네, 이런걸로 고민할거면 그냥 영화 관둬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게 맞는 거일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제게는 정말 심각한 고민이라, 짧게라도 단순하게라도 좋으니 선택에 있어 조언 한마디씩 남겨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다행히 일주일간 일종의 견습기간을 둘 테니 일하면서 본인이 계속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하셨습니다(짐작컨데 워낙 런하는 분들이 많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남겨주신 댓글들 보면서 저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다잡고 싶습니다. 댓글 많이많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