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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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밉다.

sadsong sadsong
2005년 09월 28일 01시 55분 48초 1424 2 18
지하철 안에 있다.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들어온다.

평범하게 생긴 사람들도 들어오고
독특하게 생긴 사람들도 들어온다.

하지만 하나되는 건
굳어있는 얼굴들.

이제, 가득찬 사람들.

인상 참 제각각이다.
저 제각각인 사람들은 제각각 다 뭘 하고 살까.
어디서든, 뭐든, 어떻게든 뭘 하나씩 하긴 할텐데.
신기하네.
....

열받는다.
갑자기 열받는다.
세상에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세상에 무슨 할 일들이 그렇게 많아. 썅.


자, 그럼 난 무슨 생각을 할까.

개체수가 참 많아. 너무 많아.

미워진다.
갑자기 미워진다.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그 얼굴들이 밉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얼굴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진다.
미워. 꼴도 보기 싫어.
눈을 감아버릴까.

너무 많아.

그냥 다 죽어 없어지면 어떨까.
저 아저씨, 저 여학생, 저 회사원, 저 청년.
지금 객차 안을 가득 메운 굳은 표정의 사람들쯤 다 죽어도, 세상 돌아가는 데 아무 문제 없어.


아.. 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 사람들이 힘들겠지.
문제 있구나.
그럼 참던가.

그런데....


너무 많아.
다 보기 싫어. 미워. 화가 나.



하지만 내가 마음속으로 당신들을 죽이고 있을 때
당신들 역시 날 죽이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

난 그냥 살려 주세요.


미안해요. 난 좀 살자.


sadsong / 4444 / ㅈㅎ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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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숨을 참아 보다가 눈을 감았다가
또 손목을 짚어도 내 심장은 무심히
카페인을 흘리우고 있었지
카페인을 흘리우고 있었지

<카페인-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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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mojolidada
2005.10.01 13:00
나도 좀 살자.
ty6646
2005.10.03 23:51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냅니다. 대장균이 가득 들어있는 밀크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는 밖에 나갑니다. 바람쐬면서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봅니다. 지금.... 이 가을에 그렇게 한번의 시간을 천천히 보냅니다. 따뜻한 커피한잔 마시며 세상을 바라보는 서늘한 즐거움..... 미운 사람은 있어도, 미워하는 마음은 자신의 마음에서 만들어 집니다. 기왕 만들거면 사랑하는 마음을 만들든가... 그것이 안돼면 그냥 흘러가는 마음으로 있던가...... 커피한잔 마시면 만사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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