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게시판
1,986 개

글쓴이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게시판입니다
오늘은 왠지... 나를 숨기고 싶다면...

또 하루

2003년 03월 11일 03시 03분 29초 1160 1
창문열고 담배한대 피고.. 이불속에 들어가 비디오 보다가 다시 담배한대 피고 ,., 머리속은 엉망이다..
목이 말라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가면 안 계신줄 알았던 엄마가 소리를 작게 해놓고 테레비를 보고 계신다 내가 무언가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줄 아시는지. 나 방해 될까봐..
엄마는 대부분 하루종일 혼자 집에 계신다. 내가 옆에 앉자 말을 꺼내신다,, 그냥 이 얘기 저런 얘기 ..
아까는 분갈이를 했고, 조금 아까는 밖에 나갔더니 단지안에 담배꽁초들이 많아서 경비아저씨들 혼내줬다는 얘기. 반찬이 별로 없다는 얘기, 나 약 먹었냐는 얘기. 누나가 이사가는 얘기.
말이 끊어지지 않는다,. 듣기가 귀찮아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수가 없다 계속 얘기를 하시니까 ..
그렇게 잠시 듣고 있다가 문득 그냥 일어나 방으로 걸어간다
엄마의 문장은 완성되지 못하고 중간에서 흐지부지 되버리고 만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무언가 잘못한거 같다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지 ?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의 모니터에는 아무런 의미없는 텍스트들이 너저분하게 굴러다니고 별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흔한 음악이 방안을 채우고 있다
나는 무얼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 아무일도 하고 있지 않았다

요즘 가끔 드는 생각. 어느날 엄마가 세상에 더 이상 안 계신 날을 생각해본다 .
눈물이 핑 돈다
망설이다가 다시 마루로 나간다
먼가 어색한 분위기에 둘이 말없이 앉아있다가 엄마의 손에 쥐어진 리모콘을 뺏어 다른걸 본다.
엄마는 그냥 내가 돌린 채널을 보고 계신다. 드라마는 재미없다  
아까 늦게 일어났을 때 엄마는 고무 장갑을 끼시고 분갈이를 하고 계셨다
엄마의 공중정원.. 베란다에 놓여있는 알로에며 .,.이름모를 꽃이며 난들을 보다가

"오늘 정도에 분갈이를 하는거야?" 말을 건낸다

엄마는 퉁명스럽게 말을 받아주시다가 어느새인가 다시 말씀을 계속 하신다
엄마 옆에 앉아 엄마의 수다를 들어준다. 맞장구는 하지 못하고 그냥 듣고만 앉아있다
재미없는 테레비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웃고 울고 욕하는 우리 어머니.
옆에서 속으로 작게 한숨쉬며 앉아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왜 딸이 아니고 아들일까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anonymous
글쓴이
2003.03.13 14:29
딸이라도 해도 엄마의 말을 그저 잘 듣는것 조차 힘든 때가 많지요..
요즘은 우리 엄마의 숙원이던 취직을 했어여..비록 계약직이지만,....
가끔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울 엄마는 혼자서 맛없는 식사를 하고 계신건 아닌지 전화를 해 봅니다.
늘 발랄하게 전화를 받아주시기는 하지만, 엄마가 얼마나 외로울지는 알수 있지요
가끔이라도 어머니께 식사는 하셨나고 전화해보세요..아마 너무 행복해 하실꺼예요^^
이전
5 / 1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