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커 온라인 극장 : 단편영화
113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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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금지, 혹은 초록빛 농담

임정호
2021년 09월 20일 20시 17분 11초 817

안녕하세요, 그냥 일반학교 다니는 18살이고 첫 작품입니다..... 즐거운 관람 되세요.

 

 

시놉시스 :

'에덴캐피탈' 이라는 업체로부터 채무 이행 독촉장을 받는 주인공 K. 흑과 백, 그리고 적막 밖에는 없는 현실의 삶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홀로 야밤에 소주를 마신다.

취한 채 무언가에 홀린듯 비틀대며 걷던 K는 지나가던 산책로에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빛깔이 없던 세상을 초록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연출의도 :

가시可視 할 수 있는 것과 가시可視 할 수 없는 것. 그 사이 ‘경계선’ 어딘가에서 주인공은 마치 ‘어린 아이’ 나 ‘청소년’ 과도 같이 방황한다. 그가 남긴 자취는 무채색의 상태에서 초록빛으로 물든다. 히치콕의 [현기증] (1958년작) 과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게츠비] 에서 그러하듯, 우리는 ‘초록빛’을 볼 수는 있으나 결코 그것을 손에 쥘 수 없다.

 

감당할 수 없는 채무에 시달리는 주인공은 회피를 거듭하다 결국 초록빛 소주병을 매개로 삼아 환상의 세계로 돌입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선글라스를 낀 채로, 또 바지를 벗은 채로 서있는 그들의 모습은 꽤나 유쾌하다. 마치 농담처럼.

 

‘환상’ 혹은 ‘이상’일 것이라 생각했던 공간에서 마주한 것은 주인공이 예상했던 도피와는 꽤나 달랐다. 한껏 멋을 내며 골프를 치던 사람들도 벗은 몸뚱이에는 볼만 한 것이 그다지 없다. 원색이라는 본질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던 건 자기 자신 뿐이었다. 선글라스를 끼면 모든 것은 흑백으로 보이니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휴대폰이라는 작은 화면으로 하늘과 꽃과 나뭇잎과 친구들의 얼굴과 예뻐만 보이는 인스타그램 속 남녀와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세상’이라는 곳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은 산책로 속 우스꽝스러운 그들과 사뭇 닮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무엇이 초록빛이고 무엇이 흑백인가?

 

진실된 행복이란 어디에 있을까? ‘초록빛 환상’ 그 끝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술에서 깬 나를 반기는 건 찢어진 채무 독촉장뿐이다.

 

주인공은 잠에서 깬 뒤에서야 비로소 산책로에서의 통행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지막에서의 담배 꽁초에서는 연기가 피어 오르지 않는다. 카메라와 주인공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 동안 이 세상의 색채는 잠시 동안이나마 돌아온다.

 

우리가 여태껏 바라봐온 세상은 무슨 색이었을까.

그저 아무 고민 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좋으련만. *역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