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3,584 개

소소하게 수다나 떨자는 곳입니다. 무슨 얘기든지 좋습니다.
아무거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광고만 아니라면).

연출부들의 임금과 노조...

영화인
2000년 05월 03일 12시 27분 26초 6672 2
지나가다 들린 영화인입니다.
연출부(촬영부, 조명부도 마찬가지)들의 박한 임금과 노조 결성에 대한 의견들 재미있게 읽었고요. 제 의견도 한마디 보탤까 해서 몇줄 적어봅니다.

우선, 연출부들은 노동자 일까요?
1. 미국의 경우 -- 노동자입니다.
2. 한국의 경우 -- 도제 시스템 속의 학생입니다.

한국에서 연출부가 노조 결성을 할 수 없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연출부가 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의 노동력을 수업료로 지불하고 도제 시스템에서 영화감독이라는 스승에게 영화 제작 수업을 전수받는 문하생이라는 겁니다. 가령 한국 조감독이 노동자가 되고, 프로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조감독 이라는 위치가 감독이 되기 위한 연출 수업의 과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조감독이라는 직업으로서 존재해야 하는 거죠.
가령, 미국의 경우 조감독은 직업인으로, 촬영 현장을 콘트롤 하고 진행시키는 임무를 갖고 있으며, 언젠가는 감독이 되겠다는 야망 대신 하나의 직업으로 충분한 돈을 받고 일하죠. 대신 조감독에서 감독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머리가 하얗게 센 조감독 경력 30년의 50대 조감독도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영화학교를 나온 경우도 있고, 전혀 영화 경험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연출부가 되려는 이유는 영화에 대해 배우고 싶거나, 최소한 영화 산업쪽에 줄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죠. 뭐, 이건 미국, 프랑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그렇지만요. 어쨌든 이런 경우는, 숙련된 기술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직업인이라기 보다는, 문하생쪽에 가깝다고 보아야 겠죠. 물론, 아무리 문하생이어도, 한국의 연출부들이 너무 박한 임금을 받는 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최소한 한달 작업비는 줘야죠. 하지만, 정상적인 생활인으로서의 임금 지불은 앞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군요. 현재 연출부 중에서 누가, 평생 연출부만을 직업적으로 하겠다고 하는 분이 있겠습니까? 모두 감독을 꿈꾸고, 자기 감독에게서 혹은 영화 현장에서 뭔가를 배우려고 하지요.
두번째는, 누군가 직업 조감독이 되려해도, 한국 영화 산업의 현실로 보자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에는 엄격한 의미에서 스튜디오 시스템에 의한 메이저가 없죠. 메이져와 인디펜던트의 차이는 영화사가 안정적인 배급라인을 소유하고 있는가 하는 차이이고, 스튜디오가 되려면 일년 영화 제작 규모가 20편 정도는 되서, 그중 3편이 박스오피스에서 크게 히트하고, 7편이 수지 타산을 맞추고, 10편이 실패하면, 결과 적으로는 수익이 나오는 다량 생산 구조를 의미하죠. 규모의 경제가 되지 못하면, 한편 한편에 목매게 되고, 산업으로서 성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국 영화 시장 규모는 기껏해야, 일년 예산이 650억 정도인 소규모(보통 연간 예산이 3000억-구 홍콩 영화 산업 규모 정도-은 넘어야 자생력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한국은 시장 규모로 보면 나라 순위로는 17위정도 하며,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중국, 인도 정도가 자생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이하 순위는 산업으로서는 무의미하죠. 모두들 힘겹게 인디펜던트 하는 겁니다. 스웨덴이든, 일본이든, 이란, 폴랜드, 요새의 홍콩, 한국 모두...) 로서, 아직 시네마서비스나 우노도 인디펜던트 수준이지 메이저 스튜디오는 못되었습니다. 영화사가 배급 라인을 소유하지 못하면, 결국 그 영화사는 적자를 볼 확률이 많습니다. 영화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총 100으로 잡을 때, 극장이 보통 절반인 50을 갖고, 배급사가 20, 제작사가 30을 갖는 현재의 산업 시스템으로 보면, 제작사는 똔똔을 맞추기 위해서는 제작비의 3배 이상을 벌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이 회사가 인디펜던트일 경우, 일년에 한두편 제작 한다면, 세편 정도만 실패하면 문 닫아야 할 정도로 영화 산업은 모험 산업이고, 리스크가 큽니다.
그래서, 은행나무 침대, 편지, 약속 등의 대박을 터뜨린 신씨네 영화사 사장 신철씨가 아직도 빚에 허덕이며 사는 이유가 됩니다. 강우석은 시네마서비스를 배급사와 결합 시켜서, 이 리스크를 줄여, 메이져로 발돋음 해보려는 거고요. 영화 잘되서 대박되면, 주로 극장주와 배급사가 돈을 벌지요.
얘기가 딴곳으로 너무 빠졌군요. 네, 연출부 노조의 설립 제 1조건은 충무로에 메이져 스튜디오의 등장이 그 첫 조건이 됩니다. 제대로 월급 받고 영화 찍었던 실례로는 1960년대 일본을 들 수 있죠.(지금은 아닙니다. 일본 스튜디오가 모두 망했거든요) 당시 쇼치쿠나 토호 같은 스튜디오에서는 연간 영화를 300편 이상 제작했고, 배급, 상영까지 한 라인을 갖어서 안전한 수익구조를 갖추었죠. 그래서, 모든 연출부와 촬영부들이 게런티가 아닌, 월급을 받고 일했습니다. 월급 주고 고용할 만큼, 일거리가 매일 매일 있었으니까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경우도, 사회주의 운동하다 제적당하자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아, 쇼치쿠 영화사에 취직(!) 해서, 영화일을 시작했다더군요.
도제 방식이 있으면서,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 주는 나라는 프랑스입니다. 이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인데, 프랑스에는 촬영부의 경우에 자격증을 준다더 군요. 자격증은 영화판에서 짬밥을 채우고 시험을 치르던가,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하면 준다고 하고, 자격증을 갖고 있는 영화인은 법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 줍니다.
구 공산권 국가(소련, 동유럽, 중국)는 국가가 임금을 보장해 주었고요.
그밖의 나라는 메이져 스튜디오도 없고, 연출부가 프로 직업이 아닌 도제 시스템이어서,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감독은 처음부터 감독일을 하죠. 작은 단편영화(자기 돈 들이는건 어느 나라나 같습니다.)에서 시작해서, 광고나 텔레비젼 시리즈나 그런 영상물에서 감독하고, 기회 잡아서 극영화 감독하죠. 그러니까, 규모만 작은것에서 큰것으로 변화해 가지 처음부터 감독입니다. 조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감독이죠. 오히려, 시나리오 작가가 감독으로 전업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므로, 연출부에대한 대안은.
1. 한국에 임금을 적절히 줄만한 연간 제작편수와 상당한 제작비를 소요하는 안정적인 메이져 스튜디오가 생겨야 한다.
2. 연출부에게 국가가 자격증을 줘서 법으로 임금을 보호하는 강제적 수단을 쓰던지,
3. 연출부가 직업화 하여, 도제 시스템을 벗어나, 정당한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는다. 그래서, 노조를 결성한다.

이럴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그럼, 이만...

지나가던 영화인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관리자.
2000.05.03 16:05
님이 지적해주신 얘기들..
모두 옳은 말씀입니다.
제가 이 홈페이지 곳곳에서 영화스탭들에 대한 임금문제..처우개선 문제등에 관해
불만을 토로하고 노조를 만들자고 선동(^^)하고 있지만,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별로 대책이 없는 얘기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러 이렇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수 있겠다는 방법이 없습니다.
바로 님이 지적하신 그런 상황들 때문입니다.
주변 친구들과 얘기를 해봐도 "노조를 만들자..만들어서..근데 만들어서 뭘 어떻게 하지..?" 하는 식밖에는 안됩니다.
우리나라 영화는 아직 도제시스템에서 굴러가고있고.. 각 개개인이 모두 벤처를 하는셈이니 누가 누구의 생활을 책임지고,누가 누구에게 뭘 요구하고 하는 상황이 아니지요.

준비하다 엎어진 영화도..그거 누가 보상해줄수 없습니다. 이윤발생이 전혀 안되었는데..상당한 재력을 갖춘..말씀하신대로 진정한 메이저가 아닌 이상에는..어쩔 방법이 없습니다.

저도 노조 결성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후의 활동은 둘째치고 사람들을 모아서 노조를 만드는것 자체가 불가능할것 같습니다.
뭐 만들려면 만들겠지만..전혀 대표성도 없고 의미없는 노조가 되겠죠.

그래서 지금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보면..

하나는, 제작자와 프로듀서들의 마인드가 좀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르기는 하지만..하긴, 뭐를 어떻게 하던 그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한 스탭들에 대한 임금문제 해결은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현재 한국영화의 배우 개런티와 마케팅 비용이 영화규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이 부분을 전체적으로 하향조정하고, 그것을 스탭들의 몫으로 돌릴수있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 되리라 봅니다. 배우 개런티를 1%만 줄여도 스탭 개런티는 5%가 올라가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는,스탭들이 모두 런닝개런티를 거는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 이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또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도제 시스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영화가 대박이 터지면, 연출부 막내까지 어느 수준의 인텐시브를 받을수 있어야 합니다.
감독밑에 들어가서 도제로,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다가, 그 일이 큰 이윤을 만들어내면..제작자는 그 이윤을 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에게도 일정비율에 맞추어 배분하는것이 합리적인 일 같습니다.
물론,.이것도 한국 영화계가 상황이 어려운데, 그렇게 한번 대박이 터져줘야 다음 작품을 또 만들수있는 여유도 생기고 영화사의 기본운영자금도 생기고 그러는것 아니냐..
그걸 또 나눠먹자고 덤벼드냐..고 얘기할수도 있겠지만,
그건..스탭들에게 임금으로 나간돈은 영화계 바깥으로 나간돈이고, 영화사안에 혹은 영화 제작자가가 지니고있는돈은 다시 영화로 투입될수있는 영화자본이라고 생각하는 오해 때문입니다.

이건 스탭들이 계약을 할때 이렇게 하면 되는겁니다.
뭐 처음에는 반발도 있고..거부할수도 있고..그렇지만..자리를 잡아서 시행된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문제는..그럼, 영화라는게 다 대박터질려고 만드냐..스탭들도 영화의 흥행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겠냐..
그런 문제가 있지요. 그리고 대박이 터지지 않을께 분명한 영화들은 그럼 어떻게 되는것인가..아무도 그런 영화에서는 일을 안 하려고 하는거 아니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대안이 없습니다.-_-;

뭐 좀더 생각해보고..좀 더 애기들을 나눠보면 방법이 하나둘 생길수 있겠죠.






crew
2000.05.04 10:58
물론 맞습니다..
저희 초등학교 수준의 문제제기에..
아직은 힘든 이유를 성의있게 말해주신 님에게 감사드리며..

혹 오해가 있을까봐 얘기하는데..
제가 꼭 유니온 만들자고 얘기했던 건 아닙니다..
우리 주변의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답답한 놈의 한풀이라고나 할까요..
(자유게시판이잖습니까..? ^_^)

그리고.. 어설픈 반론..
지금의 도제식 시스템에서.. 유니온은 불가능하다라는 말씀..
그리고 모두가 치프가 되길 원하는 상황에서는 힘들다는 말씀..
맞습니다..
하지만..
만일.. 자신의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충분한 댓가가 주워지고..
그 파트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정말 모두들 대장만 되고 싶어할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모두가 대장만 되고 싶어한다면..
그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아닐까요..?
모두들 현장에 나가서..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기 보다는..
앞으로 내가 맡을 일을 배우려고만 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않습니까..?

아직두 연출부 외에는 조수 개별 계약이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건 제작사만의 문제는 아니죠.. 분명..)
막말로 제작사에서 개런티를 지급하지 않더라도..
조수들은 소송조차 걸 자격이 없는 거죠..
계약이 자기 이름으로 되어있지 않으니까요..

요즘 한국영화 엔딩 크레딧을 보면..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볼 수 없었던 파트의 이름들이 올라옵니다..
그건 그만큼 파트가 세분화되고..
그 파트의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또 경제적인 문제(이러니 제가 꼭 돈에 환장한 놈 같군요)에 있어서도..

도제 시스템.. 맞습니다..
그렇지만 도제 시스템 이전에.. 저희는 프롭니다..
저희 수준에 합당한 개런티(아직은 받고 있지 못하지만)를 받고..
저희들의 노동력과 지식을 판매하는 거죠..

쓸데 없는 얘기가 또 길어졌군요..
앞에서두 말했듯이.. 어설픈 반론입니다..
너무 괘념치 마시구..

덧붙이는 말 한마디..
계약서를 보면..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제작사의 문제로 인하여.. 영화제작이 중단되면..
스탭들은 받았던 개런티를 반납해야 한다..라는
이거 말이 되는 겁니까..?
스탭들의 문제도 아니구.. 제작사의 문제로 제작이 중단되는데..
왜 스탭들이 받았던 개런티를 반납해야 하는 겁니까..?

그냥 이런 거 조그만 거 하나씩이라도 바뀌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1 / 680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