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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

저 같은 분들 많으실거 같은데

스프라임
2016년 03월 03일 00시 25분 11초 1884 14

안녕하세요 먼저 저는 28살 배우지망생입니다.

 

어렸을때부터 꿈이 배우였는데

이런핑계 저런핑계 대면서 미루고 묻어놓고 담아두기만 하면서 재작년까지 회사 다녔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남들 몰래 퇴근 후에 연기학원에 다녔어요

그러다가 학원에서 알게된 지인 소개로 

극단이라기보다는 동아리에 가까운 

작은 소규모 극단에 들어가게되었습니다.

 

주말공연에 참여하고 평일 밤 연습,무대준비에 참여하는거 말고는

다른것 없었지만 단지 연기를 할수있다는것 자체가 너무 기뻤습니다

그러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랄지 꿈에대한 욕심이랄지 

그걸로 만족할 수가 없더라구요 난 더 큰 꿈을 꾸는데 

난 더 다양하고 많은 연기를 하고싶은데 라는 생각이들어

 

남들이 보면 혹 주위에서 알면 철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회사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올라와서 일단 돈만 쓰고 있을 순 없으니까 일을하자는 생각에 택배기사로 일을 했어요

연기학원이랑 일을 병행하다 보니까 일하느라 작품출연은 커녕 오디션도 못보러 다니고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면 학원비나 생계에 문제가 생기고

일을 하러 왔는지 연기를 하러 왔는지 구분이 안되더군요 

또 과감히 일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일하면서 조금씩 저축해뒀던 돈이랑 전에 다닌 회사 그만둘때 받았던 퇴직금으로

학원비 대고 월세 생활비 충당하며 열심히 연기 공부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아니 열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3회 수업에 수업 없는날도 매일 학원에 가서 

연습하고 있는 친구들 입시반 성인반 안가리고 조언구하고 묻고 부족한부분 연습하고 호흡 맞추고

아침에 일어나면 학원가서 밤까지 학원있다가 집에오면 바로 자고

학원 선생님들도 학원에 지박령이라고 까지 놀릴정도였어요.

정말 대본 낡아서 휴지조각처럼 될때까지 연습하고 공부했습니다.

바보같이 공부만 했습니다. 그게 답인줄 알았습니다. 스스로에게 만족을 못해서인지

조금더 조금만 더 준비하고 오디션을 봐야지라는 바보 같은 생각에 말이죠 

 

그리고 해가 바뀌고 설도 지났는데

전 지난한해동안 뭘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서 열심히했다고 자위하는것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한것이 없습니다.

최근들어서야 배우모집란 글올라오는 작품들 감독님들께 오디션지원 메일 보내서

간간히 몇작품 찍었습니다. 근데.. 그뿐입니다. 물론 함께 작업하신 스탭분들 동료 배우님들 선배님들을

통해 또 더 배우고 저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근데 전 이제 더이상 학원비도 생활비도 다음달 월세조차도 충분하지가 않아요 

전 또 일을 하러 가야할까요?

그러다 또 악순환이 반복되는건 아닌지...

이제 더이상 어린나이는 아닌데

꿈을보고 달려온 길에 현실적인 문제가 닥치니 어떻게 해야 될지 잘모르겠네요

열정만 있으면 될줄 알았고 열심히만 하면 될줄 알았는데 그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고

누구나 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내가 제일 열심히인줄 알고

앞에 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달리다보니 길을 잃었네요. 

제 앞길을 어떻게 할지 다른분들께 묻는것도 어떻게 보면 웃기지만

 

분명 저같은 생각을 하고 저같은 전철을 밟고 계신분 또 밟으셨던 분들이 많이 계실거 같아서

그분들은 저같은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아니면 다른 좋은 방법이 있는데

바보같이 저만 생각을 못하는지 여쭙고싶네요..

 

개인적으로 쪽지주셔도 되고 저같은 고민하고 있는 다른분들도 볼수있게 댓글 달아주셔도 되고

많은 조언들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미래성덕
2016.03.03 01:37
스프라임
글쓴이
2016.03.03 20:14
김뽕님
2016.03.03 05:48
스프라임
글쓴이
2016.03.03 21:55
파란아게하
2016.03.03 09:38
제가 작년재작년 상황이 그랬는데 동대문에서 시급이 센 2~7시 새벽알바를 했습니다.
내 잠만 줄인다면 나머지 시간에 오디션 보고, 촬영하는 게 가능합니다.
밤새 일하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촬영하고 다시 새벽일하고 또 촬영하는 식으로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회차당 받는 페이가 동대문에서 며칠 일하는 것보다 더 많다 하면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늦게 배우를 시작하는 분들은 꿈에 취해 내 할 것만 생각하지
상황이 어떤지 보지를 않아요.
유소년부터 치열하게 축구 열심히 한 프로선수들 경기장 가서
이제 서른 먹고 주말 아침에 조기축구 몇 번 뛰어본 사람이 나 창신동 에이슨데! 하고 끼어달라면 끼워주겠습니까.
늦은 나이에 꿈을 찾아 간다는게 스스로 기특하고 대견할 수는 있는데 남들은 별 관심이 없어요.

틈틈이 일해서 먹고 살 것 챙겨가면서, 배우고 연습하고 열심히 해서 잘하게 되고, 오디션 잘 봐서 출연기회 몇 번 얻어 촬영하는 루트가 가장 최선의 길이지만 그건 머릿속에서나 그렇고 내 생각대로 다 따라와주지 않습니다.
먼저 본인이 몇주몇달 열심히 해본 것과 남들이 봤을 때 잘하는 건 무관합니다.
또한 본인이 잘하게 되더라도 그게 오디션에 붙고 직접 작품에 배우로 뛰는 걸 보장해주지 않아요. 확률은 높여주지만.
(0-> 0.1%정도? 0이 아닌 것만도 다행이긴 합니다만.)
당장 필름메이커스에 생판 영화 처음 만드는 학생이 페이 후려쳐서 배우모집해도 지원서가 백수십통이 몰립니다.
그 이상 수준의 영화로 갈수록 문은 더더 좁아지고요.
그렇게 별 성과없이 몇 년 보내는 동안 친구들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승진하면서 자리잡아가고 결혼들도 하는데 나는 뭔가 하는 고민들이 시시때때로 찾아옵니다.

그러니 보장된 건 아무것도 없고, 매단계가 노력과 강행 혹은 포기의 선택입니다.
그만둘 땐 어차피 한 순간이예요.
장기계획을 세우지 말고 몇 달 단위로 목표를 세워서 스스로에게도 납득을 시키세요.
내가 이 단계는 되는구나.
세 달 안에 단역이라도 따내겠다. 일년안에 대학로 무대에 지인들을 초대하겠다. 단독 주연을 하겠다.
님 상황에 맞게 뭐든지.

마지막으로 경제적인 문제는 배우지망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 수십년한 배우들도 똑같이 겪는 문제입니다.
배우란 작품 없으면 그냥 백수입니다.
스프라임
글쓴이
2016.03.03 23:08
파란아게하
현실적인 조언 감사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서 동기부여도 되네요
특히 장기계획을 세우지말고 몇달 단위로 목표를 세우라고 하신부분에서
아 난 앞을 내다보지 않고 꿈만꾸며 하늘만 보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또 수십년씩 하신 선배님들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니
씁쓸하기도 하지만 힘이 나기도 하네요 ^^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말씀 듣고 조언에 힘입어
언제 어디서나 화이팅 하겠습니다!
파란아게하
2016.03.04 21:49
스프라임
그래요 화이팅하고 얘기 더 나누고 싶을 때엔 쪽지하세요~
Profile
애호가
2016.03.03 14:30
당장 한달 뒤에 내야할 수업료 한푼 없는데, 단편영화 찍던 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그냥 지랄같은 단편이나 하나 맹글고, 학교는 때려치고 집에 돌아가자 이런 맘이었던것 같은데,..

꿈을 놓아주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님이 느끼는 마음을 이해할수 있을꺼에요.

"오늘도 어제에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혀 전진이 되지 않는듯 싶다"

그런 마음이 대부부의 사람의 믿음을 작게 느껴지게 하고, 점점 흔들림이 커지는 시계추 처럼 자리 잡으면
어느순간 자신도 모르게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방향자체를 찾을수 없게 되지요.

아이러니 하게도, 아주 조금이라도, 단 한발이라도 전진하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덜 들어요.
뭐 대단한 대박이 아니라,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인정할수 있는 한발자국...그게 믿음을 지켜주지요.

어떤이가 에베레스트를 오를때, 자신은 동네 뒷산을 올라간다고 해서,....
산을 오르는것이 자체 무의미 한것은 아니잖아요.

그냥 버틴다고 그냥 열심히 한다고 될일이 아니라는건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았었나요?
어차피 시작점 자체가 다른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들 하지만,
시작점도 다르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마음들은 다들 착하고 여려서,..
누군가라도 자신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이해해요.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열심히 했다는 자기위로 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어요.

노력으로 안되면, 억지라도 부려보고, 억지로도 안되면, 반칙이라도 써보고,
반칙도 안되면, 심판 멱살 잡고 쌩 깽판을 부려볼수 있수 있어야 하고,....
그정도 해야 최선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반칙과 깽판 전혀 나쁘지 않아요. 경쟁의 구도자체가 달리 보일수 있으니,...

어차피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했고, 불리한 여건속에 경쟁하면서
자신보다 앞선 강자들이 만들어 논 룰들과 선들, 지킬거 다 지켜 가면서 열심히 한들,
그건 열심히 선 에서 매조지 되기 쉬워요.

뭐 어차피 포기해야 될 상황과 맞닫뜨려야 한다면, 속 후련하게 반칙도 하고 깽판두 한번 부려 보세요.
그래야 속 시원하게 포기도 되고 다음선택으로 삶이 옮겨 가더라도 미련이 남지 않을겁니다
스프라임
글쓴이
2016.03.04 00:31
애호가
애호가님은 작가신가요...
글을 너무 잘 쓰셔서 읽는것 만으로 눈시울이 붉어지고 벅차오르네요
억지도 부리고, 반칙도 써보고, 깽판도 부려볼 만큼
크나큰 용기를 얻고 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줄한줄 한마디 한마디 단어 하나까지
심장을 두드리고 피가 돌게 하네요!
처음부터 힘들줄 알고 있었고 해도해도 안될수도 있는길이라는거 알고 시작했는데
생각이 많아지고 혼자하는 싸움이 외롭다 보니 투정 부리고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던것 같아요..
한마디 한마디 쉬이 듣지 않고 깊게 새기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밑거름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DLGHTP
2016.03.04 09:47
스프라임
글쓴이
2016.03.04 22:26
DLGHTP
언제나 환영입니다 ^^
편하게 쪽지주세요~!!
백강호
2016.03.06 00:11
Profile
김도현
2016.03.07 22:18
경제적인 문제는 배우가 가져야 할 크나큰 고민이기도 합니다.
저는 단위별로 나뉘어서 경제적인 부분을 해경합니다.
예로 들면 행사시즌때는 수많은 아르바이트가 많습니다.
그때 바짝 벌고 오디션 보고, 연기 배우고
그리고 휴가시즌때도 일자리가 나오니깐 바짝 벌고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 ^^

아 저는 1년 2번씩은 고등학교 동문회 모임을 간답니다/.
동문회가 답은 아니지만
가면 또 다른 답을 찾을 수 있으니깐요
^^
Profile
검지공주
2016.04.05 02:26
에구.. 그래서 이 일이 힘들죠. 누구나 시작할 순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유죠.
그래도 고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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