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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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월급봉투는 저멀리...

ty6646
2007년 12월 17일 08시 27분 59초 1962 4
날씨가 싸늘하다.
차디찬 겨울바람이 마음안으로도 들어온 모양이다.
오늘 월급날.... 그런데 월급봉투를 받지 못했다.
일하다가 다쳐서 지난 한달을 쉬었다.
아르바이트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반쯤은 직원으로 10년을 일해온 곳인데
월급은 커녕 월급봉투조차도 받지 못한 오늘의 내 삶이여...
내 나이 38에 참 서글픈 아침상을 받아든다...

꿈이 있기에 아직도 버둥거리며 이 배고픈 하루를 짊어지고 가지만
세상은 내 꿈을 보지 않고 내 헐벗은 옷과 헝클어진 머리카락만을 보며
나를 배척하고 외면하고 등을 돌린다.
처음엔 세상이 그랬고, 시간이 흐르면서 친척이, 친구가 연락을 끊었고,
그리고 이젠 친동생마저도 소식이 없다.
결국 유일하게 아직도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은 어머니 뿐....

어머니 살아계시는 동안 어떡해야 효도한번 할 수 있을까..
꿈을 버리고 살아가면 효도가 가능할까
어머니 더 늙고 병들때까지 꿈을 가지고 가면
혹 나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 어머니는 어떡하란 말인가...

슬픔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배고픈 아침상에 대한 서글픔..
어머니에 대한 아픈 마음..
차디찬 바람에 대한 원망...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

빈약한 은행잔고를 털어먹고나서
잔돈모아둔 깡통을 들이부어 10원짜리, 100원짜리 잔돈을 센다
이 돈이면 한달이 아니라 1년도 꺼떡없다
내가 레스토랑에서 밥먹는 것도 아니고
여자를 위해 영화티켓을 끊어줄 일도 없쟎은가
양복이 필요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츄리닝과 슬리퍼 하나로 외국에도 갔다 온 내가 아닌가...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도 서글프다
내 글은 팔리지 않고
내 어머니는 늙어간다.

아... 그나저나 이번 한달은 뭘 어떻게 해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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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7.12.21 06:46
뭐라고 글을 쓰고 싶은 데..답글 쓰기가 참 애매한 글입니다.

어머니는 점점 나이들어 가시고...

언젠가 필커에서 붐처럼 한번 한적이 있는...
어머니 한번 업어 줘 보시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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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h1278
2007.12.27 17:30
화이팅~~~
today
2007.12.30 15:22
제가 쓴 글같네요,,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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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boy21c
2008.01.16 10:36
참...나를 보는듯함이..-_-; 두달째 월세를 내지 못하곤 있지만.....그래두 이놈의 꿈이라는거....
꿈먹구 살아야죠...-_-;
우리 모두 힘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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