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자지만
오늘 혼자서 욕좀 거하게 내뱉고 싶네요.
광주에서 시험이 끝나갈 때 쯤에 대학동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별로 친하진 않지만 학년이 올라갈 수록 줄어드는 동기들 모습에
너무 반가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친구는 저희학교에서 보내주는 미국 어학연수 1년코스를 준비하다가
우연히 서울에서 파티플래너 인턴? 알바? 를 하게 되었는데
친구들 생각나고 그리워서 전화했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내가 발이 넓어서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몇차례 통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저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더군요.
계속 말 안하려다가 연극, 연기 그런거 관심있다고 말했습니다.
옛날에 여기에다가 글 써서 하소연 한 적 있었지만 제가 하고싶다고 해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떄문에 그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한마디 흘렸거든요.
근데 그 친구 그 다음날 저에게 극단 보조 스텝 알바 해보지 않겠냐고,
자기가 아는 언니가 극단에서 일하는데 일자리 급하게 구한다고 당장 서울올라오라고
빠를수록 좋다고 하는거였습니다.
사실 전라도 광주, 지금 연극계가 참 힘들다고 알고 있거든요. 이왕 배울거 제대로 배우자는 김에
시험도 일찍 끝나고 한번 경험해보고싶어서 부모님께는 살짝 거짓말을 하고 올라왔습니다.
가슴이 설레고 터져버릴것 같고...전부 내 세상 같았습니다.
일 시작하기 전에 친구가 한번 만나자고 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언니분을 부릅디다.
제 철없는 성격탓에 또 쉽게 친해지고 찜질방도 갔습니다.
거기서 한국 : 프랑스 축구를 보는데 기분이 그렇더라구요. 외로웠습니다. 다들 잠만 자고..하ㅏ하하
그날 저녁에 호프집, 택시비, 찜질방 은근히 제가 계산 했드랬죠.
(소개시켜준게 어디냐, 제 친구왈 친구한테 돈 빌려줘서 현금이 없고 친척집에 사는데 열쇠도 없어서
나랑 같이 찜질방을 무조건 가야된다고 해서 상황이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친구가 축구때문에 좀 늦게 출발해도 된다 그러더니, 샤워하고 나오니까
취소됐다고 그러더라구요.
참, 제가 소개받은 극단은 지하철 1호선으로 유명한 학전 이라는 극단입니다.
근데 이상하게 제 친구가 소개시켜준 그 분 전화를 안받습니다.
조금 불안했지만 어려워서 휴학까지 했던 저에게 서울갈 떄 조심히 잘 갔다오라고
교수님 추천으로 방송국 일하게 된 거 잘하라고 제 거짓말에 속으시며
몇십만원 쥐어주신 부모님 생각에 계속 연락 기다렸습니다.
여튼 제 친구가 소개시켜준 그 스텝분이랑 처음 통화했을때 하는 말이
부산으로 연수를 가서 작품을 짜고, 회의도 하는거니까 일주일짜리니까 옷이랑 준비해달라고
그러더라구요.
제가 사전지식이 없어서 학전이라는 극단이 두개로 나누어져 있는지 사실 얼마나 유명한지도 몰랐는데
점차 의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 극단과 전화주신 스텝분의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눈치빠른 제 친척언니가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하데요.
결국 일이 미뤄지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어제 저녁에 그 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전에 찜질방에 같이 갔던 그 언니와 함께 저녁에 만나자구요.
두번이나 전화가 와서 아침에 만나자, 저녁에 만나자 하는데 결국 하는말이 부산으로 연수가는거
같이 가게 됐다고 하데요. 쫌 이상합디다.
그래서 저녁에 만나서 술 한잔 하자는데..부모님이 주신 피 같은 돈 또 제가 혼자 내기 싫었어요(꼴에 자존심이..)
그래서 못 만나겠따고 일 있다고 담에 보자는데 제 친구가 계속 저를 들들 볶네요.
내일아침에 만나서 아침 밥 같이 먹고 같이 극단으로 가자는 겁니다.
그떄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제가 아침에 할 일이 있어서 그건 못하겠고, 극단 앞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화가 끊어졌어요.
밤 12시에 핸드폰을 켰습니다.
그 친구에게 전화가 많이 와있더군요.
이제 조금씩 눈치없는 저도 감이 잡히더군요. 파티플래너 일을 한다고 했을떄
한달에 120만원씩 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디서 일하는지, 그 회사이름이 뭔지 끝까지 말 안해주던 친구.
내가 전화할 땐 받지도 않고, (오늘 새벽 친구에게 아침밥 나가서 먹지말고 친척언니 집에서
먹자고 문자를 보내니까) 아침에 전화해서 부산일정 전면 취소됐다고, 내가 어디서 일하시냐고, 그 극단이
두개던데 어디에서 근무하시냐고 물으니까 대답을 못하는 김 민 이라던 26살의 여자분.
눈치빠르고 고생해본 친척언니가 한번 다단계에 당할 뻔 한 적이 있어서
저에게 아무래도 부산가지 말라고 다단계 냄새가 난다면서, 부산가면 발목잡힐거 같다고 말해주었고
결국 오늘아침에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후원이 안됐다고, 다음에 연락드릴때까지 서울에 있어달라고 하면서
그 스텝분과 통화를 끝내고 제 친구에게 다시 전화가 와서 통화했지요.
그 친구 오늘 저녁에 또 보자고 합디다. 그래서 나 그냥 광주 내려가야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전화로 화를 내네요. 미안하기도 하고 섭섭하다고 하면서 밥한끼 사줘야겠다고
서울왔으니 무라도 썰고 가야되지 않겠냐고 그럽니다.
더 이상 웃으면서 통화하기엔 제 연기도 한계가 오더군요 흐흐..
덥썩 그 친구 믿은 제가 바보였습니다.
남 핑계 대면 안되지만 참...기분 뭐 같습니다.
다단계에 말려들뻔한 제 주위 친구나 친척언니도 상대방 꿈을 이용해 거짓말을 해서
당한 케이스는 없는데 지금 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는 내 꿈은 이렇게 이용당해도 되는거라는 걸까요.
집 분위기도 엄해서 서울에 온다고 거짓말 할떄 정말 죄송하고 철렁 철렁 했습니다.
기 쓰고 서울와서 친척언니 집에 있으면서도 열심히 해서 잘 되면 된다고 생각하고 믿었습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친구이지만 이렇게 큰 극단에 소개시켜준 거 내 생애 첫번쨰로 온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확실하지는 않기 떄문에 아닐꺼라고 오해일꺼라고 믿는 마음
아직도 있습니다. 돌아버리겠습니다.
광주에 사는 제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도 가보지도 못하고 서울와야했던 저는
부모님이 주신 그 돈 가지고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서울이 그런건지 사람이 그런건지 아니면 이 세상이 그런건지
저 오늘 정말...픽션같은 논픽션 하나 쓰고 가네요.
이것도 경험이겠지요.
배고프네요. 언니랑 밥먹고 빨리 광주 내려가야겠어요.
여기 있으니까 너무 속상하고 불편하거든요.
그래도...연기하고싶다는 마음..못버리는 저..얼간이인가요..
기어이 눈물 참아내겠습니다. 그냥 웃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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