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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비평] 가열은 하지만 여전히 차갑게 얼리고 살벌하게 깨부수는 가열찬 혈풍. 휴민트 리뷰
안녕하세요. 영화유튜버 레디액션맨임상훈 입니다.
영화 만드는 일 좀 하고싶네요. 1992년생인데 아직도 영화 현장 경험이 없습니다.ㅠㅠ
아무튼 저는 요즘 영화평론을 제 개인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영상을 만들 시간은 구직 준비랑 운동하느라 못내고 있고요.ㅠㅠ
아무튼 그래서 가끔씩 평론을 여기다가도 올리고자 합니다.
그냥 링크만 하면 성의없어 보일 수 있어서 본문도 함께 적습니다.
간혹 스토리보다는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다른 장르에 비해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게는 느와르와 첩보물이 주로 그렇다. 이 두 장르는 서로 비슷한 면이 있다. 어두운 분위기에서 조직의 싸움이 벌어지는데, 조직간 대결도 다뤄지지만 조직의 공익과 개인의 사적 욕망이나 신념의 차이에 따른 내전도 그려진다. 주요 인물들 간의 싸움은 전반적으로 암투처럼 진행되다가 극이 절정에 달했을 때 격렬한 혈투가 벌어지고 일단락되는데, 이때 암투는 등장인물과 관객 사이에서도 벌어진다. 비유하자면 인물들과 관객이 마피아 게임을 하는 것이다. 주요 인물들은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되, 혈투가 벌어지기 전에는 몇 가지를 의도적으로 감추기도 한다. 그리고 관객이 알게되는 중요 정보의 대부분은 그들 사이에선 드러나선 안되며, 암투를 벌이는 사이에 사소한 것 같은 실수로 은밀하게 단서를 남기며 꼬리를 잡히고, 그 꼬리잡기 또한 은밀하게 진쟁된다. 이 두 장르는 그렇게 관객의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키다가 절정에서 피바람이 휘몰아치게 함으로써 해소시킨다. 암투를 혈투로 바꾸는 중요 단서는 관객에게 ‘알듯 모를듯하게’제공되며, 이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관객의 눈치를 요구한다. 그만큼 매순간 집중해야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배경지식을 갖추고 보는 것이 좋다. 특히 냉전 첩보물은 각 냉전국가를 포함한 관련 조직들의 입장과 외교관계를 알수록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필자는 비록 이 영화의 흐름을 적당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지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제정세에 대한 지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제정세에 대한 지식이 적어서 이 작품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한 감이 있다. 게다가 초반에 개인사정으로 몇 컷을 놓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각 인물들 및 조직들 간의 입장과 정보의 차이가 명확하며 그로 인한 오해와 위험, 의도와는 별개인 화합을 이루는 관계가 매우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적대관계로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이 인물들은 남북한의 관계 외에도 공과 사의 관계로 서로 충돌하며, 그 ‘적(Enemy)’같은 상황에서도 일부는 이해관계가 부합해서 가‘족(族)’같이 잠시 뭉치기도 한다. 서로 이용하고 속이며 모이지만 진짜 가족은 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이 영화만의 장점은 허투루 낭비되는 인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령 잔혹한 싸움이 벌어지는 중에 살아남는 인물은 그 다음 싸움에서 중요한 활약을 벌인다. 괜히 살려두는 인물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각본에서 사건을 단순히 자극을 위해 전개한 것이 아니라 세밀하게 구성하고자 한 노력 중 하나로 보인다. 그것을 적합한 순서로 보여주는 배연태 편집기사의 편집도 자연스러웠다.
그렇다면 이 영화엔 확실한 장점들만 있을까?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장점이면서 단점인 점 2개, 아쉬운 점도 2개 정도가 있다.
먼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인 점은 2013년 작인 <베를린>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휴민트>를 보기 전에 그것을 먼저 보는 것이 좋겠다만 필수는 아니다. 전작의 주인공인 ‘표종성’이 언급된다는 점에서 세계관 확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인물들의 다른 시공간을 다룬 ‘스핀오프’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액션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또한 차이가 뚜렷하다. 일단 왕년에 ‘액션키드’로 불렸던 류승완 감독의 주특기는 액션 중에서도 육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총격전도 있지만 육탄전의 비중이 높았던 전작과는 반대로 이번엔 총격전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발포하기 난감할 때’는 적절히 육탄전을 벌이지만 전작이나 기존의 류승완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겐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총 쏘다가 난감할 때 총신으로 패는 ‘액션키덜트’ 류승완도 좋다. 액션 뿐만아니라 이야기 전개 방식 또한 다소 다르다. <베를린>이 표종성이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반면, <휴민트>는 각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비슷한 비중으로 맞물려서 전개된다. 병렬적으로 구성되다가 이후에 합쳐지는 방식이다. 이 경우엔 다소 분산된 것 같은 서사가 유기적으로 이어질 때의 쾌감이 더 극대화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관객의 집중도가 더욱 요구되기도 한다. 그래서 확실히 <베를린>보다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마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일단 굳이 꼽는 것이라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다. 첫째는 스토리를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분산된 서사 구조로 인한 어려움을 언급했는데 단지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정확히는 스포일러 없이 말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각 인물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나머지 인물들에게 결정적인 단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의 경계선을 잡기가 다소 어렵다. 영화는 그 단서들을 통해 꼬리잡기와 둘러대기를 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므로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반드시 직접 확인하기를 권한다. 두 번째는 ‘CCTV 확대 줌’에 관한 것이다. 인물들은 감시대상 주변 거수자의 정체를 파악할 때 CCTV 화면을 확대하고 화질을 개선해서 확인하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는데, 물론 이것은 첩보 장르의 클리셰 중 하나지만, 이 영화가 SF장르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DSLR이나 미러리스급 하이엔드 카메라가 아닌 CCTV가 거수자의 윤곽을 과연 그렇게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먼 거리에 있는 인물까지도 확대와 업스케일링으로 깔끔하게 또렷해지는데, 아무리 고성능의 Ai를 활용해도 이미지 업스케일링엔 한계가 있다. 이것이 그나마 잘되도록 하려면 그만큼 고성능의 카메라로 잘 찍어야 하는데, 필자가 군 시절에 CCTV 상황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CCTV의 조악한 화질로 과연 이것이 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아무리 현대의 소형 카메라의 성능이 고도로 발달되고 대중성에서 하이엔드 카메라를 압도한다고 해도, 현재 성능은 하이엔드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저조도의 환경에서는 화면의 노이즈 현상이 부각되서 피사체를 식별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문제는 이 영화와 현실에서 거수자가 CCTV에 포착될 때는 대개 저조도의 밤에 원거리에서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화면을 완전히 선명하게 개선하기는 어려운데, 저조도의 환경에서 별도의 조명 없이 소형 카메라로 촬영할 때 피사체가 얼마나 심하게 일그러지거나 지글거리는가는 이 작품을 포함해서 현재 상영작들의 무대인사나 GV를 각 상영관의 가운데 또는 그 뒤의 열들 중 한 곳으로 예매한 후에 핸드폰이나 액션캠, 블랙박스같은 소형 카메라만 조명 없이 들고 가서 촬영해보길 권한다. 행사 끝난 후에 촬영본을 보면 당신이 찍은 제작진과 배우들의 모습이 다소 흐릿하거나 일그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아이폰11로 <영웅>의 무대인사를 찍은 것을 보면 이현우 배우의 눈이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비록 호불호가 다소 갈릴 순 있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웠으며 극장에서 볼만한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을 본 후에 <베를린2>가 더 기대되기도 한다. 극 중 표종성의 후일담이 잠깐 언급되지만 비중이 크지 않으며 그 언급을 한 인물이 악당인 ‘황치성’(박해준 분)이기 때문이다. 다라서 해당 언급에도 진실과 거짓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일지 추측하고 확인하는 것 또한 영화를 즐기는 방법들 중 하나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가혹하고 격렬하게 싸운다. 이를 표현하는 말로 ‘가열차다’는 말이 있고 배우의 비하인드 영상과 각종 보도자료에서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에 ‘가열차다’는 비표준어로 기록되어 있으며, ‘가열하다’가 올바른 표기라고 한다. 그런데 사전적 의미와는 다른 뜻을 포함해서 이 영화는 가열차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인물들의 극의 정서를 따듯하게 가열하려고 하지만 극의 분위기는 여전히 차갑기 때문이다. 가열은 하지만 여전히 차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열찬 분위기다. 이 영화가 재정의하는 가열참이다. 한국영화는 물론이고 극장 자체가 힘든 이 시기에 한국영화로 극장에서 볼만한 가열참이 등장했다. 되도록 극장같은 환경에서 그 묘한 가열참을 느끼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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