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단편영화 <우아한 신세계> 속 단역 여배우 모집합니다.

 촬영은 대전에서 평일 오후 최장 약 3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박성배

찍게 될 장면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동차 들어올리는 장면은 물론 나중에 CG 합성이 됩니다.

(TV 화면) TV 프레임 안으로 잔디밭이 있고, 어린이 모습의 키드봇이 뛰어놀고 있다.
TV 프레임 안에서 카메라 줌아웃하면 잔디밭에 앉아 키드봇을 바라보고 있는 남녀의 뒷모습.
TV 속 남자, 여자의 클로즈업, 둘 다 웃음 띤 다정한 얼굴로 뛰어노는 아이를 본다.
 
TV 속 남자: (카메라를 향해) 귀엽죠? 키드봇입니다.(여자를 보며) 우리에게도 아이가 생긴거죠.
TV 속 여자: 유지만 잘 하면 수명이 10년 이상 갑니다. 키우기 힘들고 말썽많은 인간 애기가 꼭 필요한가요? 한 번의 투자로 아이의 귀여움이 변함없이 오래 유지되는 키드봇이 백 배 낫죠.
 
TV 속 아이가 고급 자동차를 가볍게 들어올린다.
 
TV 속 여자: (활짝 웃으며) 힘은 또 얼마나 장사인데요. 필요할 때 엄마 아빠를 보호해 주기도 하는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 다용도 키드봇! 1억 9,999만원!
 
TV 속 남자, 여자, 키드봇 가족 사진처럼 웃으면서 클로즈업된다.

시놉시스

 2025년 한국 어느 날 새벽. 낡은 한옥 안방에서 남자와 여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마치 포르노 영화와도 같은 느낌의 침대 위 남녀의 정사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잠시 후 주방으로 가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여자. 그리고, 남자는 정장 바지에 와이셔츠를 챙겨입고 주방으로 와 식탁에 앉는다. 된장 찌개를 몇 술 떠 먹고 출근하는 남자를 배웅한 후, 여자는 집안 청소를 하고, TV를 보고 여느 집안과 같은 일상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그러다가, 주방 식탁에 앉아서 고개를 젖히고 잠든다. 일곱시 무렵 잠에서 깬 여자가 기계처럼 능숙하게 된장찌개를 끓이고, 현관 앞에서 남자를 기다린다. 긴 시간 어둔 복도에 서서 기다리던 여자 앞 현관이 마침내 열리고, 술에 취해 비틀대는 남자가 들어선다. 주방 테이블에 다시 앉는 남자, 된장찌개를 떠먹다가 잠든다. 허물어져 잠든 남자를 바라보다가 벌떡 들어 침대에 가 눕히는 여자. 침대 위에 누운 남자의 옷을 벗기고 남자에게 안기려는 여자를, 잠에서 깬 남자가 밀어제낀다.

 다음 날 아침, 옷을 입은 채로 잠들었던 여자가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기계적으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남자는 전날과 같이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으로 주방에 와서 된장찌개 앞에 앉는다. 남자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남자 지퍼를 내리려는 여자를 내려보다가 여자를 밀어제끼는 남자, 밥도 안 먹고 출근한다. 남자가 떠난 낡은 집 주방에서 똑딱똑딱 소리와 함께 시계 바늘이 돌아간다. 해가 기울고 저녁 무렵이 되자 남자가 돌아오고, 여자는 된장찌개를 끓여 식탁 앞에 앉은 남자 앞에 놓고 남자 건너 편에 앉아 웃는다. 테이블 저 편 여자를 보다가,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는 남자, 여자 앞에 잔을 놓고 술을 가득 따라 마시게 하고,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길 몇번이고 반복하다가 지쳐 잠든다.

 다음 날 오전 열 시가 되어 눈을 뜬 남자가 여자에게 왜 안 깨웠느냐고 고함을 지르고, 여자는 그날이 토요일이어서 깨우지 않았다고 말한다. 무표정한 남자 앞에 된장찌개가 놓여지고, 남자는 된장찌개에는 관심이 없다. 여자가 남자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남자아랫도리를 애무하다가 갑자기 정지한다. 안드로이드인 여자의 배터리가 나간 것이다. 곤란해진 남자가 가까스로 여자를 물리치고, 여자에게 유선 전원을 연결한다. 연봉이 삼천오백만원 밖에 안 되는 남자는, 여자를 살 때 구식의 수명이 짧은 배터리를 샀고, 이미 구매 후 3년이나 지나 배터리를 새 것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남자는 토요일에도 일하는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수리 비용을 묻고, 서비스센터에서는 여자의 몸에 내장된 장치를 이용해 마치 <스타워즈>의 R2D2가 보여주는 홀로그램처럼 서비스센터 직원을 주방에 가상으로 나타나게 만든다. 역시 로봇인 서비스센터 직원의 가상 이미지가, 남자에게 새 배터리뿐만 아니라 남자의 연봉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로봇에 추가할 수 있는 된장찌개 이외의 요리 레시피, 무선 충전기, 영구 배터리 등 최신 로봇 관련 제품 및 서비스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3D 프린터가 있을 경우에는 즉시 여자의 수리와 주문 제품을 남자의 집에서 인쇄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수입이 적은 남자는 자신의 적은 수입과 비싼 국가 세금과 제품 및 서비스 가격에 불만을 표하며 구매를 거부한다. 그러나, 서비스센터 직원의 가상 이미지가 사라진 후, 기괴한 자세로 쓰러져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다가 남자는 다시 서비스센터로 연락해 여자의 수리를 맡기고, 몇몇 제품을 주문한다. 다만, 3D 프린터가 없는 관계로, 제품 배송 및 방문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 다음 주 토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는다.

 여자가 고장난 채로 쓰러져 있는 걸 두고 혼자서 며칠을 살아가는 남자. 아침도 굶고, 저녁에는 쓰러진 여자 옆 식탁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를 며칠… 고독에 사로잡힌 남자가 주방 천장에 줄을 목을 매달고야 만다. 목이 꺾여 바닥에 쓰러진 여자, 천장에 매달린 줄에 목이 걸린 채로 며칠째 있는 남자의 집 풍경이 이어진 후, 다시 토요일이 온다. 로봇 회사 서비스 직원들이 집에 찾아와 3D 프린터로 여자를 수리하고, 제품을 배송한 후 사라진다. 다시 움직이게 된 여자, 청소를 하고 된장찌개 대신 김치찌개를 끓인 다음, 여전히 천장 줄에 매달려 있는 남자를 끌어내린다.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툭툭 치고, 뒷통수에 있는 단추를 조작하자 남자가 눈을 뜬다. 초기화 메시지가 남자의 입을 통해 나오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남자 다시 식탁에 앉는다. 여자 그런 남자 앞에 김치찌개를 내려놓고, 남자건너편에 웃는 얼굴로 앉는다. TV를 켜면, 로봇 회사 광고에서 최신형 어린이 로봇 광고가 나온다. 남자, 여자와 어린이 로봇 광고를 번갈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